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일곱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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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일곱 딸들
  • 함제훈
  • 승인 2009.11.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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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단 한명의 여성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공통조상으로 지닌 친척

[책 이야기] 이브의 일곱 딸들
이브의 일곱 딸들, 브라이언 사이키스, 진성수 역, 따님, 2002.02.20, 13,000원

해제 인류를 서로 다른 종족으로, 일테면 일본인과 티베트인으로 나눌 수 있는 순수한 유전학적인 분류법은 없고, 객관적으로 정의된 종족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를 서로 다른 종족으로, 일테면 일본인과 티베트인으로 나눌 수 있는 순수한 유전학적인 분류법은 없고, 객관적으로 정의된 종족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높은 순수성을 자랑하는 민족도 이질성을 갖고 있으며 현재의 종족들은 모든 살아 있는 종들의 역사를 특징짓는 끊임없는 혼합과정에서의 일시적인 통합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단 한명의 여성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공통조상으로 지닌 친척이다. 우리는 획기적인 유전학의 발전을, 인간조건을 한줄의 화학문자로 전락시키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인류기원의 신비를 밝히고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을 한데 엮어주는 수단으로서 이용해야 한다.

1994년 인류진화와 DNA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브라이언 사이키스 교수는 북부이탈리아에서 발견된 한 남자의 얼어붙은 유해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설인(Ice Man)은 5천여년 전의 인간으로 밝혀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특히 극적으로 이끌었던 것은 사이키스 교수가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설인의 후손을 찾아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그는 5천여년 전에 죽은 한 남자의 생존 인척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그는 '고대의 땅에서 출발한 여행자가 우리 모두 속에 살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 독특한 여행자가 바로 미토콘드리아 DNA이다. 그것은 신체의 모든 세포 속에 존재하고, 어머니로부터 딸에게로 (돌연변이를 제외하면) 거의 변하지 않고 전해진다. 비교적 안정된 이 DNA 고리의 돌연변이를 정량화하고 분석함으로써 그는 인류 기원에 관한 오래된 의문을 풀어나갔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러시아 황제 가족의 유해를 확인하는 흥미로운 예를 통해 유전학이 실제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 다음 인류역사에 관한 자신의 연구결과를 펼쳐보인다. 일테면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인들의 기원을 둘러싼 학자들의 논쟁은 2백여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한편에서는 그들의 기원이 동남아시아라고 믿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메리카라고 주장했다. 사이키스 교수는 수년에 걸쳐 폴리네시아 원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 및 아시아 토착민들의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폴리네시아인의 기원이 아시아대륙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또한 현대 유럽인의 80퍼센트가 4 - 5만년 전에 유럽에 살기 시작한 수렵인(크로마뇽인)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유럽인의 대다수가 불과 1만년 전에 근동지방으로부터 이주해온 농경인들의 후손이라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선사시대에 관한 중요한 의문의 하나인, 현대 일본인의 유전적 뿌리가 약 1만2천년 전에 일본으로 들어온 조몬족과 훨씬 더 최근인 2천5백년 전에 한국에서 건너온 야요이족과 뒤이은 이주민들 중 어느 쪽에 더 깊이 박혀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더 깊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혼슈, 시코쿠, 큐슈 등 중앙의 섬들에 사는 일본인들은 현대 한국인과 많은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을 공유하고 있고, 따라서 그들의 모계조상은 야요이족과 뒤이은 이주민들로 거슬러올라갈 수 있다고 단언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자신이 모든 유럽인의 조상 어머니로 밝힌 일곱 여성, 즉 '이브의 일곱 딸들'이 얼음 평원에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갔는지를 어느 고고학책에 못지않은 지식과 어느 소설책에 못지않은 흥미로움과 함께 펼쳐보인다. 그에게 이끌려 고대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교과서에서 보아온 '돌도끼를 든 고대인간'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했던 인간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브라이언 사이키스, 브라이언 사이키스 옥스퍼드 대학 유전학 교수로서 세계 최초로 고대인간의 유골로부터 DNA를 얻어낸 연구결과를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그후 10여년에 걸친 연구를 인류의 가장 완벽한 DNA 가계도를 만들어냈다. 그가 개설한 웹사이트(www.oxfordancestors.com)는 자신의 유전적 계보를 찾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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