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대에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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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대에 돌아가리라
  • 백창욱
  • 승인 2020.12.2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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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 진밭교 아침기도회(20. 12. 26)  
마태 23:33-36 “이 세대에 돌아가리라”


고대 이스라엘의 지도자는 세 집단이 있다. 왕, 제사장, 그리고 예언자이다. 지금의 삼권분립 비슷하다. 셋 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하나님이 기름 부어 택함 받은 자리다. 말 그대로 그리스도다. 
제사장은 국가의 제의를 집전하는 사람이므로 친정권적이다. 왕과 가깝다. 대표적인 기득권집단이고 독점적으로 세습했다. 세습이 가능한 이유는 레위지파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왕국 이스라엘 초대왕 여로보암은 백성들이 남왕국 유다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쏠리는 것을 두려워하여 레위지파만 할 수 있는 제사장직을 평민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뒤에 북왕국이 앗스르에 멸망할 때, 제사장 일을 했던 이들이 졸지에 난민이 돼서 최약자층이 된다. 어쨌든 정통성에서 우위에 있는 남왕국 유다는 레위지파에게만 제사장 자리를 줬다. 

또 하나 독특한 세력이 예언자다. 예언자는 이스라엘에만 있는 매우 특별한 집단이다. 예언자집단과 가장 비슷한 용어는 우리나라의 재야다. 재야가 제도권에서 떨어져 있으면서 기득권정치를 비판했듯이, 예언자는 민중 편에서 왕의 정치를 비판했다. 대개는 왕의 실정을 비판했다. 왕의 실정은 무엇인가? 첫째, 왕이 야웨신앙을 저버리고 우상을 숭배했다. 북왕국이든 남왕국이든 올곧게 야웨만 섬긴 왕은 극소수다. 즉 어느 시대든 예언자는 왕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둘째, 우상숭배는 자연히 정치의 왜곡을 불렀다. 어떤 왜곡인가? 야웨는 평등을 강조하지만 이방신들은 번영을 강조한다. 따라서 정치가 오로지 기득권 강자만을 위하고 진정 정치가 필요한 사회약자는 외면했다. 셋째, 왜곡된 정치는 필히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했다. 그래서 부자는 더욱 부하고 가난한 자는 점점 더 벼랑으로 밀려났다. 

예언서를 보면, 왕에게 빌붙은 거짓예언자(어용예언자) 빼고 정직한 예언자는 왕의 정치왜곡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왕이 정신 차리고 예언자의 말에 귀 기울이면 정치가 견제와 균형 속에 어느 한 세력이 일방적 독점으로 가는 것을 방지한다. 그러면 백성도 살만하다. 그러나 왕이 독점세력과 한 통속이 되면 그때부터는 망조가 든다. 이스라엘이 망한 데는 바로 이 세 가지 요소가 한계상황에 도달해서이다. 

예언자는 이렇게 왕의 정치왜곡을 비판했다. 그래서 우대받은 예언자는 별로 없다. 특별히 왕의 신임을 받아서 왕궁에서 예언활동을 한 다윗왕 때 나단예언자나 아하스왕 때 이사야 예언자 정도다. 그 외 예언자들은 외로이 멸시천대를 받으며 예언활동을 했다. 오늘 복음에서 말하듯이, 공권력은 예언자들을 죽이고 옥에 가두고 매질하고 추방하고 그랬다. 백성들도 예언자를 알아보지 못해서 덩달아 박해했다. 망조가 드는 세상은 이처럼 세트로 악하다.   

오늘 복음인 마태 23장을 보면, 예수가 서기관 바리새들을 사정없이 규탄한다. 분노를 폭발한다. 그들이 예언자를 박해했던 조상들과 똑같은 행태를 범하기 때문이다. “33절,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심판을 피하겠느냐?” 우리가 욕할 때 개를 끌어들이듯이, 이스라엘에서 가장 심한 욕은 뱀이 들어간다. 예수는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차서 뱀새끼 욕을 한다. 짐짓 거룩한 체, 고상한 체, 의로운 체 하는 그들의 위선에 돌아버린 것이다. 너희는 “우리는 예언자를 박해한 조상들과 다르다고 말하지만 똑같다. 그들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고 일갈한다. 너희가 하나님 계신 곳이라는 성전에서 제사일을 하면서, 죄도 없는데 죽인 의인들의 피가 너희를 고발한다. 그 피가 다 너희에게 돌아간다고 선언한다. 조상들의 죄를 포함하여 의인들의 피 값을 너희에게서 묻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다. 

우리는 소성리에서 사드철거투쟁을 하면서 이 나라 안보 실상에 대해 점점 더 깊이 알아가고 있다. 국방부가 겉으로는 온갖 폼을 잡고 나라를 지킨다고 설레발치지만, 그들의 내부, 정신은 얼마나 종속적인지를 체감한다. 외국군대가 버젓이 주둔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가장 비통해야 할 국방부가 가장 천하태평이다. 되레 미국종속에 더 열을 올린다. 미제무기 구입에 앞 다툰다. 진정한 군인이라면 나라를 외국군대가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울분, 쇄신,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야 할텐데, 도통 그렇지 않다. 한미동맹 신주단지만 부여잡고 있다. 비통하기 이를 데 없다. 미제 사드기지에 무기와 각종 물건을 들이밀 때마다 뒤에 숨어서 제 나라 주민시민을 짓밟는 일에 도통 양심의 가책이 없다. 미군놈들 경비서면서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이들이 한국전쟁 전후 때 제 나라 시민을 무차별로 학살한 군인들과 다른 게 있는가? 그 때도 미군의 명령을 받았고 지금도 미군의 명령을 받는다.(한 예로 미국은 제주 4.3 진압을 총지휘했다. 학살의 배후다. 그 때 피해자들이 재심에서 속속 무죄선고를 받고 있다.) 정말이지 예수가 서기관에게 뱀욕을 하듯이 사드기지고정화에 앞장서는 위선자 국방부에 개욕을 쏟고 싶다. 예언자가 왕의 정치왜곡을 비판하는 게 숙명이었듯이, 우리 역시 사드철거투쟁으로 종속 국방부를 자주 국방부로 바로 세우자. 우리의 숙명으로 알고 수행하자. 하나님이 함께 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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