[몽골 생태기행(10)] 초원에 고립된 문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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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생태기행(10)] 초원에 고립된 문명인들
  • 류기석
  • 승인 2009.10.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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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태양에 희망을 찾는다

드디어 울란바타르로 떠나는 날짜인 7월 23일의 아침이 밝았다. 비는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바람은 계속하여 강하게 불어대고 있었다. 역시 하늘을 쳐다보니 꾸물꾸물하니 찬란한 태양은 떠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셀렌게에게 공중전화로 우리의 처지를 울란바타르에 있는 바타에게 전해 비행기표를 꼭 하루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가한 아침나절 카메라를 들고 앞산에 있는 작은 산등성이에 올라 흡수굴이 시작되는 강가와 핫트갈 시내를 거침없이 내려다보았다. 산꼭대기에는 우리네 성황당처럼 다양한 색깔의 천을 묶어놓고 돌로 무더기를 만든 어워를 들러보았다. 그곳에는 온갖 징기스칸 보드카 병들이 나뒹굴고 젖은 몽골의 지폐들이 처량하게 놓여져 있었다.

아침나절 무릉으로 떠나려는데 주인은 갈 수 있다면 같이 가자고 했다. 일단 나갈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거절하고는 그의 자동차로 재차 어제 보았던 강둑을 보러 나갔다. 커다란 강에는 많은 량의 물이 빠져 있었지만 그래도 강바닥 곳곳에는 많은 물들이 흐르고 있었다. 복잡한 강둑에는 빠져 나가려는 차들로 복잡했는데 대략 서너 대의 짚 차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거센 물살을 가르기 위해 강을 건넜다. 한대의 차량이 너른 강가에 빠졌으나 다른 한대의 차량이 견인하기를 반복하면서 거침없이 오지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도전적인 본능을 느낀다.

돌아와서는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센렌게와 핫트갈 시내로 나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차량 섭외와 항트갈 공항으로 비행기가 올수 있는지, 끊긴 강들에는 안전하게 차량들이 소통되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나가기에 앞서 센렌게는 울란바타르에 전화를 해서 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하루 늦추었다. 비행기표가 다음날로 연기됐다는 말에 한시름 놓았으나 여전히 불안요소들은 존재하고 있어 날씨만 좋아지면 곧장 이곳을 빠져나가자고 했다.

어차피 내일쯤이라야 이곳을 안전하게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가 동감했다. 셀렌게와 곧장 이동할 차량과 폭우로 끊긴 도로상황을 알아보고자 핫트갈로 걸어 나오는데 말을 탄 할아버지 한분이 지나가기에 승마를 할 수 있도록 여덟 마리의 말을 마련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오후에 날씨가 좋아지면 마지막으로 대초원과 호수가를 향해 말을 타고 마음껏 달려보고 싶었다. 가능하다는 말에 오후2시쯤 캠프 앞으로 말들을 대기시켜달라고 했다.

마침 비는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이따금씩 햇살이 시내를 비추었다. 비포장 길을 따라 이어진 시내는 30분정도 걸렸다. 변변한 은행도 학교도 공용터미널과 공중전화도 없는 도시에 유일하게 초원비행장이 있지만 이것마저도 요사이 기상상태가 나빠 사용을 금하고 있다. 난 혹시나 날씨만 좋아진다면 이곳에서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 시내 상점을 먼저 들러보고 통신국에서 그 소식을 들어 보려고 발길을 옮겼다.

마을중심가 풍경은 우리네 시골마을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고 초라한 잡화점이 이곳에선 가장 번화했다. 어제도 돌아본 풍경이지만 가게들 앞에는 일부 주민들이 노점에서 열심히 고기류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잘 팔리지 않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선 그곳에서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을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차량을 보고 수배하면서 중앙정보센터 우체국으로 향했다. 중간에 몇몇 차량에 대해 이용가능성을 알아보았으나 번번이 힘들다고 거절당했다. 자포자기하면서 이곳저곳의 사륜구동의 차량들에게 다가가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물었으나 모두들 자신들의 일정에 충실 하느라 우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이리저리 알아볼 대로 알아보고는 실망을 안고 핫트갈 중심부 가게에 들러 맥주와 커피, 직접 만든 빵을 사기위해 인근의 농가에 들러 겨우 맛난 빵 서너 뭉치를 장만해 캠프로 돌아오는데 뜻하지 않게 캠프주인의 사륜구동 승용차를 만났다. 마침 여행객을 태우러 무릉으로 가야한다며 나섰던 차를 잡자기 대하니 기분이 묘했다. 지금은 모든 강들을 건널 수 없었던 모양이다. 돌아오면서 캠프주인장은 무릉으로 함께 떠나도 괜찮다고 했으나 대략 우리 돈 12만원정도의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4인승의 차량에 그들의 가족과 우리 모두가 타고 떠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 다음날 떠나는 것으로 정했다.

캠프주인장은 내일 떠날 것이라면 좋은 짚 차(러시아산 푸르공 12인승 차량)를 수배하여 내일오전까지 캠프로 대기시켜 주겠노라며 숙소를 떠났다. 가게에서 사온 물건들을 내어 보이며 함께한 이들과 점심을 성대하게 차려 먹었다. 날씨는 점점 좋아져 흡수굴 호수가에는 어느새 햇살이 비추이기 시작했다. 오후 2시쯤 말들이 하나둘씩 캠프로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여덟 마리의 말들에 올라탄 우리들은 흡수굴 강가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섰다.

침엽수림의 숲 길 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야산을 넘고 강변에 다가가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호흡하며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불안감을 일시에 해소시켰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이 좋아했다. 야생의 초원에 풀꽃들이 잔잔한 향기를 내품으며 지켜서있는 언덕에 올라서니 기분이 좋다. 지금 말을 타고 몽골의 대초원을 거침없이 달려본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했다. 끝이 보이지 않아 아련한 곳까지 말을 타고는 달려보기를 여러 번, 핫트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그곳에서 양치기 할머니를 만나 내일의 날씨변화도 가늠해 보면서 맑고 깨끗한 쪽빛의 하늘과 강을 마음껏 가슴에 담았다.

초원위에 달랑 비행장이 놓여있는 곳을 향해 달려 보기도하고 우체국에 들러 미얏트 항공기가 초원에 착륙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시내에 들러 시장도 보았다. 이곳에서는 말을 타고 달리면서 시내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상식도 알았다. 시내를 돌아 흡수굴이 시작하는 강가를 따라 숙소로 돌아오는 것으로 해서 다섯 시간동안의 승마를 마무리 지었다. 모두가 맛난 저녁식사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흡수굴에서의 마지막 붉은 노을을 ‘내일은 희망’으로 반겼다.

유난히도 깊은 밤, 밤하늘의 별들이 무수하게 게르로 내려온다. 늦은 밤까지 모두의 게르에는 무사히 초원을 빠져나가 집으로 향하는 꿈들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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