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생태기행(8)] 흡수굴 대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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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생태기행(8)] 흡수굴 대탈출!
  • 류기석
  • 승인 2009.10.0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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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그리고 프랑스 3개국의 여행객들과의 호수 투어와 홍수

우리는 말 대신 털털거리는 자동차를 임대하여 호수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몽골인들이 신성한 어머니에 비유하는 흡수굴 호수를 멀찍이서 넋을 놓고 바라본다. 흰색의 바위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 주변에는 야크와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각각의 캠프마다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작은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전통가옥인 게르(ger)가 딸려 군데군데 오가는 이들을 반기고 있는 듯 보였다. 이곳에 있는 ‘게르 바즈’는 천막호텔로 몽골인들이 짧은 여름밤을 즐기는 곳이다. 호수 주변으로 3~5㎞ 간격으로 이러한 게르 바즈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산악지형인가 싶더니 침염수림 사이로 오솔길이 나있고 옆으로는 호수가의 은빛 자갈들이 배를 가르고 너무도 조용히 잠자고 있다. 이윽고 다다른 곳이 호수에 또 다른 호수를 품은 톨고이트 캠프에 다다랐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산과 호수를 바라다보는 언덕위의 캠프는 주변의 풍광과 어울려 낭만적이었다. 상큼한 쪽빛으로 어른거리는 바다 같은 호수에 앙증맞은 들꽃들과 햇살이 우리들을 반긴다. 캠프 못 미쳐 에는 커다란 배가 한척 묶여 있어 알아보니 흡수굴 호수를 왕래하는 유람선이다. 안내자 셀렌게에게 배를 탈 수 있는지와 가격을 협상해 달라고 주문하고는 차안과 밖에서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

▲ 주변의 경관이 온통 푸른 숲의 바다로 이루어진 톨고이트 캠프 전경



몽골인들은 호수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가 보다. 울란바타르시내 곳곳의 사진과 그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흡수굴 호수다. 사막과 초원지대에는 물이 귀하고 숲이 있는 산이라도 계곡물을 담고 있는 풍경은 그리 흔하지 않으니 자연 그들에게는 물이 신성하게 여겨지는 것도 별 무리가 없다. 캠프의 주인과 여행객들이 안내자 셀렌게와 연쇄적으로 배를 타기위한 이야기를 한참동안이나 주고받는다. 결국에는 배를 타기로 했다.

배 삯은 이곳에 묶고 있는 프랑스인 2명과 일본인 2명이 50%, 우리들 6명이 50%를 지불하기로 했다. 물론 각각의 몽골안내인들과 푸르공 기사 아주머니는 무료다. 배편을 기다리는 동안 호수가에서 돌을 줍고는 서둘러서 컵라면으로 화려한 점심식사를 했다. 호수가 옆으로는 배한척이 정박해 있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우리들이 타고 온 차량이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졌다. 초원에서의 식사는 따끈한 컵라면 이라면 최고다. 간편하고 맛 또한 기막히다. 바람이 덜한 곳을 찾아 둥그렇게 모여 몽골의 빵과 함께 끊는 물을 부어 만든 라면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멀고먼 몽골 땅에서 우리의 컵라면을 맛보았다. 먹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 맛의 비밀을 모를 것이다. 몽골의 변변치 못한 과일과 단팥 속 없는 빵을 먹고는 짧은 휴식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문제는 추위였다. 더구나 배를 타고 바람이 부는 호수에 나아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 했다. 해서 급하게 바람막이용 옷들을 셀렌게에게 구해달라고 했다. 다행히도 푸르공 여주인이 몇벌의 옷들을 차에서 꺼내주었고 부족한 부분은 톨고이트 캠프에서 두꺼운 옷가지를 제공해 주었다.

흡수굴 호수 위를 떠나는 배안은 흥분됐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프랑스 3개국의 관광객들이 같은 배에 올라 흡수굴 호수를 누비는 기분 또한 묘했다. 차가운 호수바람과 푸른빛의 물결이 출렁이는 호수는 점점 지저분함에서 깨끗함으로 변하더니 우리를 호수 한가운데로 안내했다. 초기 강가는 깨끗하다 싶더니 중간으로 갈수록 각종 이끼류와 식물들의 잔해로 더러웠다. 그동안 비로인한 오염 이었을까. 얼마를 더 들어가니 또다시 깨끗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 망망한 대해를 연상하는 흡수굴 호수는 수심이 아주 깊다.



호수가 주변의 큰 산들은 나무가 별로 없이 하얀 바위만으로 뒤덮여 있었다. 풍성한 구름사이로 햇살이 숨을 죽였다가는 이내 모습을 드러내곤 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더니 2시간 남짓 호수를 가로질러 가다가 호수 한가운데 수많은 갈매기들이 보금자리인 악어섬을 발견했다. 작은 악어섬이 호수가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나와 있기에 배를 대고 섬을 걸어보는 줄 알았으나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갈 때는 배안이 어찌나 춥던지 선실을 드나들면서 추위를 달랬던 기억과 선실앞쪽에서 아내와 달콤한 낮잠을 잤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호수가 여행을 마치고 5시쯤 되어 숙소로 차를 돌렸다. 산길 옆으로 펼쳐진 초원에 야크들이 풀을 뜯고 엉성한 나무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전통적인 몽골인들의 삶을 말해주는 듯 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추위에 달구어진 볼은 붉었다. 핏빛보다 짙게 물들기 시작하는 흡수굴에 어둠이 찾아오기 전 캠프에 도착했다. 때마침 푸르공을 여자에게 맡긴 아저씨가 술에 취해가지고는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한 항의로 돈을 추가로 요구했으나 더 이상 주지는 않았다.

여행하다가 깨진 보온병과 짐들을 내리고는 캠프주변의 숲 속으로 야생화 촬영을 나갔다가 돌아왔다. 산속에는 단 종의 침염수림만이 있어 숲의 다양성은 없었다. 캠프의 아이들과 배구를 하고는 저녁식사를 하고난 후 해질 무렵 아이와 함께 캠프내에 있는 찜질 방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외관은 그럴듯한 통나무집에 허름한 샤워부스에는 아주 적은양의 물만이 졸졸 샤워기를 통해 흘러내릴 뿐 충분하게 몸을 적신다는 것은 꿈이다. 대충 물을 축이는 둥 마는 둥 바가지에 물을 담아 찜질 방으로 들어갔다. 한쪽구석에 벽난로로 보이는 곳에 단단한 호박돌이 얹혀있고 밖에서는 연신 불을 지펴 그것들을 달구어내고 있었다. 뜨거워진 돌에 물을 조금 뿌려주니 수증기가 소리를 내며 흰 연기를 뿜었다.

찜질 방에는 어느새 수증기와 열기가 뒤섞여 뜨거워지고 있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얼마 후 찜질 방을 나와 샤워를 하려고하니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물을 무척이나 아끼는 모양이다. 이곳은 각각에 업무가 분장되어 있어 찜질 방을 운영하는 아줌마가 따로 있었다. 충분한 찜질과 샤워 한번을 제대로 못해보고 우리는 각각 1달러의 목욕 비를 지불해야만 했다.

▲ 당찬 야크와 허름한 통나무 집,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는 소박한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불빛도 없는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암흑이 찾아든다. 서쪽 능선을 붉게 태우던 해도 넘어가고 주위는 온통 어둠 속에서 저마다의 캠프에서 새어나오는 초불만이 반짝인다. 가녀린 별빛만이 자정을 밝혀주는 밤, 쌀쌀하지만 게르 안에는 두 겹으로 된 두툼한 이불과 장작 난로가 있어 아늑하다. 난로에 장작불을 연신 지펴 따스하게 만들어 놓은 다음 흡수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내일의 여행에 대한 기대를 음미해 본다.

구수한 장작 타는 냄새를 맡으며 새벽녘에 잠에서 깼다. 게르 이곳저곳에서 빗물이 스며들어 마루바닥을 적신다. 충분한 장작을 날라다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보며 빗물이 새지 않는 쪽으로 침대를 옮기 우고는 호수주변으로 끝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예사롭지 않은 비다. 일단 아침밥을 거나하게 해먹고는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줄곧 내렸다. 오후 4시까지 비가 내리면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하고는 오전은 근처 유목민의 집을 방문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초원을 가로질러 작은 통나무집을 노크하니 팬티만을 걸친 주인장이 나와 보다가 들어간다. 잠시 후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 나온 주인장은 자기집안으로 안내하여 장작난로 옆에서 차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대접했다. 침대에는 아내가 누워있고 태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를 다른 여자가 돌보고 있었다. 한국친구가 있다며 주인아저씨는 무척 친절하게 대해준다.

혹!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호수가에 나가 비를 맞으며 가슴을 열어 얄미운 하늘을 본다. 하늘보다 더 푸른 광활한 호수의 숨결이 느껴지는 흡수굴. 원시의 대초원과 유목민의 순박한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흡수굴은 과연 몽골의 숨은 진주일까 생각하다가 한 팀의 한국인 여행객들을 표정 없이 캠프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빠르게 캠프 앞을 통하여 흡수굴을 빠져나가는 행렬인 듯 했다. 아침 겸 점심식사가 끝나고 안내인 셀렌게에게 우리들이 탈 수 있는 차량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는 함께 내추럴도어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차량은 내일오전이나 가서야 구할 수 있다고 귀 뜸한다.

밤새 예상치 못한 큰비가 오후 들어 더욱 거세게 내렸다. 한가로이 게르 한쪽에서 쉼을 즐기고 있는데 셀렌게가 달려와 나가는 빈 짚 차가 있다고 보라는 것이다. 나가보니 기껏해야 4~5명만이 탈수 있는 아주 작은 짚 차였다. 하지만 예사로이 보낼 수는 없어 운전사에게 현재의 흡수굴 도로상황과 날씨에 대하여 물으니 곧 도로가 물길에 잠기거나 넘칠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 나가지 못하면 아주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순간 이곳에 고립되면 비행기를 탈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겠다싶어 짐을 싸기로 했다. 짚차 기사에게는 정확히 30분후에 출발하기로 하고 두 곳의 게르에서 짐을 챙겼다. 비가 오는 와중이라 짐을 나르는 것도 문제가 되었지만 그곳 캠프의 친절한 식구들이 일일이 날라주고 우리를 배웅했다. 차안에서 캠프비용과 깨뜨린 물병 값을 지불하고는 아이들에게 선물과 용돈을 주고 운전사까지 모두 8명이 짐과 함께 차량에 차곡차곡 채워졌다.

거센 비바람이 우리들의 발길을 빠르게 하트갈로 향하게 했다. 우리가 왔던 길들은 어느새 불어난 물로 넘치는 계곡이 되었고, 곳곳의 계곡에는 흐르지 않던 물길이 모여들고 있었다. 몇 차례의 물이 가득 찬 계곡을 힘겹게 넘던 짚 차는 하트갈에 인접해서야 이 비로 인한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던 지를 보여주었다.

간신히 급류가 흐르는 강변을 거쳐 하트갈에 도착했다. 운전사 아저씨와 안내인 셀렌게가 우리가 편하게 쉴수 있는 캠프를 찾아보던 중 호수가 바로옆, 운치또한 멋드러진 하트갈 게르 캠프(HATGAL GER CAMP)에 짐을 풀었다. 장작난로에 넉넉한 불을 지피니 긴장했던 여독이 솔솔 풀리는 듯 마음이 편했다. 우중에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함께 대탈출을 감행했던 것인데 아무탈이 없어 다행이다. 이제는 모든것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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