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요즘처럼 긴박했던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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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요즘처럼 긴박했던 적 없다
  • 박병상
  • 승인 2022.11.2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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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하기 짝이 없는 열대우림의 땅 밑

룰라가 브라질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되었습니다. 아슬아슬했다고 하네요. 자신이 누렸던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은 세력의 준동이 집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들도 자식을 키울 겁니다. 흔히 보수와 진보를 구별합니다만, 미래세대가 누릴 자연, 행복할 권리를 지켜주어야 진정한 보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요. 후손이 누릴 행복을 수탈하는 기득권은 결코 보수일 수 없습니다.

룰라가 당선되었고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정책을 돌이키겠다고 하는데, 보우소나루 대통령 시절 불타오른 아마존 열대우림이 되살아날까요? 생태학자는 회의적입니다. 열대우림 특성상, 일단 대규모로 개발된 생태계는 여간해서 회복될 수 없다고 합니다. 다채로운 생태계는 땅 위에서 즉시 순환돼 흙에 유기물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이 과거 울창한 숲이었다는 사실, 좀처럼 믿기지 않지요.

저는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하고 싶어요. 기후위기가 요즘처럼 긴박했던 적이 없습니다. 다급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세대의 생존을 확신할 수 없다고 수많은 기후학자가 경고합니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러다 집단자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부자나라는 미래세대의 행복할 권리를 약탈하는데 정신이 없네요. 삼척 해안에 세운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그간 노력해온 탄소중립을 뒤집고 맙니다.

현 정부 시기가 핵심입니다. 당장 서둘러야 합니다. 매우 시급한데, 우린 후퇴를 거듭합니다. 4년 반 뒤 망가진 생태계, 변화된 기후, 쏟아진 온실가스, 위축된 농토, 오염된 하늘과 땅을 돌이킬 수 있을까요? 열대우림은 아니지만, 걱정입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소식지에 보낸 글을 잇습니다. 열대우림은 땅 밑이 척박하다는 내용인데, 지금 같이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우리나라도 영구동토도 가망이 없을 겁니다.

척박하기 짝이 없는 열대우림의 땅 밑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저자 루이스 세풀베다는 칠레가 자랑하는 소설가로 2020년 4월 코로나19로 스페인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나이 70세였다. 잔혹한 독재자 피노체트의 압제를 피해 칠레를 탈출한 수만 지식인의 한 명인 그는 주로 남미 분위기를 흠뻑 담은 소설을 대부분 유럽에서 썼다. 아마존을 지키려다 1988년 살해된 치코 멘데스에게 바친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독일에서 썼다.

치코 멘데스처럼 글을 떠듬거리며 읽는 소설 속 아마존 노인은 먹고살기 위해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했다. 아마존 우림을 앞마당처럼 꿰뚫는 노인은 하릴없이 연애소설이나 읽고 싶은데 세상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인간 공격하는 맹수를 퇴치하는 일은 정말이지 하기 싫었다. 두려웠어도 맹수가 불쌍했다. 그 맹수가 포악해진 건 짝을 죽인 사람 탓이 아니었던가.

하루는 아마존에 우쭐대며 들어온 미국 관광객의 해골을 찾아야 했다. 열대우림의 주인은 수많은 동식물이다. 관광객은 수수한 복장으로 방문한 뒤 조용히 떠나야 옳거늘, 아무 데나 카메라 들이대는 양키는 요란했다. 호기심으로 모터보트에 다가온 원숭이를 잡아채 악어에 던지던 관광객 한 명이 박장대소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다 그만 풍덩 빠졌다. 허우적거리자 슬그머니 다가오던 악어 대여섯 마리가 허우대를 동시에 물고 몸을 한 바퀴 획 돌렸고, 순간 핏빛에 물든 강에서 반쯤 남은 머리뼈가 데굴데굴 굴러 강가의 늪에 처박히는 게 아닌가. 노인은 그 해골을 찾아내야 했다.

수많은 동식물이 어우러지는 아마존은 그랬다. 생물 하나가 쓰러지면 순간 다른 생물들이 차지하며 순환된다. 순환이 활발한 땅 위 생태계는 언제나 울울창창하지만 땅 아래는 척박하기 짝이 없다. 유기물질이 거의 쌓이지 않기 때문이지만, 생물종이 단순한 한대림은 다르다. 쓰러진 생물들이 영겁의 세월 동안 땅 밑에 쌓이고 쌓여 풍화된다. 북유럽에 갈탄과 토탄 매장량이 풍부하고 시베리아 동토 아래 천연가스 매장량이 막대한 이유가 그렇다.

브라질의 아마존이 대거 불길에 휩싸였다. 가까이 붙어 자라던 나무가 마찰을 일으키거나 번개로 숲에 불이 붙으면 주변 나무들이 수분을 부지런히 발산해 구름을 만든다. 비가 내리며 불이 커지는 사례는 하루에 80번 이상 발생한다고 세계적 생태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했는데, 개발을 부추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이후 불길은 달랐다. 아니 원주민 거주지를 지키려 벌목을 막던 도로시 스탱 수녀가 6발의 권총 탄환에 살해된 2005년 이전부터 규모가 커졌다.

브라질은 현재 유전자조작 콩 최대 수출국이다. 그런 콩을 대규모로 심으려면 울울창창 숲은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풀과 곤충도 제거해야 한다. 제초제와 살충제가 필수이므로 주변 습지가 치명적으로 오염된다. 그 물을 아무리 걸러 마셔도 소용없기에 아기 잃은 원주민은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다. 원주민이 살던 숲은 머지않아 불탄다. 유전자조작 콩 재배면적은 늘어나지만, 그 땅은 척박하다. 화학비료 없이 농작물 재배가 매우 어렵다. 방치하면 황폐한 땅으로 버림받는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소 생산량은 지구 전체의 3% 내외라고 한다. 나머지 대부분은 바다, 그중에 플랑크톤이 풍부한 대륙붕에서 생산한다는데, 갯벌이 가장 왕성하다. 드넓던 우리 갯벌은 90% 이상 매립되었거나 매립 예정되었다. 열대우림이 사라진 아프리카에 사막화가 심각하다. 해수 온난화로 플랑크톤 생장은 위협받는데 인간은 여전하다. 미세먼지 속에 숨을 잘 쉰다. 도로시 스탱과 치코 멘데스의 희생 덕분인지 모른다. 희생자를 기렸던 루이스 세풀베다도 희생되었다. 사람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박병상(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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