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생태기행(6)] 신-디지털 유목민의 오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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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생태기행(6)] 신-디지털 유목민의 오지생활
  • 류기석
  • 승인 2009.10.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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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돌, 햇빛과 바람, 야크와 순록을 키우는 호수와 조우했다.

러시아 동쪽 시베리아와 중국 내몽골 사이에 있는 고원국가인 몽골(Mongolia)은 13세기 무렵 칭기즈칸에 의하여 인류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소유했던 나라다. 현재 찬란한 몽골의 문화가 남아있는 내몽골은 중국 영토로 편입시켰고,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가 있는 바이칼인근은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으나 실은 이 땅들은 몽골 땅이었다. 이번 몽골 여행은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부터 시작되어 흡수굴까지 이어졌다.

   
▲ 울란바타르를 출발 1시간30분 만에 무릉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작고 초라한 공항과 45인승 경비행기가 살가웠습니다.

몽골여행은 단연 초원이며, 청정의 자연을 만나보는 것이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점점 완벽한 야생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들판이나 평원과 닿아있는 하늘하며 이들의 눈에 비치는 장면에는 거칠 것이 없다. 그래서 독수리처럼 밝은 눈을 가졌을 게다. 일단 몽골의 알프스하면 떠오르는 곳이 세 곳 있다.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 해가지고 뜨는 장관과 별이 쏟아지는 장관은 고비사막에서 초원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바위산들과 기암괴석들이 즐비한 산악형 지역과 깨끗한 톨강변의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은 테룰지, 2,000M이상의 고산지대에 넓게 펼쳐진 분지는 맑은 물을 간직한 호수와 함께 항상 깨끗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받고 드리쉴 수 있는 곳이 흡수굴이다.

흡수굴은 몽골에서도 북서쪽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닿아 있으며, 오염되지 않은 물과 민물연어의 일종인 타이멘 등이 풍부한 어족으로도 유명하다. 끝없는 초원의 나라 몽골에서 흡수굴은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호수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울란바타르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 정도 소요 되는데 45인승 쌍발 프로펠러기에 몸을 맡기고는 흡수굴의 관문인 하트갈 공항까지 가려했지만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무릉공항에 내렸다. 하트갈공항은 초원에 게르만이 덩그러니 너른 풀밭을 활주로로 사용하는 곳에 세워져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이·착륙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릉공항에서 또다시 한 시간 이상을 달려 흡수굴 초입의 하트갈 시내를 거쳐 내륙 깊숙한 호수인근에서 유목생활을 즐겼던 것이다.

   
▲ 마야투어 캠프 숲 속으로 비추이는 흡수굴의 아침햇살에 가던 길을 멈추었다.

방대한 영토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몽골에서는 항공편이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여행하면서 우연히 동료여행자로부터 몽골항공사의 MIAT에 대한 영문 해석을 듣게 되었다. ‘아마도 나는 오늘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Maybe I’ll Arrive Today)’ 처음에는 중국에서와 같이 시간개념이 없는 민족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허다함을 빗댄 말인 것이다.

무릉공항에서 러시아제 푸르공이라 불리는 승합차를 타고 삭막한 무릉시내를 지나 하얀 암석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 대초원 야생의 분홍꽃들이 널린 풍광을 감상하며 변변한 다리하나 없는 세곳의 강을 건너 흡수굴 호수의 장관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광활한 초원에서 소박한 공간인 게르만을 의지해 하룻밤을 묵은 신-디지털 유목민들에게는 원시적인 게르의 생활이 낯 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잔잔한 호수가로 향하면서 물과 돌, 햇빛과 바람, 야크와 순록을 키우는 호수와 조우했다. 일출과 일몰은 단연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호수뿐 아니라 주변의 작은 숲 위로 옅은 안개가 신비함을 더하며 얹혀있다. 일교차가 커 해가 뜨기 전부터 물안개가 호수 주변으로 낮게 깔리며 짙게 드리워진 안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넓은 초원을 촉촉이 적신다. 길게 드러누운 호수의 머리 부분에서 커다란 해를 토해 놓는 장관은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반짝인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어느새 솟아 오른 햇살은 사방을 두루 광명하게 만들었다. 이곳의 여름은 낮이 길어 좋다. 오전 6시에 해가 뜨고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사라지니 하루해가 무려 17시간이나 지속되는 것이다.

   
▲ 이른아침 호수가를 산책하다가 만난 캠프 주인장과 일군들은 열심히 펌프를 수리하고 있었다.

호수의 북쪽 끝머리는 만년설로 뒤덮여 있고, 정상 서쪽에는 해발 3,000m가 넘는 차강올 산이 우뚝 서 있다는 ‘차강 올’은 몽골어로 에델바이스를 뜻한다. 우리말로 풀어 보면 흰색의 산이란 뜻으로 산 전체가 하얀 에델바이스 꽃과 같은 산으로 둘러져 있다한다. 우리는 해발 2,200m가 넘는 흡수굴 초입에 해발 2,700m인 하샤 산맥들이 우뚝우뚝 솟아 두른 풍경에 초록 대지들과 쪽빛 호수를 감싸 안은 곳에서 막 첫 번째의 아침을 맞았다. 울타리라는 뜻의 하샤 산은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하며 2시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길옆으로 에델바이스와 보라색의 붓꽃 등이 지천으로 피어있다는 그곳의 너른 정상에는 각종 야생화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니 다음번 흡수굴 여행계획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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