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생태기행(5)] 쪽빛하늘의 하늘과 호수를 품은 흡수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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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생태기행(5)] 쪽빛하늘의 하늘과 호수를 품은 흡수굴
  • 류기석
  • 승인 2009.10.06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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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트 숨베르에 있는 울란바타르대학교 농장을 떠나며...

다음날 바트 숨베르에 있는 울란바타르대학교 농장을 떠나는 날이다. 유난히 햇볕이 좋은 날씨다. 우리들의 그레이스 봉고차는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을 보내고서야 도착했다. 왔던 길을 되돌려 초원 속으로 항해하듯 달리다가 역시나 언덕길을 만나면서부터 맥을 추지 못했다. 잠시 쉬면서 형형색색 아름다움을 꽃피운 야생화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앞으로 허브견학은 유럽이나 일본이 아닌, 이곳으로 와야겠다. 돈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야생의 허브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다시 가던 길을 되돌아 길이 없는 무법의 초원을 가로질러 색다른 묘미를 찾아 우회했다. 제법 많은 차량들이 이용했던 길이라 비포장 길이 잘 닦여있었다. 이곳도 언덕길이 포함되어있어 잠시 동안 걸었지만 그곳에서 여러 종류의 들꽃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몇 시간을 달리니 2차선의 포장길이 반갑게 마중 나왔다. 곳곳에는 게르로 만들어 놓은 캠프장이 보였고, 울란바타르에 가까이 올수록 시끄럽고 복잡했다.

시내에 들어가 제일먼저 들른 곳은 미아타 항공사였다. 내일 경비행기를 타고 흡수골로 떠나는 날이라 미리 예약해 놓은 항공기의 승차권을 끊기 위해서였는데 아뿔사 예약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가이드들은 미아타 항공사직원과 여러 차례 상의를 해보고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울란바타르 대학교에 잠시 머물다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게스트 하우스 담당자는 여행스케줄이 일정하지 않은 우리일행의 숙소가 불확실하여 어려움이 많았단다. 간신히 두개의 방을 얻고는 그동안 씻지 못한 몸과 마음을 열심히 보듬었다. 그런데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마요주 1.5리터짜리 한 병이 발효하면서 폭발해 게스트하우스 룸이 온통 마요주로 뒤범벅되어 양젖냄새로 가득했다. 흡수굴에서 먹을 식량을 확보하기위해 나선 아내가 없는 통에 아이들과 열심히 게스트하우스를 대청소하는 소동을 치렀다. 앞으로 몽골에 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은 절대로 마요주 뚜껑을 막고 가져오면 폭발할 위험이 있음을 명심할 것.

해맑은 아침햇살이 울란바타르대학 게스트하우스를 깨웠다. 오늘은 흡수굴로 떠나는 날이다. 미아타항공 티켓을 끊기 위해 서둘러 징기스국제공항에 나가 대기해야만 했다. 노심초사 저마다 살림에 필요한 짐꾸러미들을 가지고는 대합실 한쪽 귀퉁이에서 기다리다가 바타의 친구가 미아타 항공사에 근무하는 덕에 무난하게 흡수굴행 비행기 티켓을 거머쥐어 울란바타르를 떠나게 되었다.

이번 흡수굴여행에는 안내자 셀렌게만이 우리와 동행하게 되었다. 화려하지 않은 44인승 경비행기는 권위적인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곳에서는 초코렛과 사탕 한 개만이 서비스로 나왔다. 하늘에서 바라다 본 몽골의 대초원과 산악지대 는 끝없이 넓었고, 구불구불 사방으로 향하는 길들과 세렝케티 강이 주는 역동성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산과 들에는 온통 초록의 풀들만이 무성한데 이따금씩 사막화 되어가는 곳도 있어 속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정책적 안목도 필요하리라고 생각했다.

3시간쯤 날아오르다 도착한 곳은 무릉(MERON)이다. 꾸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작고 초라한 공항은 쉽고 간단하게 수속이 이루어졌다. 무릉공항을 걸어 나오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짐을 가지고 공항 밖으로 나가니 러시아식 짚 차 프르공이 대기하고 있었다. 주변이 온통 척박한 땅으로 둘러싸인 무릉을 향해 달렸고, 무릉 시내에는 푸르름의 생동감과 발랄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직 나무판자와 벽돌로 만들어진 집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코리안 레스토랑이 눈에 띄었다. 얼~씨구 지~화자! 식당에 들어가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시키고는 기다렸다. 김치볶음밥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나머지 음식들은 기대이하로 억지로 목구멍으로 넘겨야 했다. 모두들 낭패를 맛보고 고약한 무릉을 서서히 빠져나왔다.

▲ 야생들꽃들이 널부러진 초원에 나뒹그러진 그레이스는 작은 언덕에도 맥을 추지 못했다.

 

편안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사막한 시내를 한 바퀴를 돌아보고 우리네 60~70년대 만물시장도 구경했다. 특별히 가스레인지를 사려고 여러 슈퍼마켓을 찾아가 보았는데 가스레인지는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다. 가스통만 가지고 떠난 흡수굴 행. 아직도 흡수굴을 가려면 4~5시간을 족히 걸린다. 무릉에서 흡수굴은 완전 비포장 길이다. 새로운 초지를 향해 이동하는 유목민들처럼 우리도 끝없이 이어진 초원의 길을 따라 죽음과 생명이 교차하는 이들의 문명지를 차로 달린다. 중간 중간에 야생화들의 집단 서식지들을 바라보는 그리움이 있어 그런대로 지루하지는 않았다.

침엽수림의 소나무 군락들이 점점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고 있을 때 프르공은 잠시 멈추어 쪽빛의 하늘과 양떼의 구름, 초록의 물감을 들인 들판과 숲을 통해 미지의 땅으로 왔음을 실감케 해준다. 차는 또다시 하얀 석산골짜기를 가로질러 자갈이 수북이 쌓인 강을 건너 멀고먼 흡수굴로의 입구에 들어섰다.

흡수굴 입구에서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고, 한사람이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우리의 가이드 셀렌게는 공원관리인을 잘 설득하여 저렴한 입장료를 내게 했다. 덤으로 커다란 쓰레기용 비닐도 나누어 주었다. 흡수굴을 향하는 여러 갈래의 강줄기들은 깨끗했고 힘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오후8시경이 되어서야 흡수굴 초입에 있는 작은 도시 하트갈(HATGAL)에 도착했다. 그곳에 있는 네이쳐스도어(NATURE'S DOOR)에 묵으려 하다가 강가랑 너무 떨어져 있고 주변 시설들도 좋지 않아 프르공 기사와 이야기하여 더욱 안쪽에 있는 캠프로 가자고 했다. 하트갈에 도착하면서 내리던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렸다. 제대로 길이 놓여있지 않은 숲길을 따라 강을 건너고 언덕을 넘어 인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으로 차는 달렸다.

천천히 걸어도 숨이 차오르는 고원위에 펼쳐진 폭 50km, 길이 150km에 이르는 제주도만한 거대한 천연호수 흡스굴, 사륜구동 자동차가 아니라면 애당초 접근조차 어려운 산악지형 해발 2,300미터에 바다 같은 호수를 품은 땅, 자유로운 이동을 소망하는 말과 양 그리고 야크들이 한가로이 호수주변을 거닐며 풀을 뜯고 있는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산림 숲이 가슴속을 시원하게 휘감는다.

초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울창한 산림, 길 따라 이어진 계곡들은 하나같이 물이 흐르지 않고 말라 있었다. 산속 길을 천천히 오르던 차창 밖으로 야생의 들꽃무리들이 빗물에 더욱 생기를 얻어 보일 때 쯤 갑자기 경찰차가 와서 우리차를 세운다. 올라오는 차가 있을 경우, 내려오던 차는 반드시 일단 정지를 하고 가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운전사의 면허증을 가져다보고 딱지를 끊고는 가버렸다.

우리가 보기에 그 경찰관의 얼굴을 붉어 있었고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숲길을 따라 난 고개를 넘자마자 좌측으로 캠프장이 하나 둘 보였다. 조금 더 가니 흡수굴 호수가 보이는 곳에 아담한 캠프가 있어 물어보고는 그 옆에 있는 네이쳐스 도어를 숙소로 정하기 위하여 현황을 살폈다.

오후 10시쯤 도착하여 결국에는 마야투어 캠프(MAYAR TOUR CAMP)로 숙소를 정하고는 프르공 운전사 아저씨께는 얼마간의 한국 돈을 채워 9만원정도를 주어 보냈다. 두 곳의 게르에 짐을 풀고는 저녁노을로 붉게 물든 호수와 3,000미터가 넘는 하얀 산들을 마주 대하고는 뜨끈한 장작난로와 따스한 보온 통의 온기를 느끼며 행복한 밤을 맞았다.

 

▲ 몽골인들은 가난하지만 야생의 풀꽃(허브)들이 언제나 피고 지는 감동의 땅, 생생한 느낌의 땅으로 누구에게나 넉넉한 자유와 풍요를 덤으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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