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의 가치가 실현되는 마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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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삶의 가치가 실현되는 마을 만들기
  • 류기석
  • 승인 2022.12.12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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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으로 들어가 복합문화 공간 담은 숲 정원을 준비하면서

도시의 편리함과 속도가 주는 불편한 진실의 고향을 떠나 자연에서의 삶, 소외된 농촌에서의 삶은 나의 궁극적인 소망이자 평생을 꿈꿔온 일이다. 그러기에 지난 31년간 직장 생활 속에서도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다양한 땅과 사람을 만나고 오지의 마을들을 찾았다.

그곳에서는 나만, 우리 가족만 잘 사는 삶이 아닌 이웃과 함께 생태적 삶의 문화를 나누며 살고자 하는데 나는 이것을 '생태공동체+마을'이라고 한다. 한 골짜기, 한 골짜기 너무도 다른 생태환경을 가진 산골을 찾아다니면서 느꼈던 생각은 내 것과 네 것을 구별하지 않고 살자는 것 아닌 저마다 서로 다른 삶을 인정하면서 '문화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자는 것이다.

나는 이를 골짜기 문화라고 한다. 골짜기 문화란 “사람다운 사람이 하늘과 땅을 모시는 삶이자 천지인 합일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땅을 기반으로 뜻을 모으고 하늘을 모셔야 하는 것, 땅과 하늘의 주체는 땅이며, 사람다운 사람이 합일정신으로 얼과 뜻을 받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마을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모여 사는 곳으로 저 마다의 삶의 방식과 가치가 다르기에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아 그간 더디고 어렵더라도 천천히 여럿이 저마다의 뜻과 삶의 지혜를 존중해 주면서 일과 놀이로 지혜를 모아 공동체문화를 펼칠는 장소"를 말한다.

과거 오지 마을의 한 골짜기를 몽땅 구입, 여럿이 각자의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어 골짜기 문화공동체를 꾸리고자 했다. 그 실천적 삶으로 2004년도 경북 영덕 창수면에 있는 30만 평 속 15,000평으로 된 한밭골을 몽땅 빌려 생태공동체+마을의 첫걸음으로 내딛는 실험도 해보았다.

이후 2015년도에는 잣 주산지인 경기도 가평 조종면 대보리에 50만 평 속에 있는 잣 창고를 빌려 몇몇 가정과 농촌다움과 농업다움의 상생을 위한 대안문화 찾기를 시작했고, 생태공동체+문화를 꿈꾸기도 했다. 여기서는 남을 단죄하고 상심하게 하는 말과 행동보다는 각자에게 부여된 참된 행복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았던 것이다.

나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농촌에서 숲 정원을 가꾸면서 조용하고 여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최소한 먹거리와 에너지는 자급자족해 보자는 생각으로 그에 맞는 골짜기 땅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상심하지 않을 소박한 집과 텃밭을 만들고, 자급자족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짓고자 한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에는 작업장과 목공소, 크고 작은 연구실과 사무실을 갖춘 북 카페 등을 만들고, 숲 정원마을을 이루기 위한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아름다운 숲과 계곡을 품은 땅을 구입했다. 지금은 엄격하고 세세한 규약은 없지만 천천히 살아가면서 서로 돕기 위한 작은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에 뜻있는 분들의 참여와 격려를 바란다. 아래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예전에 어느 마을의 규약을 약간 수정하여 나의 생태공동체×마을에 대한 몇 가지 원칙들을 적었다. 참고 바란다.

1. 생태적인 삶과 공간을 지향하는 마을입니다.

자연을 훼손함 없이 다음 세대에 돌려주기 위해 가능한 애씁니다. 그러나 경제를 위한 생태, 생태를 위한 생태보다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조화로운 생태를 꿈꿉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지만 우리들이 지향하는 삶으로서의 생태적 건축, 에너지, 상하수도, 교육, 연구, 신문, 출판, 임업, 농업을 만들어 갑니다.

2. 인간과 자연의 순환관계를 지향하는 마을입니다.

농업과 임업이 중심이 된 마을이지만 그중에서도 순환적인 생태농업을 실현하려 합니다. 가축을 기르는 것과 밭에서 일하는 것이 순환하고, 농사짓는 일이 자연과 순환하며, 도시와 농촌, 노동과 놀이가 순환하는 마을을 꿈꿉니다. 특히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나누는 일을 우리의 주된 일로 삼으려 합니다.

3. 자립적 경제생활과 공동체적 마을문화를 지향합니다.

하나의 신념이나 종교적인 편향됨은 지양하고 자유로운 의식과 다양한 관심사를 인정해 주는 마을을 지향합니다. 정의와 상식이 지배하는 마을, 형식적 민주주의 보다는 설득과 양보, 기다림을 통한 일치를 존중하는 마을을 지향합니다. 아울러 경제적인 생산과 생활은 각자가 원하는 정도에 맞게 이루어지지만 마을의 산업과 문화는 협동과 조화를 지향합니다.

4. 가능한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마을입니다.

의식주 전반에 걸쳐 최대한 자급자족을 이루고, 육아와 교육, 문화, 의료 문제 등을 자급하기 위한 지역과 협력할 것입니다. 서로 돕는 질서를 만들고 소비자로서의 삶만이 아닌 생산자와 더불어 유통과 문화 예술까지도 창조하고자 합니다. 자신만의 직업과 특기로 얼마든지 자신의 존재가치를 환영받는 마을입니다.

5. 서로 간의 신뢰 속에서 어려움을 해결합니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되 각 구성원은 마을 전체 구성원을 배려하고, 마을은 각 구성원이 지향하는 물자와 마음을 고르게 나누는 곳, 꿈이 현실로 실현되는 마을을 만들어 나갑니다. 그러는 가운데 생겨날지도 모르는 제반의 어려움과 경제적 격차를 좁혀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6. 국내외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합니다.

우리의 경험을 알리고 비슷한 마을을 만들려는 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것을 나누며 교류하려 합니다. 우리 마을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 마을이 널리 생겨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이런 원칙들에 마음을 모았다고 해서 마을이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했을 따름입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마을을 만들어 나갈 일이 태산과 같이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습니다. 우리에겐 우공 같은 우직한 일꾼들이 필요합니다. 마을의 터와 길을 닦고,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시설물들을 배치할 계획을 짜고, 자신의 집과 마을의 공동시설 들을 함께 지어올리고, 숲을 가꾸고 농토를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 그 모든 것들을 합의하고 실행하는 일들이 지금 우리의 몫입니다. 몇 년이 걸릴 일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을 안에 평화와 안정이 깃들기 위해서는 또 많은 세월이 걸릴 지도 모릅니다.

피폐해가는 농촌과 농업 그리고 우리들의 삶을 깨우려는 분들이 조심스레 한 사람씩, 한 가정씩 모이기를 소망합니다. 얼마나 기대하고 기다렸던 만남인지 모릅니다. 그 뜻을 함께할 사람과 땅이 이제 마련되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일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모자란 것들을 채우고 우리 서로 각자가 가진 어려움들을 메워 더불어 일어서길 바랍니다. 모든 것이 채워진 곳에서 시작하는 것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그 모자람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 우리가 함께 가꾸어나가는 숲 정원마을은 마을 안에서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고 그 웃음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게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지켜낸 생태 숲의 환경이 조성되고, 소박한 의식주와 생태적 삶의 문화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우리의 작은 힘들이 모여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만들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우리가 할 수 없다면 세상 누구도 할 수 없다는 믿음으로 강원도 화천 땅에 조성될 생태마을을 위해 작은 힘이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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