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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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을을 아시나요
  • 류기석
  • 승인 2009.11.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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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요즘 기후변화로 인해 산과 들의 표정이 사뭇 애처롭게 느껴진다. 늦가을이 오기 전에 잠시 겨울이 왔다간 도시의 표정은 아무런 느낌이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학교 앞 신촌의 수많은 인파속으로 들어가 보면 문득 도시속의 이들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진다. 농촌은 날마다 인구가 줄어 오지마을들이 늘어나는데 회색빛 삭막한 도시는 왜 자꾸만 커지는가.

아직도 우리주변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 있다. 마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작고 초라해서 도시에서와 같이 값비싼 투자 없이도 잘 살아간다. 오지마을은 서너 가구에서 많으면 열 가구 정도가 산다. 한국은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농업중심사회에서 산업중심사회로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신빈곤, 양극화, 환경오염, 비인간화 등의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대신 현란하게 보여 지는 경제적인 가치에만 열을 올리게 되었다. 도시자본을 따라 대규모 농촌인구가 무작정 이농을 하게 됨에 농촌공동 체는 급속도로 해체되었다. 그 결과 30년이 지난 지금 시골 어디를 가나 활력을 잃은 노인들과 폐가만이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도시는 정반대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갖가지 화려함과 찬란함으로 가득해서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살 수 있고, 볼 수 있고, 만들어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돈과 권력의 가치 중심에서 이웃과의 함께 일구는 자립적인 삶의 문화, 공동체적으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정의 문화는 사라졌다. 이러한 도시가 답답하여 질 때, 정말이지 최소한의 짐만을 싸들고, 깊고 깊은 산골에 있는 오지마을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요즘 유행하는 MP3나 DMB(이동통신과 방송이 결합된 새로운 방송서비스), 휴대폰, PDA 등은 당연히 집에다 모셔두고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래서 연락이랑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 찌든 몸과 마음을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될 수만 있다면 마음씨 고운 할머니가 정성껏 마련해 놓은 전통발효식품들이 있는 오지마을로 말이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 10년 전 귀농을 생각하면서 수많은 오지를 찾아다니던 중 경상북도 봉화군의 한 오지마을에서 체험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때는 4~5년 전 귀농지를 돌아보던 중 우연하게 찾게 된 이곳마을은 ‘상지 32년 을미로 고종 32년’으로 1860년대에 시발하였던 동학농민운동이 거의 말기가 되는 시기인 1895년에 강릉에서 동학을 추종하는 농민들이 란을 피하여 이곳 내륙 깊숙한 산골오지의 척박한 땅을 개간하여 200여 년간 마을을 이루었던 후손 중 노부부와 만났던 이야기다.

봉화의 오지 중 오지인 이곳의 비포장 길을 사륜구동으로 꾸불꾸불 찾아 들어간 아담한 마을은 텅 비어 있다. 십여 가구이상이 살았을 이곳에는 현재 두 가구(노부부와 할머니 한분)만이 살고 있고, 그중 노부부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식사 대접은 물론 할머니가 오직 할아버지만을 위해 정성껏 마련한 전통발효식품을 맛보았던 행복에서다.

이렇듯 농촌의 오지마을은 한 마을, 한 마을이 사연이 깊고 보이지 않았던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곳이다. 이러한 오지마을을 두 남자가 직접 찾아가 취재한 기록이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이다.

사라져가고 있는 오지마을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먹고 마시고 잠자면서 느꼈던 정서와 지극히 인간적인 마음을 간직한 그곳의 사람들이 느껴진다. 몸이 아파서 멀리 나가서 살기도 어렵고, 도시의 번잡함과 공기, 물의 더러움, 빠름의 생활패턴이 싫어서 차라리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지만 마음만은 평화롭게 살고자하는 분들의 이야기다.

오지마을의 자식들이 도시적인 편리와 안락함으로 정성껏 모셔오지만 답답함이 물밀듯이 차오르는 그분들이 또다시 찾는 곳은 자연의 넉넉한 품인 농촌의 오지마을인 것이다. 아직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보면 이러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이 책에서는 오지마을의 삶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집과 터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보면 예쁜 우리말 고욤, 고콜, 된 꼬가리, 바새, 빗 근뱅이, 솔비, 종종밭, 지름베리, 평지말, 호사비오리와 함께 주거환경과 관련된 거적문, 굴피, 귀틀집, 너와짐, 담집, 둑집, 흙담집, 돌담집, 흙벽돌집, 돌너와집, 돼지마구, 띠집, 물통방아, 방틀집, 뼈대집, 샛집, 억새지붕, 옹팡집, 죽담, 짚, 초가집, 토막집, 투막집, 투방집, 흙집 등의 이름들이 앙증스럽게 마음을 다독인다. 게다가 흑백의 사진들까지 곁들여 마치 내가 그곳에 가본 듯 한 사실감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하루 이틀의 삶을 간단하게 책으로 엮어낸 것이 아닌 다큐멘터리 정신으로 전국의 오지마을을 찾아 실상을 기록으로 알려준 정신에 고마움이 든다. 현재에도 계속해서 사라져 가는 오지마을을 대하면서 도시에서 자각한 분들이 일구는 계획적 생태공동체마을을 생각해본다.

도시의 삶을 그대로 농촌으로 가져가 살고 있는 전원마을이 아니라 외형만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자기와 가족만을 위한 생태건축이 아니라 나와 이웃 그리고 마을이 공동의 작업을 하고, 교육을 하고,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자급 자립하는 적정기술의 마을 말이다.

작가 이용한, 사진 심병우 /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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