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세상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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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세상을 그리며...
  • 박성율
  • 승인 2015.04.1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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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예수살기 현장예배

예수살기 - 세월호 1주기 팽목항 현장 예배

"팽목항에서 조화순 목사님과 이강실 목사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김희용 목사님의 기도에 더 흐느껴 우시던 조화순 목사님. 지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김희용 목사님의 기도문을 소개합니다. ..우린 현장에서 김희용님이라 불렀습니다. 직분없이 예수를 따르는 동지들이기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하여
김희용 목사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그 날로부터 신의 부재를 보았습니다.
신의 존재와 권능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바다를 가르고, 죽은 이를 살려내고,
눈물을 닦아 주는
그런 신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의 부재와 상관없이 행동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잊지 않겠다고, 함께 행동하겠다고
눈물의 이야기 들어주고,
손 꼬 ~ 옥 잡아 주고, 울어주며, 보듬어 주고,
찾아가 주고, 대접하며, 맞이해 주고,
걷고, 또 걸으며 함께 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동안 내내
촛불 들어 마을을 밝히고
거리를 지켰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 위에 신이 있고
이들이 신이며
신의 나타남입니다.

오, 주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합니다.
무엇보다도 실종자 구조를 원합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있는 사람들은
짐짝들이 아니잖습니까.
“내 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데,
뻘 속에 갇혀 있는 것 다 아는데
1년이 다 되도록 데려오지 못하고 있어요”
흐느끼는 어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온전한 인양도 원합니다.
악마 같은 시행령, 즉각 폐기하라고 외칩니다.
왜?
희생자들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더 이상 죽어 나가지 않도록 지켜줘야 할
살아남은 이들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인지 짐승인지를 구분하는
가늠자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이 시대를 끌고 가는 선구자들인지 모릅니다.
연민과 자선, 보살핌에서 벗어나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먼저 싸우며 앞서 걸어가는
희망의 등불인지 모릅니다.
“시체 장사 한다”고, “자식 팔아 돈 챙긴다”고
연하디 연한 심장을 할퀴는
저 짐승들의 이빨들에 찢기면서도
“이 고통을 다시는 누구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울며 울며 쏟아 붓는
어느 실종자 엄마의 사랑을 보면 말입니다.

한 생명 한 생명을
우주의 가치와 소중함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음습하고 냉기 가득한 역사
봄기운에 멀리 멀리 날려 보내며 살으렵니다.

“다윤아 너무 미안해
너를 찾을 수만 있다면
엄마가 대신 죽을 수도 있는데...
다윤아 너무 미안해
너무 사랑해
보고 싶어 미치겠다”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엄마의 울음을 아직은 잊지 않으렵니다.

주님,
우리들이 촛불 한 개라도 되고
눈물이 되며 기도가 되어
생명 바람이 되게 하소서.
우리들의 숨결 휘어감아 씨줄 날줄로 엮어
생명 나라
정의로운 세상
평화의 삶으로 살아가도록 끌어 올려 주십시오.
끌어 올려 주십시오.

유가족의 심장 속에 붉은 눈물 흘리고 계시며
맹골수도 뻘 속 뼈들 감싸 안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세월호 참사 1년, 기독인 연합예배 성명서

정부는 진실을 가로막는 시행령 폐기하고,
온전한 선체 인양, 배․보상 일정 중단을 즉각 결정하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한 순간에 잃은 희생자 가족들에게 지난 1년은 끔찍한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 울고만 있을 수도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왜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않았는지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정부의 거짓과 무책임 때문입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기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에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국민이 그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분노했습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에 따라 많은 그리스도인 역시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에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고통의 경험으로 하나가 되었고, 광화문과 청운동에서, 안산과 팽목항에서, 전국 곳곳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진상 규명은 요원하기만 하고, 9명의 실종자는 여전히 차가운 바다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희생자 가족들과 6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간절히 요구안 특별법을 누더기 특별법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무력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27일 <4.16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범위를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한정하고, 특별조사위원회 인원을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 조사 대상인 정부 부처 공무원이 특별조사위원회 주요 업무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뒤로 한 채, 생명과 인간 존엄을 위해 거리로 나온 희생자 가족들에게 ‘배․보상’을 운운하며 소중한 생명을 그저 돈과 숫자로 취급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는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정의를 구하며 고통 받는 자를 위하여 신원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사 1:17)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통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적 조사를 방해하는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하십시오.

아벨의 피가 땅에서부터 하나님께 호소한 것처럼(창 4:10), 304명의 억울한 죽음이 저 바다에서 하나님께 울부짖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의로우신 재판장으로서 불의한 일에 분노하시는 하나님(시 7:11)이십니다. 또한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의 역할은 조금의 의혹도 남김없이 진상을 명백히 밝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진상 규명을 바라는 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적 조사를 방해하는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하십시오.

둘째, 정부는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즉각 결정하십시오.

하나님은 인간을 당신의 형상을 따라 존엄한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창 1:26, 시 8:5). 돈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인간의 존엄은 죽음 이후에도 지켜져야 합니다. 시신 수습은 그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살아있는 자들의 마땅한 의무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금도 가족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팽목항을 묵묵히 지키고 있습니다.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온전한 선체 인양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해양수산부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TF'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양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선체 인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요구처럼 온전한 선체 인양을 즉각 결정하십시오. 나아가 조속한 인양을 위한 종합 계획 수립을 시급히 추진하십시오.

셋째, 정부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배․보상 일정을 즉각 중지하십시오.

희생자 가족들은 정부가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선체 인양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모든 배․보상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은 어떤 금전적 보상으로도 맞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내 가족이 왜 죽어야 했는지 알려 달라는, 진상 규명이 최우선이라는 가족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4월 1일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가족들이 보상금을 더 받아내려고 떼쓰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려는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정부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배․보상 일정을 즉각 중단하고 그에 앞서 진상 규명과 선체 인양이라는 정부의 마땅한 책임을 우선 실시하십시오.

우리는 생명을 아름답게 창조하시고, 정의의 기둥으로 세상을 통치하시며, 평화로 피조세계를 완성하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숨겨진 불의를 심판하시며 가난한 자를 편드시고 위로하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2015년 4월 14일

세월호 참사 1년,
시행령 페기, 선체 인양, 배․보상 일정 중단 촉구를 위한 기독인 연합 예배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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