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해서는 안될 ‘현대판 선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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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해서는 안될 ‘현대판 선악과’
  • 유미호
  • 승인 2013.05.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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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부자유함, 인재가 천재된다 !

타자의 고통

원자력발전은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희생 위에 있다. 우선은 원전 노동자, 특히 일용직 노동자의 희생이다. 한전 직원이 주로 컴퓨터를 이용한 중앙제어실 운영과 작업지시 감독 등 비교적 깨끗한 일을 하는 반면, 한전 노동자들은 궂은 일을 맡는다. 그 중 가장 위험한 일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한다. 파이프 보수공, 연료교체 작업, 전기보수 등 순간적으로 피폭에 노출될 수 있는 일들이다. 원전은 이들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돌아간다. 방사능 피폭 허용치를 보면 노동자들은 일반인보다 50배나 많은 50mSv이다.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방사능에 강한 특수체질이거나 방사성 물질에 면역력이 있을 리 없다. 때론 생계를 위해 그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기도 한단다.

원전 인근 주민과 뭇 생명들의 고통도 크다. 원전은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1초에 68톤의 바닷물을 끌어다 온배수로 내보낸다.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는 70%가 버져 바다를 오염시키고(thermal pollution), 오직 30%만이 전기로 사용된다. 그로 인근 해역의 수온이 크게 상승되어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근 주민들이 여러 형태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안다.

핵폐기물로 인한 고통은 더 클 뿐 아니라 현 세대를 넘어선다. 고준위의 사용후핵연료보다 위험이 덜하다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짓기 위해, 안면도, 굴업도, 부안을 거쳐 경주로 결정된 20여 년 동안 그들이 겪은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가동 중인 원전은 수십 종의 핵폐기물을 생성하는데, 한 가정의 1년 치 소비전력을 만든 핵연료에는 약 5만 명이 암에 걸릴 수 있게 하는 방사능이 들어있다고 한다. 가동에 필요한 보조 산업 즉 농축, 가공, 재처리 및 운송과정에서도 많은 양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햭폐기물이 세계 원자력발전 50년 역사 동안 30만 톤이 쌓였고 지금도 매년 만여 톤이 추가되고 있는데, 아직 처분할 곳을 단 한 곳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10년에 걸쳐 잔열을 없애야 하고 안전해지려면 최소 10만 년이 걸린다니 찾으려하는 것이 애당초 무리한 일이지 싶다. 우리나라는 현재 원전 내 임시 보관 중인데, 그마저도 2016년이면 한계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25~30% 정도가 이런 폐기물을 만들어낸다니, 그 만큼의 전기 사용을 줄일 순 없을까 생각해볼 일이다.

“전력이 부족해도 인간다운 삶은 얼마든지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핵분열에 의한 환경파괴는 삶의 종식을 의미한다. 핵발전소를 없애면 대안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지나치게 한가로운, 우둔한 물음이다. 대안이 있든 없든 핵 발전은 시급히 중지해야 한다.” <김종철, ‘핵이라는 괴물을 어떻게 할까’, 녹색평론 2011년 5~6월호>

탐해서는 안될 ‘현대판 선악과’

이들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원자력발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음 네 가지 장점을 강변한다. 첫째는,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은 쉽게 고갈되지 않아 오래고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른 발전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지구온난화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는, 보안과 안전관리가 철저해 사고가 일어날 염려가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아니 역으로 그 자체가 결함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연료인 우라늄 매장량의 한계 때문에 원자력은 마냥 늘릴 수 없다. 고속증식로가 널리 확대될 수 있다면 사정이 나아질 수 있겠지만, 이미 고속증식로는 기술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라늄의 가채연한은 4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것도 원전의 수가 늘면 줄어들게 된다.

둘째, 원자력발전이 경제적이라는 것은 근거가 없다. 원자력의 발전 비용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화석연료에 비해 저렴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후 원전의 해체비용이나 핵폐기물 처리비가 아닌, 건설비용만 고려해도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은 물론 그 어떤 재생가능에너지원보다도 비싸다. 세계적으로 원전의 건설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건설기간 역시 점점 길어지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원전업계는 투자비를 회수하고 폐쇄비용의 지출을 지연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고, 우리도 이미 고리 1호기를 10년 수명 연장하고 월성1호기도 연장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원자력발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양길에 있는 원전산업을 일으키려는 논리에 불과하다. 발전과정만 보면 화력발전에 비해 배출량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우라늄 채굴, 제련, 운송, 원전 건설, 핵폐기물 처분 등 전 과정을 포함시키면 그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국제원자력기구인 IAEA는 원전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를 2030년까지 10%, 2050년까지 6%로 내다보고 있다(에너지 효율과 재생가능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70~80% 감축 예측). 십분 양보하여 인정한다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가 아닌 그보다 더 위험한 방사능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위험성은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 ‘반감기’로 표시되는데, 적게는 수 일에서 수 만 년까지 걸리는 방사성 물질에 따라 다양하다. 그런데 이 방사성 물질은 호흡이나 먹을거리를 통해 체내로 들어가서도 계속 방사능을 내놓아 당사자는 물론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에게도 치명적 피해를 입힌다. 그래서 혹자는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것을 일컬어 결코 탐해서는 안될 ‘현대판 선악과’를 따먹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넷째, 드리마일이나 체르노빌, 그리고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 원자력발전의 안전신화는 깨졌다. 사고는 당대 최고의 원전기술과 안전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에서 발생했다. 원전을 옹호하는 이들은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백만 분의 일, 즉 영에 가깝다고 말하지만, 지금까지 세계 442기의 원전 중 6기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으니 1기당 사고 확률은 1.36%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그로 보면 우리나라는 2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니까 사고확률이 30%나 돼 안전하다고 방심해서는 곤란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와 고장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서만도 200회에 가까운 고장이 발생했다는데(연평균 17.5회), 울진 원전에서는 증기발생기 세관이 터져 끊어지는 파단사고가 일어났고, 태풍 루사가 왔을 때에는 발전소 안에 빗물이 누수된 바 있고, 대전 연구용 원자로에서는 중수가 누출되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2007년 수명이 끝났던 고리 1호기의 경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은 후에 전원 공급 기기의 고장이 생겨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었다. 고리 1호기(고리 1호기는 1978년 첫 상업가동에 들어가 현재 2007년 수명이 다 되었지만 연장하여 가동 중인데, 그 발전량은 58만 7천kW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총 전력량의 1%에 해당된다. 한편 월성 1호기 역시 올해 11월이면 수명이 끝나는데, 10년 연장할 계획 하에 2009년부터 5200억 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설비를 교체, 2011년부터 재가동되고 있다.)가 생산하는 전력량은 전체 전력소비량의 1%에 지나지 않는데, 이렇게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또 올해 11월 20일로 설계 수명을 하하는 월성1호기의 경우도 그렇다. 2009년 수명연장을 신청하고 개선한 후 지난 해부터 재가동 중인데,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세 번이나 발전정지 사고가 났으니 계획대로 그냥 놔두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만약 잦은 사고가 인재(人災)든 천재(天災)로 이어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 아닌가. 사고가 날 경우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 때처럼 반경 30km 이내에 살고 있는 이들은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4개 원전 주변으로 그 안에 약 370만 명이 살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9천만 명이 살고 있다. 75km로 확대하면 그 수는 약 5억 명으로까지 늘어난다는데, 다만 이들을 위해서라도 원전의 안전만을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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