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문화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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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문화를 찾아서
  • 류기석
  • 승인 2009.09.2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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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를 위한 희망의 현장

 

▲ 병술년을 맞는 경북봉화의 산하 2006 경북봉화 ⓒ 류기석

 

병술년을 맞는 농촌풍경

지난 2005년 12월 31일(토요일)부터 2006년 1월2일(월요일)까지 전국최고의 오지의 농촌을 찾았다. 10년 전부터 농촌·농업의 창조적 미래를 어디서 찾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병술년 새해, 이제껏 제 모양이 아닌 절망과 고난의 소용돌이만이 휘몰아쳤던 농촌들녘을 찾아 과연 2006년 농부들의 희망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기 위한 순례인 것이었다.

결코 포기하거나 묵과할 수 없는 우리 농촌과 농업을 지키기 위한 성장촉매(成長觸媒)는 무엇이며 지속적인 에너지는 무엇으로 만들어내야 하나. 이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있게 고민해보고 안타까워, 해결책을 모색해왔던 것이 필자다. 그동안 기존공동체의 틀을 벗고 각자의 소유개념을 인정하는 자율네트워크형 골짜기 문화운동을 경상북도 영덕에서 짓고, 지자체에 대한 생태문화운동은 영양군에서, 주민들의 자발성에 의한 생태환경보전운동은 봉화군에서 각각 펼치면서 컨설팅해주고 있다.

지난 홍콩각료회의에서는 농산물개방과 함께 비농산물, 서비스사업, 쿼터제 폐지 등 여러 가지 사안을 두고 WTO 회원국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DDA의 조기타결을 이루기 위해 회의가 열렸다. 이는 IT등 첨단제품 수출을 위하여 농산물개방과 서비스사업의 관세철폐다.

지금 우리나라 농촌에는 커다란 고통이 도사리고 있다. 농산물에 대한 10년간 관세유예조치로 농산물 수입개방은 뒤로 미루어졌지만, 급변하는 기상변화와 자연재해, 온난화에 의한 농지감소 등은 10년 후를 예측하기 힘들다. 그때가 되면 현재의 석유 값과 마찬가지고 연일 쌀이며, 밀 값이 얼마인지 누구나 안방에서도 알 수 있는 날을 맞게 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온전한 소비처와 무엇을 심고 거두어야 할지 몰라서 겪는 고통과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재해로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고통, 그리고 고령화와 소득 격차로 부채가 늘어 영농 의욕 자체를 잃은 고통이 그것이다. 무엇이 농민을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알고 보면 자연의 이치를 깨달지 못하는 무지함 때문이 아닐까 한다.

새해맞이 축제현장을 가다.

 

▲ 구비진 산길을 넘다간 만난 식물들의 표정 2006 경북영덕 ⓒ 류기석
우선 경상북도 봉화군에서도 오지산골인 춘양면에 계시는 이장님과 새마을지도자님을 만나, 지금 시점에서 지역을 활성화하고 농업을 살릴 길을 밤늦도록 토론했다. 결론적으로는 도시문명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정신문화를 농업주체자인 농부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지 못하면 근본적인 의식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교육훈련과 연구개발 등 소프트웨어적인 것을 어떻게 받아 무엇을 실천하느냐 하는 것을 논의하는 중에 2005년의 묵은해가 지나가고, 2006년 새해를 알리는 재야의 종소리가 TV를 통하여 들려왔다.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농업의 문제는 농민들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임을 깨닫고, 도시와 농촌의 실제적인 협력방안을 위한 사랑방 모임을 올해 초 봉화군 춘양면에서 갖기로 하고 빈방에 마련된 잠자리에 들었다.

 

▲ 하늘위로 떠오른 둥근 태양은 우리들의 행복 2006 경북봉화 ⓒ 류기석

 

새벽녘 봉화 춘양에서 맞는 새해는 구룡산악회와 함께 삼동산에서 일월산 사이로 떠오르는 장엄한 태양을 바라다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랜만에 온전한 일출을 느껴보는 벅찬 감동을 아내와 함께 나누었다. 해오름을 보고, 신선이 되었던 짧은 느낌은 첩첩이 둘러진 산과 산 사이로 낙동강이 흐르면서 빚어내는 어두움 속 물안개와 산위로 붉게 물든 하늘 빛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장엄한 태양을 잉태했다.

현지 산악회 회원들과 온천욕으로 묻은 때를 벗겨내고는 때마침 제사를 지낸 분이 있다기에 그의 집으로 초대되어 맛난 음식과 머루와 다래주로 새해소망을 풀어냈다.   

이후 구비구비 이어진 고갯길을 넘어 9년 전 영양군 고향으로 농사지으러 온 해달뫼농장을 찾았다. 안주인의 후덕한 미소에서 편안한 댓잎차를 맛볼 수 있었고, 농촌여성들의 일감 갖기의 어려움을 이야기를 통하여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웰컴투 한밭골

 

▲ 오지마을에서 자연과 함께 농업을 일구시는 순수한 아버지와 아들 2006 경북영덕 ⓒ 류기석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경북 영덕군 창수면에 있는 산골오지에 파산한 농가의 빈 마을을 종중으로부터 임대하여 골짜기 문화를 실험해가는 곳이다. 농약과 비료, 비닐과 폐자재 등 온갖 쓰레기로 더럽혀진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마을을 하늘 그리운 사람들 회원들과 1년간에 걸쳐 청소하고 환경을 정비하면서 폐허가 된 농가와 농약으로 오염된 농지를 복구했다. 초기 대부분의 땅을 경작하지 않고 놀렸고, 일부는 고추와 쥐눈이콩, 울릉도 벌개미취와 섬초롱 등을 에너지 및 풍경농업의 대안품목으로 재배했었다.

 

현재 그곳에는 3채의 집과 1채의 재실고택에 3분이 제각각 살고 있는데 그날따라 한밭골을 지키시는 골장님 한분만 계셨다. 새해선물과 포도즙 한 상자를 나누고는 오지농촌에서의 살아남기 위한 경험담을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듣고 또 들었다. 잠자리를 위한 농가에 장작불을 연신 지피고는, 제 지역에서 난 갖가지 양식으로 저녁식사를 만들어 먹었다.

초저녁 아랫마을 이장님 댁으로 전화를 넣으니 마실오란다. 오랜만에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깊이 있는 지역의 삶을 듣기위해 서둘러 이장님 댁으로 향했다. 내외분의 정다운 반김에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들어 가져간 자연농업 포도즙을 전해주었다. 만남이 깊어 갈수록 풍족한 먹거리와 차, 토종닭이 낳은 예쁜 알을 삶아 내어주심과 송이로 담근 술 그리고 안주까지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 정성드려 곶감을 익히고 있는 풍경 2006 경북영덕 ⓒ 류기석
여느 농촌의 이장님 같지 않으신 친자연적인 생각을 가지시고 신앙생활은 물론 마을일들을 돌보시는 아름다운 분이시다. 작년 많은 콩을 심었지만 늦게 추수하는 통에 아직도 10여 가마의 콩이 남았다기에 대외적으로 친환경농산물 유통을 담당하는 아내가 나서서 메주콩과 서리태콩(10키로그람에 7만원)을 30키로그람 이상 즉석 계약하였다. 우리는 고구마 한 상자와 마늘 두 접을 받는 주고 나눔의 정을 자연스럽게 나누었다.

 

경상북도 영덕군 오지마을 이장님의 새해소망은 믿을 수 있는 생명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기르고 싶어 하시면서 이를 정직하게 받아 소비하여 줄 도시민 그룹을 간절히 요청하셨다. 앞으로 구체적인 언급의 글로 이해를 돕겠지만, 도시문명을 꿰뚫어 아는 깨인 소비자와 도시민을 정겹게 마음의 고향으로 인도하고 농촌과 농업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안내주체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면에서 선진국들의 농정 방향은 참고할만하다. 그동안 유럽연합의 공동농업정책 개혁은 대부분 농업 위주로 짜여져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농업의 모든 것을 지원하고, 농업생산의 근간이 되는 농촌공동화를 막기 위해 실제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있다. 2003년 이후 정책에선 농업이 아니라 농촌의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농촌이 갖고 있는 정서적·자연적 쾌적성과 자연경관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합의를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우리도 물질적인 농업뿐만이 아닌, 농촌과 농업이 안겨주게 될 공익적 가치와 안전성 그리고 영속적인기술과 환경친화적인 농업문화(어메니티와 루럴리티)를 추구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촉매가 될 것이다. 이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에 대한 몰상식한 이해로 수많은 상품관광과 축제행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엄청난 콘크리트 건물에 우리의 농촌과 농업의 운명을 맡기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지금 인구 2~3만명으로 추락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촌지역자치단체에서는 일방적인 정책방향으로 결정되는 대부분의 개발과 발전은 몇몇 관광과 축제를 위한 외형꾸미기에 집중되어 문화센터와 박물관, 정보화나 정책적으로 실시되는 마을단위 사업, 형식과 말뿐인 1사1촌, 소비자 단체의 일부만이 참여하는 관행적인 개별성과 단발성에서 벗어나 농촌과 농업의 중요성을 가정과 학교교육을 통해 올바로 알리는 사회적인 인식이 실천되는 풍토조성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고 의욕적인 도시의 엘리트들이 현대문명의 편리함과 속도감 보다는 농촌과 농업이 가지는 가치를 이해하고 자연으로 돌아와 농업을 사고팔지 않는 자급자족적인 불편함과 느림 속에서 저마다의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다. 경제소득은 농촌과 농업을 바라보는 안목과 인식의 변화로 다양한 경험과 도시에서 축적된 적정기술로 만들면 자신은 물론 고령화되어 활기를 잃은 농촌사회를 돕는 길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동화·노령화되는 농촌을 이끌어나가는 리더그룹은 도시에서 변화된 젊고 유능한 엘리트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농업을 교육하는 형식과 숫자적인 놀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농촌은 어떤 것이며, 농업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을 근본에서부터 체계화 정보화하고 알아야 한다. 또한 농업의 주체인 농부들에게는 자긍심을 살릴 수 있는 교육적 토대를 만들어주어 이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식 교육기획과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는 도시의 능력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귀농하여 농촌으로 들어가려 해도 아직은 수용태세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칠 줄 모르는 이장댁 부부와의 사랑방 이야기는 밤이 깊어 다음을 기약했다. 마을에서 3~4키로미터 떨어진 깊고 깊은 산속오지의 귀농 골짜기 문화센터는 총 아홉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뚝 떨어진 빈 마을의 고요함은 초생달이 반겨 포근히 않아주는 듯 하다.

 

▲ 웰컴투 한밭골 전경 2006 경북영덕 ⓒ 류기석

 

모처럼 황토방에 장작불을 들여 여러 번 짓 핀 것이 문제였을까 방바닥이 뜨겁다 못해 종이 장판이 타는 냄새가 풍긴다. 3평 남짓 한 아담한 옛집은 장판은 물론 벽지, 조명까지 한지로 발라 작은 것이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로구나 하는 옛 조상님들의 창조적인 과학성을 느끼게 한다. 비좁은 작은방 딸아이와 사내아이는 비교적 윗목 차지를 하게하고는 우리부부는 아랫목에 두꺼운 담요 두장을 펴고 밤새도록 뜨거움을 이겨내는 잠을 수련삼아 청했다. 그리고 옷가지와 이불을 걸기위한 대나무 발이 전부인 이방이 네 명이 자도 넓게 보이는 것은 잡다한 물적 욕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리라 생각도 했다.

2006년 1월 2일 늦은 아침을 막 쪄낸 고구마와 포도즙, 차로 요기하고는 산책을 즐겼다. 3개월째 눈이 내리지 않은 관계로 가뭄이 심하다는 이곳 경상북도 지역은 개천들이 말랐다. 숲 속으로 난 계곡의 빙판을 가로질러 허옇게 모습을 드러낸 돌들을 쓰다듬으며 잠시 동안이지만 비타민이 충만한 아침햇살을 한없이 맞았다.

도시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시끄럽고 귀찮게 들렸으나, 빈 마을 모처럼만에 족구로 재잘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는 천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귀한 보석 같이 들렸다. 웰컴투 동막골에 나오는 해맑고 순수함의 영화 속 비밀도 바로 자연과 농촌, 농업이 주는 선물로 주어지는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은 천천히 살아있는 하나님의 작품인 원시림을 감상하자며 첩첩산중의 비포장임도 길을 따라 영덕에서 울진으로 향했다. 하지만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가 도로 영덕의 오지마을 수리로 나왔다. 산 아래 첫 집에서 길을 묻고는 왔던 길을 돌아나가려는데 이집의 주인장과 아들 그리고 딸아이의 순수함에 놀라 그만 당당하게 귀농하게 된 동기를 캐묻게 되었다.

도시화가 낳은 대량생산과 소비구조에서 삶을 고민하다가 7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오셨단다. 계기로는 신앙적인 영성수련과 건강을 생활화하기 위함이고, 아들(16세)과 딸(14세) 모두를 기존학교 대신에 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을 학교삼아 가르친다니 놀랍다. 2,000여 평의 밭에서 팥이며, 야콘, 콩, 곶감 등을 봄부터 길러 내고, 포도나무와 닭 등은 보너스로 키운다. 가난한 농부 부자의 미소에 녹아 한참을 서성거리며 잘 말린 곶감과 참나무 장작 4덩어리를 기념으로 얻어왔다. 우리가족도 순진한 아이들에게 문화상품권 두장을 새해 선물로 주고는 제 길을 찾았다.

 

▲ 맛있는 짜장면을 맛 볼 수 있는 평해의 보성각 2006 경북울진 ⓒ 류기석
울창한 산길을 넘어 평해에 도착하니 2006년 1월2일 오후 1시30분이 되었다. 인근의 포장마차 주인과 손님에게 맛있는 짜장면 집을 물으니 친절하게도 주유소 옆 보성각을 안내해 주었다. 당장에 소개받은 집을 찾고는 점심메뉴로는 간짜장 두 그릇과 짬봉 한 그릇, 작은 탕수육을 식구대로 시키고는 행복한 식사를 즐겼다. 이윽고 환상의 드라이브 길로 알려진 7번 국도를 따라 쪽빛의 바다를 감상하며 울진을 향해 달렸다.

 

2006. 병술년 새해를 맞아 첫 번째, 오지마을 순례의 잔향은 단연 여백이다.

우리의 순례 여정은 남양주로부터 시작되어 봉화, 영양, 영덕, 평해, 울진과 삼척을 찍고, 해가 질 무렵 강릉의 정동진역 주변의 상업성이 짖은 상술의 화려함을 맛 보았다. 서서히 어두움을 뚫고 바닷가 길을 달려 강릉시내를 가로질렀다. 다시금 복잡한 세상 속으로 통하는 영동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경기도 남양주 무수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들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다 만난, 옥계의 해변 2006 강원강릉 ⓒ 류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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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dosawd 2011-07-30 08:00:30
Aloha! d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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