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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교감하는 삶이 '최고'
‘2번째 삶’을 공유하는 생태공동체마을, 보은 선애빌
2013년 10월 04일 (금) 11:46:59 정기석 tourmali@yahoo.co.kr

 [본 새마갈노(www.eswn.kr)에서는 정기석님의 글과 사진을 정리하여 아래와 같이 소개드리고 있습니다. 참고바랍니다. 편집인 주]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생태주의 원리에 근거하여 해결하는 ‘생태주의 공동체’.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하늘을 사랑하고, 우주를 사랑하는 ‘사랑의 공동체’. 사람은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경험을 통하여 무엇을 배우고 가야 하는지 어떠한 삶을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깨닫는 ‘영성의 공동체’. 인간 본성에 닿은 문화, 마음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파장이 들어 있는 예술문화 구현을 위한 ‘선문화 공동체’. 보은 기대리 선애빌은 이렇게 ‘2번째 삶(Second Life)’을 공유하는 생태공동체마을이다.

선애빌은 매스컴을 많이 타는 마을이다. 이야기 거리가 되는 남다른 마을이기 때문이다. 최근 EBS '하나뿐인 지구'에서는 특별방송까지 제작해 방송했다. <행복의 조건, 선애마을>이라는 가볍지 않은 제목을 달았다.

   

“각박하고 지쳐가는 도시생활과 물질주의의 대안의 삶은 무엇인지?, 제도권 교육의 현장을 벗어나 학생이 존중되고 인성을 키우고 진정한 성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몇 개월에 걸쳐 집중촬영을 하며 선애빌에 찾았다. 그리고 자신있게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지금까지와는 좀 더 다른 행복, 살아가는 생생한 기쁨을 엿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 KBS ‘인간의 조건’도 경쟁하듯 선애빌을 찾았다. 유명 개그맨들을 내세워 '전기 없이 살기' 체험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빗물 저장 시설로 텃밭을 가꾸는 장면, 낮 동안 충전한 태양열로 전등을 밝히는 장면, 생태화장실에서 배설물을 퇴비 자원으로 순환하는 장면 등이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이었다는 후기다.

지난해에는 충북환경연합에서 마을부문 '충북환경대상'을 수상했다. “생태공동체, 지식 및 교육 공동체를 지향하며 60여 명의 귀농인들이 '맑게 밝게 따뜻하게' 살아가는 동네로, '전기 없는 체험마을'을 모토로 한 생태문화, 대안동력, 대안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선문화 체험마을”이라는 게 수상 이유다.

생태적인 귀농인들의 명상공동체마을

   

선애빌은 충북 보은군 마로면 기대리에 자리잡은 생태마을의 이름이다. ‘선을 사랑하는 이들이 일군 마을’이라는 뜻이다. 27세대 55명의 귀농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곳 외에도 충주, 전남 영암·나주·고흥 등 4곳에 6개 선애빌 마을이 더 있다.

보은 기대리 선애빌에는 마을 별명이 하나 더 있다. 선애빌 녹색농촌체험마을이다. 매월 3일 간의 '전기 없는 날' 문화축제, 생태명상스테이, 지구힐링콘서트 등 힐링 프로그램, 웰빙 및 웰다잉 프로그램, 자연교감 영농 등 학생, 일반인, 기업임직원을 위한 체험문화 프로그램 등은 다른 마을에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전기없는 날의 행복'이란 여행상품은 문화관광부의 생태관광 인증까지 받을 정도다..

선애빌은 2010년에 조성됐다. 환경, 에너지, 인간성 회복 문제를 극복하려는 데 뜻을 같이하는 귀농인들이 모여 만든 생태마을이다. 모두 ‘2번째 삶(Second Life)’을 살아보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 약사, 교사, 만화가, 법무사, 명상가, 목수, 의사, 환경운동가 등 주민들의 경력도 다채롭다.

특히 환경,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아는 특별한 주민들이 모였으니 ‘전기 없는 날’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일상 생활에서는 전기를 쓰되 최소한의 양만 사용한다. 세탁기는 3가구당 1대, 난방은 화목보일러다. 텔레비전과 냉장고는 아예 없다. 식사는 마을공동식당에서 모두 모여 함께 한다. 태양열조리기도 갖추고 있다.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은 ‘전기 없는 체험의 날’ 행사에 참여해 ‘전기 없이 살아볼 수’ 있다.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안 되니 따로 할 게 없다. 그저 책 읽고, 명상하고, 대화하고, 산책하게 된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어색한 무료함을 달랠 수도 있다. 마을 뒷산의 잔가지를 주어 솟대 만들기, 산야초를 채취해 효소 만들기, 아궁이에 장작 때서 밥 짓기 등은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다. 말그대로 일과 삶과 놀이가 하나되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8가지 길’ 맨발걷기 코스에서 슬로우 힐링 맨발걷기 명상도 의미있다. “땅과 살을 맞댐으로써 자연의 에너지를 받아 생체 리듬을 회복하고, 정신적으로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안정감을 가지며 스스로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는 게 선애빌 이종민고문(45세) 설명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자가 동행하며 도움을 준다.

마을 안에는 출판사도 있다.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에 정착해 마을을 만들어가는 마을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생태공동체 뚝딱 만들기>를 펴내기도 했다.

‘인생이모작(Second Life)’의 실현지, 선애빌

보은 선애빌의 27세대 주민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내려왔다. 일부는 5도 2촌 생활을 한다. 독신 가구도 있다.

   

“구성원 대부분 도시에서 생활할 때 명상동우회인 ‘명상학교 수선재’ 회원들이예요. 5년여 남짓 함께 하면서 환경, 인간성 회복 문제 등 의견을 나누다 생태마을을 함께 만들어 살자고 의기투합했어요. 이후 적당한 마을 터를 찾아다니다가 기대리에서 땅을 발견한거죠. 배산임수의 청정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에다 수도권에서도 멀지 않은 게 장점으로 판단했죠.”

이고문 등은 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체 설립을 적극 준비하기 시작했다. 돈을 모으고 2만 평의 땅을 사고 20채 넘는 집을 한꺼번에 짓고 마을을 꾸리기까지 5년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집을 짓고 입주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년 반 정도다.

서울에서 주로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환경운동가로 일한 이고문은 땅을 구입하고 부지를 조성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지금 선애빌이 자리잡은 2만여평의 부지를 구입하는 데 돈이 많이 들었어요. 평당 10만원 정도 들었어요. 대신 집을 건축하면서 서로 품앗이도 하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죠. 농식품부의 전원마을조성사업의 기반조성사업비도 지원받지 못했으니 그만큼 더 부담이 됐어요.”

2010년 9월 땅을 매입하려고 30여명이 공동 출자, <농업회사법인 (유)선애마을 보은>을 설립했다. 올해 충북 예비사업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주택과 함께 아이들이 다닐 대안학교를 만들고 2011년 7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집은 22평 정도로 똑같이 지었어요. 재활용 생태건축, 초저에너지 패시브하우스 방식을 기반으로 빗물 저장 및 정수장치, 화목보일러를 채택했어요, 공동 생태화장실은 집밖에 두고. 농사는 처음부터 자급자족 정도를 목표로 했어요. 7천평 정도의 농지에서 전담팀을 꾸려서 공동으로 농사를 지어요.”

빗물 저장 및 정수 장치, 왕겨와 EM을 이용한 자연 발효 화장실은 선애빌의 에너지기술담당인 김재훈 박사가 직접 개발, 제작했다. 역시 마을주민인 서목수와 합작품이다. 먹고사는 데 필요한 웬만한 건 마을 안에서, 마을주민들 손으로 직접 해결하려는 게 원칙이다.

최근에는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는 등 보은군에서도 선애빌에 대한 지원의지가 높다. 군수도 처음에는 이상한 단체가 아닌가 오해했다는데 막상 마을을 방문한 후 “귀농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는 곳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며 특별한 애정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도로 안길포장이 된 것도 그 덕분이다.

선애빌 주민들은 40대가 주류다. 대부분 젊다. 처음에 젊은 사람들이 제발로 농촌으로 들어오려니 기대리 마을 원주민들이 의심과 오해의 눈치를 보냈다. 먼저 다가선 쪽은 선애빌이었다.

“입주민 중 의사들은 한달에 2~3 차례 의료봉사를 했어요. 기대리뿐 아니라 인근마을까지. 태풍 피해 북구 때는 앞장 서서 나섰고요. 선애빌에 기대리 주민들을 초청해 마을 브리핑을 하기도 했어요. 매달 그린문화콘서트에도 도시민과 함께 마을주민들이 어울리고요. 그렇게 모두 꺼내 보여주자 의심과 오해가 사라졌어요.”

나누고 비우는 '자연과 교감하는 삶'의 실현지

마을 안에는 대안학교가 있다. 선애빌 아이들은 이곳에서 대안교육을 받는다. 외부에서 유학온 아이도 있다. 초·중·고 통합과정이다. 학생들 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교육을 받는다. 평생교육 시스템이다, 자체 문화팀이 있어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다.

   

선애빌 대안학교의 교육철학은 한마디로 ‘마을이 학교다’라는 개념이다. 전임교사들은 5명 정도지만 저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인 마을 주민들이 언제든 교사나 스탭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배움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각종 프로젝트를 비롯해 개인 연구과제, 예체능, 보충 교과 등은 개인들의 흥미와 소질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다. 학생들을 안내해 줄 수 있는 마을의 어른들이 안내자 역할로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이다.

물론 선애빌 주민들도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쌀, 부식 등 기본적인 식량은 자급자족 농사로 감당한다지만 책도 사고, 세금도 내고, 차도 타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친환경 산야초 효소나 야채스프 등 농식품을 가공해 판매한다. 금산에는 별도로 흑삼공장도 운영한다. 마을 안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적인 목적에 경도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일 때문에,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마을로 내려온 거 잖아요. 그렇게 느슨하게, 함께 도우며 일할 수 있는 정도로 일거리를 만들려고 해요. 수입은 각자 또는 공동으로 한 것 등을 구분해 소득을 나눠요. 개인 소득 중 10만원 정도는 매달 마을에 기부하기도 하고요. 식비 등 공동 운영비로 충당하는거죠.”

한마디로 ‘나누고 비우자’는 게 선애빌 주민들의 기본적인 경제철학이다. 이렇게 마을 살림은 교육 사업과 강연, 명상 스테이, 생태 체험 운영 등을 수익원으로 공동으로 꾸려간다. 바깥 살림은 양승환대표, 안 살림은 정리경마을위원장이 함께 꾸려가는 투톱 체제다.

선애빌에서는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자연과 하나 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식량과 동력을 자급자족하고 영성을 키우는 교육을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깨달아 자연스러운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선애빌 사람들은 ’2번째 인생‘ 만큼은 ‘사람 사는 마을’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일 뿐이다.

* <월간디지털농업> 21번째 마을발전전략 이야기입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보은 선애빌 마을에 또 갑니다. 선애빌 대안학교 아이들에게 인터뷰도 당하고, 선애빌 주민들과 마을공동체사업 이야기도 나누러....

글쓴이 정기석님은 오래된미래마을+마을연구소(http://cafe.daum.net/Econet)를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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