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생태기행(9)] 자연에 순응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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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생태기행(9)] 자연에 순응하는 삶
  • 류기석
  • 승인 2009.10.0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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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흡수굴에서 핫트갈까지

몽골여행 구일째 되던 날, 흡수굴 첫 베이스 캠프에서 연일 쏟아지는 폭우로 기대했던 일정들을 포기하고 재빨리 산을 넘고 여러 숲 속의 가파른 협곡을 빠져나와 핫트갈에 다다랐다. 마지막 계곡을 건너오면서 보니 엄청난 계곡물이 삽시간에 온 초원의 길들을 덮고 강으로 변해 우리들이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조금만 여유를 부렀다면 여지없이 여러날을 흡수굴에 갇혔겠구나 생각했다.

핫트갈에서는 분위기와 전망이 고루 갖춘 캠프에 도착, 늦은 저녁 10시경에야 짐을 풀어 놓을 수 있었다. 비바람이 부는 흡수굴 호수가 옆 두 곳의 게르에서는 장작난로가 연신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몸의 냉기를 가셔주고 있었고, 함께한 여인들은 저녁밥을 지으려고 분주했다. 식수로 쓰이는 물은 풀꽃단장을 한 게르에서 조금만 걸으면 작은 파도가 넘실대는 너른 흡수굴 호수가로 나가 양동이로 기러다 먹는다. 가족들은 이러한 멋진 풍경을 가슴에 담으며 곧이어 행복한 밤을 맞게 될 것이다.

모두들 이번 우기에 신경을 많이 썼던 모양이다. 역시 이국멀리 몽골 땅에서 먹어보는 밥과 다양한 반찬은 흡수굴에 오기 전 준비를 철저히 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밤새 태양이 찬란하게 떠오르는 내일을 기대했었는데 밤새 많은 비바람으로 예상을 빗나갔다. 더욱이 몇 미터 거리에 있는 흡수굴 호수와 우리의 게르 사이에는 밤새 상당한 긴장감이 조성되었으나 물량에는 변함이 없었다.

정확히 2006년 7월 22일도 여지없이 비가 내렸다. 우리일행이 몽골 울란바타르 공항에서 한국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7월 24일 오전이다. 계속하여 이곳 핫트갈에서는 비행기 이착륙이 되지 않아 최소한 7월23일은 무릉공항까지 도착해서 울란바타르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걱정이 되긴 하지만 솟아날 구멍이 있으리라 안심하면서 아침을 몽골식 빵과 컵라면으로 대충 먹고는 하늘을 원망하면서 캠프주변에 피어있는 야생화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고는 게르에서 쉼을 가졌다.

현지안내를 맞은 몽골인 셀렌게는 인근에 있는 몽골인들과 접촉하면서 앞으로의 기상과 교통상황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마침 캠프주인이 들러 전날 폭우에 대한 도로 유실에 대한 사태를 전하기는 했는데 우리들에게 온전히 이해를 못시켰는지 자신의 차에 탈것을 권해 함께 시내동향을 살피기 위해 외출했다. 핫트갈 시내로 향하는 초입부터 많은 비로인해 도로가 유실되고 시내를 잠깐 들렀으나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캠프주인의 차에서 어제 밤 내린 예상외의 폭우로 무릉으로 가는 세 곳의 강들이 물에 잠겨 교통이 두절됐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이어 주인장의 차는 비포장 길을 따라 핫트갈을 벗어나 어디론가 달려갔다. 이윽고 캠프주인이 보여주고자 했던 상황의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핫트갈 강둑입구에는 여러 대의 자동차와 사람들이 모여 강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대한 물살이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는 기가 막힌 모습이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함께한 가족들은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지금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나는 기가 막혔다.

지난번 핫트갈을 향해 들어올 때의 자갈뿐이었던 모습과는 다르게 강바닥에는 엄청난 량의 물길이 줄지어 오고갈 이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었다. 더군다나 강 중간 모래자갈이 쌓인 곳에는 두 마리의 말과 함께 사람이 두 명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오고가지 못해 이내 포기해버린 처량한 신세의 그들을 보니 문뜩 마음이 심란해 지기 시작했다. 여행 중 힘든 일이 생길 것이라는 각오로 머나먼 몽골하고도 오지의 흡수굴에 발을 옮겨 놓았지만 막상 겪는 대자연의 힘 앞에 나로서는 속수무책임을 발견했다.

강둑에선 서양인으로 보이는 여행객중 바쁜 일정으로 안달하는 모습과 물난리로 어수선한 여행자들의 풍경이 낮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돌아 나오며 시내 중심가에 있는 우리네 우체국과 같은 통신국에 들러 각종 피해상황과 무릉으로 향하는 도로와 항공기 사정을 확인한 후 하트갈 시내에 들렀다. 어젯밤 많은 비로 이곳으로 통하는 통신과 교통시설들이 두절됐다는 소식뿐 희망적인 소식은 그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다. 시내 통신국도 외부와의 통신이 두절되어 한가했고 오가는 차량들도 현저하게 줄었다.

이내 숙소로 돌아오면서 불통되었던 공중전화가 통화되면 곧바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하루 늦출 것을 셀렌게에게 전했다. 어수선한 핫트갈 시내에 잠깐 들렀다가 전해들은 이야기는 어젯밤 폭우로 우리와 같이 흡수굴 안쪽에서 나오던 여럿의 외국인들이 급류에 휩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등골이 오싹했다. 종합해 보면 계속된 폭우로 핫트갈 세 곳의 강들이 범람하는 바람에 이곳으로 향하는 모든 길들은 끊겨 도로가 사실상 폐쇄됐다는 말이다.

오후 내내 비와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아래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흡수굴 호수를 원 없이 바라보며 청정한 호수의 물로 마시고 씻기를 밥 먹듯이 했다. 게르에 누워 활활 타오르는 장작난로에 걱정도 근심도 묻어두고는 낮잠을 청해 보았지만 마음만은 조금도 여유로움을 허락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바쁜 일정이 예정되어 있는 이나 내가 시간을 잊고 호사스런 분위기를 누린다는 것은 하늘이 용납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초조하게 저녁을 맞고 잠깐 비가 그친 밤하늘의 붉어진 노을에 내일의 태양을 그려본다.

흡수굴의 밤하늘에 빠르게 지나치는 구름들 틈새로 가끔씩 비치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내일은 장엄한 태양이 꼭! 비바람을 헤치고 초원으로 나와 주기를 여행자 모두는 간절하게 자신의 신께 소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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