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의 시대와 지구생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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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의 시대와 지구생명의 위기
  • 박병상
  • 승인 2022.09.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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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의 시대와 지구생명의 위기"

대전대학교 신문의 기획입니다. 그 네번째 글을 <다양성을 버린 인류의 내일>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했습니다. 제가 자주 늘어놓는 이야기를 대학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사례를 제시하면서 썼고, 제 블로그 링크로 잇습니다.

글쓴이 박병상 님은 디딤돌,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서생.
글쓴이 박병상 님은 디딤돌,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서생.

멧돼지에게 극단적으로 치명적이지 않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왜 축사의 모든 돼지를 죽일 정도로 무서울까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나타나면 반경 3km 이내의 가금류를 모조리 죽이는 이유와 바나나가 멸종 위기인 이유는 다를까요? 이익을 위해 다양성을 버린 인류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요?

(공동체) 다양성을 버린 인류의 내일

반드시 경험해 본 뒤 글을 쓰는 마이클 폴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에서 노련한 포수와 멧돼지를 사냥한 기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총을 쥐어본 적 없어도 사격 연습을 충분히 하고 들어간 숲은 온갖 생물의 움직임과 소리로 가득했다. 신경 곤두서는 순간들을 경이롭게 경험하며 사냥에 성공한 그는 수렵에 다시 나설 생각을 접는데, 요리의 주권을 부엌에서 기업으로 넘긴 미국의 음식문화를 안타까워한다.

누가 어떻게 사육했는지, 어떻게 재배했는지 모르는 고기와 곡물, 그리고 채소를 어떻게 섞어 가공하는지 알지 못하는 미국인의 상당수는 비만이다. 광고에 노출된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은 열량이 높아도 영양소가 부족하다. 지나치게 의존하면 건강에 균형을 잃기 마련인데, 생태계도 비슷하다. 구불구불 다채롭던 자연이 직선으로 개발되면서 안정을 잃는다. 마이클 폴란의 조상이 건너가기 전, 미국에 없던 멧돼지는 유럽에서 왔다. 농부의 우리를 탈출한 돼지가 자연으로 퍼져 멧돼지로 환원된 건데, 요즘 공장식 축사의 돼지는 풀어주어도 멧돼지로 돌아갈 수 없다.

치사율 100%라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했다, 치사율 100%? 감염된 숙주가 모두 죽으면 바이러스든 박테리아든 살아남지 못한다. 생물 진화의 역사에서 그런 사례는 없건만,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사육하는 돼지를 어김없이 죽이니 축산 정책 관계자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인가? 우리나라는 죽은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데, 강원도 양구에서 검출한 바이러스가 3일 만에 경북 영주에서 나타나자 제주도까지 긴장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감염된 멧돼지가 양구에서 영주로 이동했을까?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는 사실 여기저기 많을지 모른다. 대부분 회복되고 일부가 죽을 텐데, 왜 축사의 돼지는 모조리 절명할까?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은 30일 사육한다. 더 사육하면 대한민국 표준 뚝배기에 쏙 들어갈 수 없으니 부화 30일에 가장 맛있도록 효율적으로 사육해야 한다. 그를 위해 양계장의 온도와 습도를 통제하고 최적의 사료를 정확한 시각에 적량 먹이며 나머지 시간 내내 잠을 재운다. 하루 100만 마리를 도살해 포장하는 기계의 오차범위에 들어갈 수 없이 들쭉날쭉한 닭을 납품하는 양계업자는 도산한다. 축산과학은 일찌감치 준비를 마쳤다. 수단과 목적에 부합하도록 쌍둥이처럼 육종한 것인데, 한꺼번에 사육한 뒤 일제히 도축 포장되는 닭은 유전자가 극도로 단순해지고 말았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돌면 안전 반경 이내는 모조리 살처분하는 오리와 메추리도 닭과 다르지 않은데, 구제역 돌면 예외 없이 살처분하는 돼지는 아니 그럴까? 인큐베이터처럼 철저하게 관리하는 대형 축사에 적합한 유전자만 남은 가축의 운명이 대개 그렇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우유 생산량을 통제당하는 젖소도 비슷하다. 아프리카젖소열병이 출현한다면? 초긴장하는 세계 축산당국은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과학기술을 정밀하게 동원할 텐데, 막대한 자금과 에너지 소비를 수반해야 한다. 대기권의 온실가스는 그만큼 늘어나겠지.

사진: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근(배체로 철새의 분변)에서 검출되었다는 이유로 생매장 방식으로 살처분되는 오리들. 부화 이후 처음으로 세상의 빛과 바람과 향기를 맡지만, 끔찍한 지옥에 파묻히게 된다. (가진은 인터넷에서)

광우병은 사라졌을까? 소 도축 부산물을 소에 되먹이는 행위를 중단한 유럽과 달리 미국은 돼지와 닭 사료에 소 도축 부산물을 섞는다. 돼지와 닭 도축 부산물은? 소에게 먹이므로 ‘교차오염’을 의심하게 하는데, 생명공학으로 광우병 걸리지 않는 소를 육종할 수 있을까? 황우석 전 교수는 약속했지만 그런 소는 출현하지 않았다. 성공했다면 초식동물인 소에 동종의 도축 부산물을 먹여도 무방한 시대로 접어들 뻔했을까? 생태계의 흐름을 거역하는 축산의 성공 여부는 둘째로치고, 생명공학은 전통 육종 기술보다 유전적 다양성을 빠르게 위축시킨다.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생물은 까다롭게 사육해야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데, 기후변화가 촉발하는 기상이변은 점점 걷잡을 수 없다. 환경변화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생명공학은 대안에 역행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방역당국은 반경 3km 이내의 모든 가금류를 불문곡직 살처분한다. 철새 분변에서 검출되더라도 예방 차원의 살처분, 아니 죽인 닭은 2억 마리 넘나드는데, 정작 인플루엔자에 걸린 닭은 100여 마리에 불과하다. 2003년 이전, 조류인플루엔자는 우리나라에서 조사되지 않았다. 작은 양계장이나 농가에서 시름시름 앓다 죽거나 회복되었을 텐데, 양계장 규모가 커지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살처분은 축산자본의 이해에 충실한 농정이다. 한데, 가축에 한정하는 건 아니다.

알뿌리로 증식하는 바나나는 세계 모든 농장이 한 그루를 심은 셈인데, 곰팡이로 멸종위기에 몰렸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캐번디시 품종보다 크고 향이 깊던 그로미셸을 멸종시킨 곰팡이다. 1960년대 그로미셸을 잃은 다국적기업은 폭력적으로 대응했다. 곰팡이가 검출되면 농장의 모든 바나나 나무는 불사른다.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사라진 바나나에서 곰팡이를 이길 품종을 찾는 일은 무척 어렵다. 생명공학자들이 유전자 조작을 시도한다는데, 낙관하기 어렵다. 조작한 유전자가 수평 이동하여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은 나중에 따지기로 하자. 특정 곰팡이를 극복하더라도 유전적 다양성을 대형 농장의 작물을 공격할 곰팡이는 많지 않은가? 해충, 병균과 바이러스, 플랜트농업이 경계해야 할 목록은 끝이 없는데, 농약은 임시방편이다. 얼마 안 가 내성이 생기니 독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다. 꿀벌이 자취를 감추는 현상은 공연한 게 아니다. 농약 살포하는 농부의 건강이 무너지지만, 소비자가 외면할 수 있다. 생명공학이 나서야 할까?

모기에 물리면 가렵다. 병원균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람이 있어도 드물 텐데, 살충제 연구에 지친 과학자는 생명공학에 기댔다. 짝짓기하면 알을 낳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를 풀어서 박멸을 시도한 것인데, 효과가 있었다. 유전자 조작 모기를 풀어놓은 중남미의 숲에 해당 모기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특정 모기가 사라져 생긴 생태계의 빈자리를 다른 모기가 차지했다. 가려움은 그치지 않았는데, 엉뚱한 문제가 터졌다. 유전자 조작 모기를 풀어놓은 지역에 지카바이러스가 증가하더니 대뇌 없는 아기가 잇따라 태어나는 게 아닌가. ‘소두증’이라 했다. 모기와 지카바이러스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혀낸 건 아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된 연유가 있을까? 미국 중국 사이의 기원설 갈등에 기름 부을 생각은 없다. 다만 시멘트에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 시멘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시멘트 무게에 상응한다는데, 중국의 시멘트 생산량은 가히 세계 최고다. 미국이 이제까지 생산한 양을 3년 만에 초과했다는 영국 가디언지의 심층취재를 《지구에 대한 의무》가 인용했다. 중국 1년 생산량을 부으면 영국은 베란다처럼 편평해질 거라 덧붙였는데, 중국의 생태계는 그만큼 망가졌다. 박쥐 몸속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달될 통로가 그만큼 넓어졌으며 비행기와 고속도로를 타고 세계로 창궐할 기회가 확대되었다.

기후위기로 영구동토가 하염없이 녹는다. 하루 60억 톤이 넘었다. 때를 같이해 시베리아 한대림이 불에 타고 티베트고원의 동토가 녹는다. 영구동토 아래 인류 조상과 진화의 뿌리를 공유하는 포유류 사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 매머드도 있다. 황우석 전 교수는 매머드 복원을 공언했지만 실패했는데, 실패로 돌아가 다행이다. 살아갈 터전 잃은 매머드를 어디에 풀어놓을 것인가? 문제는 얼어붙은 포유류 사체에 살아남은 병원성 바이러스다. 천적도 없는 현 생태계로 퍼질 수 있다. 코로나19처럼 치명적으로 거듭 퍼진다면 인류의 과학기술은 대처할 수 있을까?

유력한 국가의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연구는 순식간에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빠르게 통제하고 나섰지만, 아직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1918년 세계 인구의 2% 이상 사망케 한 독감이 새로 공급되는 백신과 더불어 공존하게 되었듯,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유명무실해질 공산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이끌 기상이변과 감염병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백신을 때맞춰 개발하기 어려울 텐데, 관측 사상 최악으로 이어지는 더위와 가뭄과 태풍과 홍수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시멘트는 물론, 과학기술은 대안을 안내하지 못한다. 수소와 전기자동차는 더더욱 아니다.

삽시간에 들판을 덮치는 메뚜기 떼의 재앙은 DDT 발명 이후 사라질 거라 믿었지만 소용없었다. DDT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가진 메뚜기가 집단 내에 드물게 있었기 때문인데, 인간이 장악한 ‘인류세’ 지층은 위험해졌다. 효율화를 위해 획기적으로 육종한 농작물, 축산물, 양식 어패류는 유전적 다양성을 잃었다.

지층을 연구하는 ‘층서위원회’는 현 지층의 이름을 홀로세(Holocene)에서 인류세(Anthropocene)로 바꾸고자 한다. 온갖 플라스틱에 뒤덮인 지층과 온실가스와 초미세먼지로 오염된 대기는 언제 인류에 작별을 고할지 모른다. 전체 포유류 무게의 30%를 차지하는 인류는 포유류 무게의 67%에 달하는 가축의 유전자를 획일화하고 포식할 뿐, 탐욕을 멈추지 않는다. 안정 잃은 생태계는 머지않아 무너진다. 막대한 화석연료를 동원해 위기를 면하지만 흉흉하게 다가오는 징후는 미래세대를 오싹하게 만든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지구 운명 시계’(doomsday clock)는 자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날이 언제든, 파국을 면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한 과수원의 사과나무도 온난화로 금세기 내에 한반도에서 사라질 운명의 사과나무도 아니다. 다양성이라는 사과나무를 심어야 성큼성큼 다가오는 위기를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

파국을 미루려면 다채로운 생물이 어우러지는 생태계를 회복하고 농축산업에 유전적 다양성을 복원하는 연구와 행동에 진력해야 한다. 또한 “공정한 경쟁”이란 허울에서 수직 계열화된 사회구조를 정의롭게 개편해야 한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생각한다면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로 모자란다. 다양성을 배려하는 ‘세대정의’와 ‘생태정의’까지 살펴야만 한다. (대전대신문, 497호, 2022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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