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가.볍.고.  편.하.게. 지기 (소성리아침묵상 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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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가.볍.고.  편.하.게. 지기 (소성리아침묵상 201209)
  • 강형구
  • 승인 2020.12.12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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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 소성리 아침묵상 (마 11:28-30)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
나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일에 대해 오래오래 묵상해 왔습니다.
그만큼 생각이 깊어졌다기 보다는 그만큼 오래 망설이고 주저주저 해 왔단 얘기지요.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세월호 사건을 만나 나의 망설임이, 나의 주저함이 비극의 원인이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광장으로 나와 여러 고난의 현장들을 보았고, 우여곡절 끝에 소성리를 나의 골고다 현장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지금은 나의 십자가를 가.볍.고.  편.하.게. 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지들이나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들, 이웃들은 지금 내가 짊어지고 있는 십자가가 가볍고 편한 멍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같습니다.

하여 오늘은 또 다른 상상을 해보자고 질문을 드립니다.
십자가 수난예고를 들은 제자들이 그 예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삽질을 했다고 복음서가 전하는데(막 8:31-33, 막 9:31-34, 막 10:32-45)
만일 제자들이 삽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예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제대로 된' 반응이었을까? 

예수님의 오늘 말씀은 참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개역개정판 번역으로 널리 알려진 말씀이지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교회 앞에 자주 내걸리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막 8:34)는 말씀과 함께 이 말씀을 되새겨 봅시다.
예수님이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편하다', '가볍다'라는 형용사는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감각에 관한 표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초기 기독교인들이 겪었던 '참혹한' 수난들 마저 '편하다' '가볍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 편하고 가벼운 것이었을까요?

나는 첫번째 수난예고 후 베드로가 보여준 반응, '예수를 붙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막 8:32)는 반응이 제대로 된 반응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사탄아, 물러가라.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시며 꾸짖으셨을지라도.
오로지 하느님의 일을 생각할 때만 각자 짊어져야 할 멍에가 가볍고 편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짊어질 수 있는 무게만큼만 짊어지게 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늘 말씀을 다시 읽으며, 미리 겁내어 하느님이 지워주시는 짐을 거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
오늘 말씀은 마태복음에만 나오는 말씀입니다.
과연 예수님의 어록에 포함되어 있는 말씀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아마도 600개가 넘는 유대인들의 율법을 황금률로 요약해 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예수공동체로 초대하는 말씀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한 선전문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목사님들의 설교들 중에도 율법에 촛점을 맞춘 설교 말씀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 말씀의 '짐'과 '멍에'를 당시 민중들에게 강요된 율법이 아니라, 예수님이 우리에게 당신을 따르면서 짊어지라고 하신 '자기 십자가'에 연결시켜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자신 뿐만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도 온갖 박해와 고난이 닥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제자들의 정신무장을 단단히 시키십니다. 
그 박해를 의연히 이겨내도록 격려하시지요. 

나는 오늘 말씀도 그 격려와 위로의 말씀으로 받아들입니다.
다시 요약하면, 오로지 하느님의 일을 생각할 때만 각자 짊어져야 할 멍에가 가볍고 편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생각합시다.

우말양지 절개지 위에서 바라본 소성리 풍경(멀리 경찰들이 마을안길을 통해 진밭교위쪽으로 진입해 오고 있다)
우말양지 절개지 위에서 바라본 소성리 풍경(201127)

 

우말양지 절개지 위에서 바라본 소성리 풍경(멀리 경찰들이 마을안길을 통해 진밭교위쪽으로 진입해 오고 있다)
멀리 경찰들이 마을안길을 통해 진밭교위쪽으로 진입해 오고 있다 (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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