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과학을 위하여!
상태바
향기나는 과학을 위하여!
  • 류기석 기자
  • 승인 2009.09.22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내는 문화가 진짜 과학

오랫동안 농업을 근간으로 살아온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현재는 도시화 속도에 밀려, 정다웠던 작은 마을과 산들 그리고 논과 밭들이 육중한 포크레인에 힘없이 깎이고 메워지는 역사상 최대의 변화를 겪고 있다.

   
▲ 2000년대초 충주호 인근, 현재의 문명은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며 폐기물을 양산해내고 있다 ⓒ 류기석

과거 우리가족의 농업형태는 중농규모로 이루어져 땅콩과 컴프리, 옥수수, 배추, 양계 등과 송아지를 한두 마리를 키워왔다. 오로지 땀 흘리는 대가만큼의 소득을 취하며 어렵사리 생활에 필요한 비용과 의료비를 마련했고, 틈틈이 봇짐장사를 해온 어머님께서 어려운 살림을 보탰다. 그중에서 부모님의 자녀교육비의 충당은 농촌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낳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소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웃들과의 다정한 교류와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안전한 먹 거리의 나눔은 온전히 지역순환의 생활과 온전한 가족이 이웃이 되는 공동체문화로 고향의 정을 듬뿍 느끼며 살아가게 했던 또 다른 행복의 가치를 제공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부터는 예전의 일반농업방식으로는 어려운 가정경제를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아버님은 새로운 소득 작물로 포도나무를 선택했다. 그사이 일반농업에 비하여 포도의 경제적인 부가가치가 높아 포도밭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갔다.

포도밭에 제초제와 농약이 뿌려지기 전, 낮에는 태양 밤에는 별빛 달빛이 농사를 돕고, 바람과 비, 흙과 미생물, 지렁이, 뱀, 개구리, 거미, 벌, 새와 각종 벌레들이 우리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지었다.

요즘 손쉽고 편리한 화학농업자재인 제초제나 해충방재에 필요한 각종 살충제와 살균제, 농작물의 생육을 촉진 또는 억제하거나 낙과를 방지하는 생장조절제, 착색 등을 좋게 하는 전착제와 화학약제인 비료, 값비싼 농기계에 보태진 시설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면 도저히 농사를 지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오직 순수한 노동력만으로 맛좋은 상품의 가치를 만들어 내던 시절과는 달리 한정된 자원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제품생산으로 소득을 얻기 위해 최소한 수천 배에 이르는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자연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은 물론 폐기물을 양산해내고 있다.

이는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유지시키는 1차 산업의 메카인 농촌과 농업을 생산성과 효율성을 앞세워 자본적인 시장경제체제로의 편입이 가져다준 결과이다.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은 이제까지 지탱해준 농촌과 농업이 갖는 지역순환적인 영속적인 생활문화에 대한 순기능적 요소들을 해체시켰다.

   
▲ 2008. 연세대 공대, 삶을 위한 과학기술의 문화가 아쉽다 ⓒ 류기석

전통적으로 농민들에게 주어졌던 노동의 즐거움과 보람이 철저히 배제되고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은 날로 증가하였다. 그 결과 산업문명의 세계관은 전일적이며 유기 순환적인 농업적 세계관과는 달리 소통의 단절과 고립, 대립과 경쟁위주의 불균형을 낳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욕구의 증가에 의한 자연자원의 과소비와 환경 생태계의 파괴는 필연적으로 인류의 행복과 희망을 줄어들게 하고 있다. 이렇듯 생명과 생태계를 지탱해주는 자연과 함께 했던 농촌과 농업은 그냥 쓰고 버리는 일회성 용품난도 못한 쓰레기의 문화로 전락해 버렸다.

열심히 일한 대가를 얻었던 가을걷이가 끝나면 포도밭은 평온하게 잠이 든다. 포도밭의 겨울은 우리들에게는 또 다른 농사의 시작으로 다가왔다. 당시 온 가족이 평소 모아둔 신문지를 재활용하여 집안에서 가족끼리 포도봉투를 만들면서 가족간의 정과 100장당 1원이라는 용돈 그리고 재미있는 입담은 덤으로 받았던 것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봄이 오면 포도나무가 입고 있던 가지들의 옷들을 벗겨주고 벌레도 잡고, 여름철 몇 번의 잡초를 제거해 주는 일과 가지치기와 순자르기, 포도송이 쏙아 주기가 이루어졌다. 매년 8월15일이면 싱그러운 포도송이가 성숙한 모양으로 성장하여 그만의 맛과 향을 전해주었다. 이때부터 잘 익은 포도를 선별하여 따서 나르고 손보아 박스에 담고, 특 상품과 상 그리고 중 상품으로 선별하여 대도시 중간상회로 내보낸다.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도 잠깐, 생산자는 당일 판매되는 가격을 거의 모른 채 청과상회에서 전달해주는 투명하지 않은 거래명세서만을 의지하여 수입을 올린다. 그것도 운반비용과 유통비용을 제외하면 실제적인 소득은 미미하다. 매년 이러한 유통의 개선을 극복해보려고 하지만 생과일이라 보관이 어렵고 물량이 많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음을 기대한다. 한번은 농협으로도 내보았으나 아침9시에 문 열고 더욱이 휴일에는 아예 판매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다른 마트나 시장상품보다 여러 면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어 실망을 하고는 다시는 내지 않았다.

이러한 포도밭의 규모는 1993년 이후 급속히 위축되어 줄어들고 자연히 규모화 했던 상회중심의 유통구조는 가족농업위주의 생산과 직접가두 판매방식으로 바뀌어 소득도 전보다 낳아 졌다.

이제는 관행적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포도재배기술을 가지고 계신 아버님 대신에 2세대인 형님이 시와 글 쓰면서 농사를 짓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비 가림 자연한방포도를 재배하고 판매방식도 문화행사를 곁들인 인터넷 주문판매 위주로 포도라는 단일 상품적 가치를 뛰어넘어 다양한 포도체험과 문화축제가 해마다 펼쳐진다.

포도밭 작은 예술축제가 그것이다. 처음에는 열악한 형편에서 뜻만 가지고 가족끼리 행사를 준비하느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제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버님의 농사 방식이나 판매 방식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때맞추어 언론에 보도되는 농촌의 내용들은 몸으로 짓는 글이 아닌, 머리로 쓴 글이라 문제가 많다. 몸과 정신 그리고 농부의 혼이 담긴 과정들은 제쳐두고 관광의 상품적 가치나 경제적인 성공만을 뉴스거리로 꾸며 보도한다. 결국 돈으로 농부의 마음을 사고자하는 획일적인 거대자본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져야 한다.

자연을 거슬러 대적하거나 파괴시키지 않고 사계절을 온전히 몸으로 느끼며 짓는 자연스러운 농업이야말로 찢기고 파헤쳐진 소중한 땅을 생명활동의 근원으로 보면서 그들이 제 역할 다하도록 되돌려 놓는 정직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땅의 모든 농부들이 진정한 예술가요 시인이요 철학자임을 깊이 인식하는 자세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 2009. 연세대 청정화공생명실험실, 이젠 과학도 녹색이어야 한다 ⓒ 류기석

요즘 수많은 농촌지역의 행사와 축제가 당장의 어려운 농촌에 획기적인 경제소득이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정말로 그러할는지는 미지수다. 문화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져 당장의 소득으로 연결되어져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슈퍼 프로젝트인지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다만, 욕심을 줄여 여럿이 감동으로 농사짓는 현장에서 생산자 농민이 즐겁게 도시의 소비자를 만나 정을 나누고, 몸과 마음으로 짓는 시적 문학적 농업을 통하여 좀더 생명있는 모든 것들이 인간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고백하는 행위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만남을 통하여 얻게된 풍성한 열매를 나와 가족들이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기쁨으로 짓는 또다른 일이 지역의 문화요 축제가 되는 것이다. 이는 농업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경제적인 만남 관계에서 벗어나 점진적인 생명살림의 관계적 회복을 이루자는 것이다.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가 제3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서로를 보고, 이야기를 듣고, 정직한 정신과 물질을 나눌 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일 것이다. 이로써 생산자는 소비자의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명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에 서로가 상부상조하는 건강한 공동체문화가 만들어져 자연다운 자연, 농촌다운 농촌, 농업다운 농업, 농민다운 농민들의 잔향들로 매일 매일이 축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한 농민의 삶의 문화는 융성하게 자라게 될 것이다. 나와 이웃들이 신명나게 노는 모습들이 공동체문화로 복권되어 재미있게 옆 마을과 멀리 있는 마을에 알려지면, 하나의 작은 축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한해, 두해 해를 거듭하게 되면 지역의 농촌, 농업, 농민들의 적정한 문화가 어우러져 훌륭한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오랜동안 검증되어 현실속에 뿌리박힌 이것이 미래사회의 좌표요 변화지 않는 과학이 되는 것이다.

   
▲ 열린 공학문화를 위하여, 2008. 연세대 YERC콘서트 ⓒ 류기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