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야제', 밀양 인심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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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제', 밀양 인심 물씬..
  • 김광철
  • 승인 2012.03.20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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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희망버스를 타고... 1편

안녕하세요? 초록교육연대 김광철입니다. 지난 18일, 19일 1박 2일로 탈핵 현장으로 희망버스를 타고 나녀왔었습니다. 소식 전합니다.

생강나무 혼으로 환생한 이치우 어르신인가?

▲ 온갖 환경집회마다 찾아다니면서 공연하는 사이.

밀양 화악산을 올랐다. 유난히 곧은 소나무들이 길 양옆을 빼곡이 드리우고 있었다. 그 길을 돌아돌아 오르면서 두리번 거리는 나그네를 향해 손짓하는 노란 손이 있어 살피니, 소담소담 피어난 생강나무 꽃이 반기고 있었다. 심난한 마음 안고 산길 오르는 삼백여 나그네들을 위해 살가운 웃음길 던지며 반기고 있었다.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피어나고 있을 생각나무 꽃이지만 올해는 그 웃음의 의미가 예년과 다르다. 작년 내성천 자락에서는 낙동강 누치와 피라미가 웃고 있었는대, 오늘 화악산 자락에서는 이치우 할아버지가 웃고 계시기 때문이다. "어이, 반갑데이! 반가워! 진즉에 올 것이제. 왜 이제사 와"

칠순, 팔순 할머니, 할아버지들 소나무 등걸 끌어안고, 한전 용역 놈들 전기톱 위협도 무릅쓰고 나무 줄기 끌어안으니, 이놈들이 이 노인네들을 끌어내고, 밀치고, 젊은 놈들이 노인네들과 몸싸움을 한다. 용역놈들 바지가랭이 붙들고 늘어지니 전기톱으로 할머니 바지를 찢어놓는가 하며, 용역놈들 쫓아 넘어지며 달려드는 할머니들을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육두문자 쌍욕지거리, 강아지 부르는 손짓으로 '오요, 오요...'이런 상컷들이 있나, 제 에미애비도 없는 것들인지, 돈독에 인륜이고 나발이고 다 팽개친 천하의 불한당 같은 놈들. 이놈들에게 어떤 치욕을 당할지라도 절대로 이 땅을 내줄 순 없다. 절대로 이 나무들을 넘겨줄 순 없다. 굽은 허리 지팡이에 의지하고, 이리 넘어지고 저리 뒹글지라도, 비료푸대 타고 미끄럼 타고 내리면서도 이놈들의 횡포에 그대로 눈뜨고 당할 수는 없다. 우리야 한 해가 될지 열 해가 될지 살다 죽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내 손주들에게 조상들 물려준 이 땅에 전기 철탑 세워 물려줄 수는 없는 없다. 765kv의 고압 송전선 지나가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전선이 지나가며 내는 귀신울음소리, 전자파 피해를 손주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것이다. 조상님들한테 물려받아 온전히 보전하여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저승을 가야 선대들 뵐 면목이 있는 것이거늘...... 안 된다. 안 된대이. 이 땅이 늬들 땅이 아니다. 돈 몇푼 던져주고 그 죽음의 고압전선이 지나가게 놔 둘 수는 없는 것이다.

▲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의 노래공연

 

▲ 통합진보당의 권영길 의원 탈핵을 해야... 격려사

먼저 가신 이치우 할아버지가 생각나무 꽃으로 다시 피어나 소담스런 눈길 흘려주시니 이 싸움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없는 힘도 솟구치는지 몸져 누우실 줄도 모르신다. "치우할배만 그리 죽게 놔 둘 순 없대이. 네 놈들이 이 늙은이들 다 송장으로 묻기 전에는 한 치의 땅도 내 줄 수 없대이. 핵인지 원자력인지 그 놈의 전기를 대체 어딜로 끌어가길래, 이 산좋고 물좋은 동네 다 허무는겨, 안 된다 안뒤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치우 할배 저리 죽은 것 헛되게 해선 안 된대이. 우리가 모두 치우가 될 각오로 막아야 한대이. 이 시골 구석에서 땅만 파먹는 무지랭이라고 나무라나. 안 된다. 안 돼. 절대로 송전탑 안 뒤야. 서울놈들 불 밝힐라고 핵발전 해서 전기 끌어간다꼬? 우리 죽여 밟고 지나가지 전에 안 된대이."

▲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각 면 대책 위원장님들

 

▲ 아주머니들로 구성된 지역의 합창단. '흙에 살리라' 열창

치우할아버지 혼이 살아오신 생각나무 꽃은 더욱 화안한 미소로 화답하며, "보그래이. 내가 먼저 가니 세상이 우릴 쳐다봐 주네 그려. 응원군도 이제 많이 생겨난대이. 용기 잃지 말고 싸우래이. 그래야 느그들 저승 오믄 조상님들 뵐 낯이 있대이. 잘 헌다. 잘 혀."

생각나무꽃은 바르르 떨며 불 길에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산화해간 그 노란 불꽃으로 환생하여

"밀양 노인들이여, 아니 밀양 땅붙이들여, 아니 이나라 양심있는 사람들은 들으시오. 가난한 백성의 몇 마지기 땅뙈기 마저 뺏어가는 권력이 어디에서 오는 것이오. 고압 송전탑, 전자파로 자손들 피 말릴 순 없다. 고리 5,6호기 당장 중단혀라. 핵발전으로 이곳 갱남 사람, 부산 사람 다 죽게 해선 안 된대이. 내 한 몸 태워 혼비백산하여 한 움큼의 그을음으로 이 밀양 하늘 떠돌면서 한전 용역놈들 잠자리에 가위를 눌러놓을 것이오.밀양 땅 청정 강산, 끝까지 지켜낼 것이오. 보이지 않소. 이렇게 전국에서 응원군이 몰려오질 않소." 또 생각나무 꽃이 미소 머금고 촉촉함이 묻어난 말씀으로,

▲ 1,2부로 나뉘어 진행, 2부는 지역 공연팀의 출연이 많았다. 태권무를 하고 있는 지역 공연팀

 

▲ '요술당나귀'라는 예명으로 공연을 하는데, 신나는 노래는 청중들을 웃기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가 춤을 추기도 하였다.

"오늘 여기 모인 눈물 많은 착한 사람들, 정말 고맙대이. 당신들 보았지. 이 밀양 늙은이들 절규를. 제 사는 곳으로 돌아가면 다들 힘을 모아서 이 땅에 핵은 몰아내야 된대이. 느그들 5대조 할아버지 때, 전기 없이도 잘 살았대이. 복이 겨워 그러나? 대체 얼마의 전기를 써야 직성이 다 풀릴 긴고? 적당히 쓰고, 절약허고, 태양, 바람, 나무 가지 등걸, 갈대 줄기까지 다 모으면 그게 다 에너지가 되는 기라. 그걸 이용허그래이. 그래서 고리 핵발전소 5,6호기 막아내고, 이나라, 이 강산에 널려있는 핵발전소 다 문 닫으면 내 편안하게 영원히 잠들 수 있을 기다. 내 똑똑히 지켜보겠대이."

그래도 이곳을 찾은 삼백여 탈핵 전사들 대하시며 마음 한 켠 위로가 되셨는지, 다는 활짝 피어 웃진 못하지만 그래도 작은 꽃 몇 송이 사알짝 터뜨리고 탈핵희망버스에게 환영의 눈길 그윽하게 던져주시며 흔들어 주시는 핏기없이 얽은 손길. 화악산 생각나무꽃으로 환생하신 이치우 할아버님!!!

3월 10일 탈핵촉구시민대회 때, 3월 17일 밀양희망버스 간다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었건만, 며칠 전 이계삼 선생님의 메일 한 통 받고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어제 토요일에 녹색연합 동네 책읽기 모임에서 한 회원 농장 방문하기도 해 놓은 약속 때문이다. 김두림 수부도 탈핵희망버스 탈 듯이 말을 해 오고, 정진영 회장한테 전화를 했더니 결혼식 갔다가라도 늦게라도 꼭 오겠단다. 그러면서 김두림샘이 이윤숙도 간다는 말 등등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특히 모처럼 이계삼 샘이 보내온 메일이 영 맘에 걸린 것이다. 그리고 결단했다. 가자. 대체 밀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희망버스를 탔다. 그랬더니 이윤숙 샘이 다른 선생님 한 분과 함께 타고 있고, 정희정처장도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양천구의원 출신인 이현주씨까지... 이런 반가운 얼굴들 보면서 몸을 버스에 맡긴 채 졸음 반, 나른한 몸 던져 놓고 도착 시간만을 기다리며 내려가니 6시가 되어서야 밀양땅을 밟을 수가 있었다. 짬뽕 한 그릇으로 저녁을 때우고 그대로 밀양강변 전야제 행사장으로 행했다. 쉬고 자시고 할 여유도 없이 희망버스가 도착하자마자 공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 이날 전야제의 하일라이트, 열기구와 처럼 여러가지 색으로 만든 앏은 종이로 만들어진 등 밑에 있는 점화장치에 불을 붙이면 거기 발생하는 상승기류를 이용해서 기구들이 하늘로 올라가서 밀양 강변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 놓았다.

 

▲ 열기구를 날리기 위하여 등을 잘 펴고 점화를 하기위하여 준비하고 있는 가족팀

맨 먼저 백창우와 굴렁쇠 노래하는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강을 등지고 마련된 무대 위에는 이치우 할아버지의 얼굴이 새겨진 배경 그림이 밤의 불꽃에 희끄무래하게 보이는 영남루의 웅장한 모습과 강물에 비치는 불빛들의 반사되어 뿜어져 나오는 빛들이 작은 소도시 밀양의 밤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밀양은 참 말은 많이 들었으면서도 지나는 가 보았지만 머물러보지는 못했던 고장, 그 땅 밀양. 언제가는 한 번 와 보고 싶었던 땅인데, 오늘 좋은 일로 온 것이 아니라 송전탑 반대 싸움의 현장에 힘을 싣기 위해 다가선 것이다. 이 밀양 인물 중 의열단을 이끌고 왜놈들 간담 서늘케 했던 김원봉이 이곳 인물이란다.

백창우는 예의 그 서정성 넘치는 동요들로 다가왔다. '제비꽃'. '고향의 봄'을 노래할 땐 흥얼거리며 따라 해 보며 학교 아이들을 떠 올려보며 저 제비꽃은 학교 가서 아이들하고 한 번 불러야겠다는 생각으로 다가왔다.

모든 기획이 이계삼 선생님 작품인 것 같았다. 메일에 보내온 내용을 보면, 사람들 동원에서부터 교섭, 진행 등등. 멋진 전야제 한편의 공연을 잘 보았다. 매끄러운 진행과 특기 멀리서 왔다고 추출한 저녁. 참석자들에게는 술독이 돌면서 연신 막걸리를 부어주니 몸도 성치 않은 나도 몇 잔을 마시며 전야제 밤의 흥취를 즐겼다. 전 부친 것에 두부김치, 오뎅국물 등 푸짐한 안주도 일품이었다. 너무 환대를 많이 해 주어서 고마운데, 그 비용들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밀양 인심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전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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