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죽이는 물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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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죽이는 물건은?
  • 박병상
  • 승인 2022.11.1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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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태계를 죽이라고 우리를 유혹하는 가장 확실한 물건은 텔레비전이다.

텔레비전은 우리 삶을 지배합니다. 우리 소비를 좌지우지하지요. 사실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하도록 유혹합니다. 그 결과 가전제품이 넘치네요. 전기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졌어요. 전기를 모르는 조상은 이웃과 의로애락을 나누며 살았을 텐데, 전기 없으면 집도 사무실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공항상태가 될 듯합니다.

전기 없이 살 수 없는 생활은 기후위기를 유발했고 전기요금이 오르면 우리는 공황상태가 될 겁니다. 머지않아 우리 전기요금도 유럽 못지 않게 오를 겁니다. 우리보다 요금이 높은 유럽은 최근 5배 이상 인상되었다는데, 더 오를 거라 하네요. 푸틴이 일으킨 전쟁 때문만이 아닙니다. 기후위기가 심해지고 화석연료 자체가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이니까요. 전기 효율화에서 절약으로 가야 하는데, 텔레비전이 교묘하게 방해합니다. 물론 그런 의도의 광고와 프로그램 편성은 사람이 주도하지요.

전기에 굴복된 우리 삶은 분명 정상이 아닌데, 텔레비전은 편의와 과시를 위해 전기 과소비가 일상이라고 착각하게 합니다. 2002년 환경운동가 제리 멘더는 텔레비전을 없애라고 했고 프팡스의 철학자 브르디외는 텔레비전을 외면하라고 했지요. 2003년 지구를 살리는 불가사의한 물건 7가지를 소개한 책이 소개된 적 있는데, 지구를 죽이는 하나의 물건을 꼽으라면 무엇일까요? 저는 텔레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시나요?

아직 정치 뉴스를 외면하고 싶은 저 역시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텔레비전을 즐겨 봅니다. 하지만 편집된 다큐멘터리 역시 공정하거나 정의롭지 않을 겁니다. 텔레비전을 외면하면 더 많은 책을 읽고 글에 깃드는 생각도 깊어질 듯합니다.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되는 상황에 에너지 과소비를 유혹하는 텔레비전의 원죄를 묻는 글을 <지금여기>에 기고했습니다. 아래 잇습니다.

지구를 죽이는 물건은?

자전거, 콘돔, 천장 선풍기, 빨랫줄, 타이 국수, 공공 도서관, 그리고 무당벌레. 이상 7가지 물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003년 미국의 환경운동가 존 라이언은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에서 의미를 풀어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책은 절판되었어도 7가지 물건은 여전히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새삼 살펴보자.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이 아니라면, 실생활에서 자동차를 대신하는 자전거는 제조와 사용 과정은 물론이고 폐기할 때까지 온실가스와 배기가스를 크게 줄인다. 수소와 전기로 연료를 바꾼 자동차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기업의 거짓 논리와 차원이 다르다. 프랑스 파리 시장에 압도적 표 차이로 재선된 안 이달고 시장은 도로에서 자동차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자전거로 채우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현재 시민의 성원을 받으며 착착 실행 중이라고 한다.

2022년 11월 15일을 기점으로 세계 인구는 80억을 돌파했다. 천차만별의 생활 수준으로 행불행을 나누는 80억 인구가 미국 평균처럼 살아가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할까? 요사이 일부 예외적인 국가가 있지만, 세계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운 좋으면 100억 정도로 늘어난 뒤 서서히 줄어들 거로 전망하는데, 사람 이외의 동물은 크게 줄어들겠지. 누구든, 젊은 남녀의 친밀한 행위를 통제할 수 없다. 그럴 때 콘돔은 예나 지금이나 성병과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인구 폭발을 막는다.

해마다 기상이변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후 상승의 최고 책임 국가인 미국에서 에어컨 사용은 일상일 텐데, 우리도 비슷해졌다. 혼수품이 된 에어컨을 자제하자고 제안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만 선풍기와 동시에 사용하면 전기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저자는 빨랫줄을 추천했다. 2003년 의아했지만, 빨래 건조기가 혼수품에 들어가는 우리도 이제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나 우리나 햇볕이 좋은 만큼 전기 잡아먹는 건조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데, 요즘 건설업체 이익에 최적화된 주택 설계가 못마땅하다. 햇살이 스미지 않는 공동주택이라면 건조기 유혹을 이기기 어려울 텐데, 어디 건조기뿐인가? 자주 세탁하기 어려운 외투는 걸어 놓고 증기 뿜고, 흔들며 말리는 ‘스타일러’가 등장했다. 식기 세척기도 일반화되려고 한다.

타이 국수를 먹어 본 적 없는데, 꼭 타이 국수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 미국이나,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꽤 많다. 미국인인 저자는 성인병을 유발하는 육식보다 영양소가 많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제안한 것이다. 우리처럼 나물과 채소가 많은 식습관을 가진 국가와 다른 느낌인데, 식량 자급률이 형편없는 우리도 수입한 곡물을 사료로 먹이는 가축의 육식 소비가 늘어난다.

공공 도서관을 제안할 때, 조금 뜨끔했다. 사 놓고 읽지 못한 책이 책장에 넘치는데, 아내의 핀잔을 무릅쓰며 자꾸 사들이지 않던가. 미국처럼 공공 도서관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 대부분을 갖춰 놓는다면 안심하고 빌릴 텐데, 아직 남의 나라 이야기다. 최근 아이들 공부까지 영상미디어가 책임지겠다고 텔레비전 광고는 부모 유혹한다. 영상이나 인터넷으로 읽는 글은 휘발성이 강하다. 공공 도서관보다 책 읽는 분위기가 아쉬운 시대가 되었다.

무당벌레가 등장한다. 딱히 무당벌레만 제시한 건 아니다. 그 지역 생태계에 그물처럼 얽힌 천적을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농약은 생태계를 교란한다. 농민과 소비자까지 해치는 화학약품의 문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일손이 부족한 농촌은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고유 생태계가 보전된다면 황소개구리와 꽃매미처럼 외래종을 자연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생태계에 치명적인 해를 주는 화학약품은 농약만이 아니다.

“불가사의”는 물건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저자의 수사다. 한데 생태계에 의존하는 사람이 감히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에 소개된 물건은 지구를 살린다기보다 죽이는 현상을 완화한다고 풀이할 수 있을 텐데, 2022년, 27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기 직전, 미국이나 우리나라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거의 없어도 가장 먼저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국가, 남태평양의 투발루의 총리가 각국에 긴급 편지를 보냈다.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취약한 국가들이 기후 대재앙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미국의 비영리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지금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억제하지 못하면, 미국은 2050년 1만 7800제곱킬로미터의 해안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150조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모양이다. 기득권 눈치 보기를 거부하는 기후학자는 해수면 상승 예측이 과소 평가되었다고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떨까? 2030년 인천공항은 가라앉을 거라는데, 인천과 한강의 고급 아파트, 부산과 새만금은 괜찮을까? 갯벌과 농경지가 가라앉아도 우리는 수입한 농작물과 고리를 먹으며 살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지구는 죽지 않고 다만 현재의 생태계는 죽어 간다는 사실인데, 100퍼센트 사람이 원인이다. 지구 생태계의 생물종은 이제까지 5차례 ‘대멸종’했다.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러면 미래세대는 멸종한다고 다시 열변을 토했지만, 책임이 큰 국가의 정상들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그렇담 새삼 생각해 보자. 사람이 만든 물건 중에서 현재 지구 생태계를 죽이는 물건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실 무지막지하게 많을 텐데, 가장 효과가 큰 물건을 한 가지 고른다면 무엇일까?

미국의 저명한 환경운동가 제리 멘더는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출간 1년 전, "텔레비전을 버려라" 하고 외쳤다. 지구 생태계를 죽이라고 우리를 유혹하는 가장 확실한 물건은 텔레비전이다. 그 이유는? 없어도 될 가전제품에 치어서 사는 사람이라면, 짐작하리라.

글쓴이 박병상 님은 60플러스 기후행동, 상임공동대표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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