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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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오
  • 백창욱
  • 승인 2021.01.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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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 진밭교 아침기도회(21. 1. 2)  
요한 1:19-24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오”


12월 31일 연대단체인 일본 젠코에서 소성리로 새해영상인사를 보내왔다. 짧은 인사말이지만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았다.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는 상황 속에서 시민생활, 고용, 의료가 파괴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사회보장, 의료 등에 돈을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 일본정부는 역대 최대 군사예산을 책정했다. 지금이야말로 군사비를 삭감하고 전쟁으로 이어지는 모든 것을 철거할 때라며 젠코는 소성리 사드 빼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종속에 대해서는 일본 역시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상태임을 볼 때, 한국과 일본의 깨어있는 시민들의 자주, 평화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쟁 대신 평화를 살도록 하는 주체는 깨어 있는 시민의 몫이다. 우리가 더 분발해야 한다. 

또 성미산학교 학생들도 귀한 새해인사를 보냈다. “소성리를 지키는 분들께, 사드배치는 소성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고 활동을 함께 하지 못해 부끄러웠습니다.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저희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생각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함께 하고 있다는 우리 의지를 보여드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 외롭다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포스트 중등학생 올림. 그리고 두 장의 현수막을 보냈다. 현수막 문구는 “전쟁없는 세상을 꿈꾼다” “우리가 평화를 만든다”이다. 핵심을 담았다. 사드야말로 평화를 거스르는 전쟁무기이고, 평화는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임을 감안할 때, 진실로 그렇다. 

먼 곳에서 따뜻하고 귀한 연대인사를 받아서인가, 새해 첫 날, 주민들도 달마산에 올라가 사드철거의 열망을 하늘에 바치며 새삼 결의를 다졌다. 
“보소서, 달마산이여. 아무리 혹독하게 추운 겨울도 때가 되면 물러가고 봄이 오듯이,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불씨가 남아 때가 되면 많은 이들이 다시 함께 할 것을 굳게 믿으며 우리는 오늘도 불법사드기지 앞에 섭니다. 
달마산이여, 신령스러운 천지기운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를 지켜보소서! 우리 끝내 포기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저 흉물스러운 전쟁무기와 외국군대를 이 땅에서 내보내고 마을의 평화를 되찾을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니, 오늘 이 다짐에 함께 하시고 우리의 기운을 북돋워주소서!” 이처럼 거룩하고 신령한 기운으로 사드철거를 바라는바, 사드와 미군없는 소성리 평화는 기필코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오늘 복음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바리새가 파견한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요한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집요하게 묻는다. 오직 한 가지 질문에만 매달린다. 왜 이렇게 끈질기게 묻는 것인가? 어느 날 혜성같이 등장한 요한이 민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는 바, 현 집권세력인 바리새 입장에서는 요한의 정체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요한이 그리스도면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눈여겨봐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요한의 태도다. 요한은 단호하게 자신은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답한다. 사회운동에 앞장 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감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상황,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사회운동을 인도하는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생각하면 지도자의 정치소양은 기본이다. 정치소양 중에서도 민중, 대중의 기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귀신같이 안다. 그러므로 그 바람에 맞게 호응한다. 민중에게 실망을 주면 안 된다는 구실이지만 이면에는 자신의 야심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한은 정치소양이든 민중의 바람이든 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신은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자신은 단지 광야의 소리일 뿐이라고 못 박는다. 권력자는 물론이고 민중이 헷갈려 하지 않도록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한다. 예수의 앞길을 예비하는 사람으로서 요한은 가장 정직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사명을 수행했다. 예수의 등장에 앞서 요한을 길이길이 기념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왜 사드철거투쟁을 하는가? 우리가 육년 째 소성리 현장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스라엘처럼 메시아 대망론인가? 메시아는 없다. 자주와 평화는 메시아가 주지 않는다.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나라의 자주와 독립은 어떻게 오는가? 권력이 좌우하는가? 권력이 중요변수이기는 하지만 결정적 주체는 아니다. 결정적 주체는 깨어있는 시민이 어떻게 상황에 대처하고 현실을 만들어가는가에 있다. 사드철거 투쟁에 함께 하는 젠코와 성미산학교 학생같은 연대자, 소성리 주민시민들이 결정적 주체다. 그 반대를 생각하면 자명하다. 사드배치를 당연하게 또는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만 있다면, 군사대국화 놀음에 빠진 전쟁광들의 광기로 저세상 연옥으로 갈 것도 없이 이 땅이 연옥이 되고 말 것이다. 요한의 단호한 태도를 기억하자. 이 땅에서 결코 미제종속과 전쟁무기 사드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태도로 한 해를 열어가자. 광야의 소리가 되자. 하나님이 우리 길에 동행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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