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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15절)이라고 한다.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는 예수의 형상이 어떠한가? 식민지 변방에 가장 천한 농민, 수공업자의 아들, 출생부터 말먹이 통에서 밖에 나실 수 없는 기막힌 운명의 아기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은 그렇게 첫 세상을 맞이했다.
마리아는 온 몸이 찢어지는 산고를 말의 분비물이 즐비한 마구간 한쪽에서 겪는다. 누구의 아기인지 증명조차 할 수 없는 민망한 출산이기도 하다. 아프고 춥고 서러운데다 요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 요셉의 입장에선 얼마나 안절부절 했겠는가? 찬바람 부는 겨울밤에 출산하는 위급한 상황이지만 ‘여관에 들어갈 방이 없었다’는 소식만 전해온다. 여관에 들어갈 돈은 있었나? 아마도 여관에 들어갈 처지가 되지 않아서 마구간에서 출산하였던 것 아닌가? 우리가 성탄절 카드에서 보듯이 떳떳하고 편하게 앉아서 박사들의 경배를 받는 상황과는 다르다. 요셉의 입장에선 사랑하는 여인이 마구간에서 몸을 푼다는 것은 얼마나 미안했겠는가? 아마도 우리들은 대부분은 그보다는 좀 나은 출생을 통해서 세상에 왔을 것이다.
그런데 본문은 그런 환경 속에서 세상을 맞은 그 불쌍한 아기가 바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한다. 게다가 그분은 ‘모든 피조물 보다 먼저 나신 분’(15절)이라고 한다. 축하와 경배는 후대에 붙여진 이야기 일 뿐, 그 현장 상황은 가난뱅이 아버지와 고통의 여인, 서럽고 아픈 출산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상의 첫날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안타깝고 기막힌 아기가, 바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놀라운 선언을 하고 있다.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다”(16절)고 한다. 가장 천한 출생으로 세상에 온 그 천덕꾸러기 안에 만물이 있고 그 아기의 생명과 인권으로부터 비로소 만물이 생성된다는 세상 뒤집는 선언이다.
여기 예수를 한 특수한 인물 ‘예수’로 돌리지 말기를 바란다. 그것은 인간으로 오신 하나님을 다시 하늘로 돌리려는 하나님의 역사를 거스르는 행위이다. 하나님은 하늘보좌를 버리고 인간으로 오셨는데, 이것은 모든 인간을 끌어안기 위해서, 그들을 품으시기 위해서다. 그러기에 그 아기는 ‘모든 인간’이고 ‘모든 생명’이다.
이것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갖게 되는 “신 인권, 생명권의 개념”이다. 예수님을 통해 우리 비천한 인간을 이렇게 까지 사랑하시고 높여주시는 그분의 사랑에 눈물이 난다.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었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그는 만물보다 먼저계시고 만물은 그의 안에서 존속한다.”고 하니, 가장 천한 모습으로 오신 한 생명의 태어남을 인간의 권리의 출발점,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 살아있는 것들의 시작이요, 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얼마나 위대한 인권 선언인가?
대림절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지금 진통 중에 있다. 그동안 검찰, 언론, 법원이 주도하여 촛불 시민이 이룩한 권력을 흔들었다. 이제 그들의 촛불 뒤집기 쿠테타가 그 정점에 이르고 있다. 물론 촛불 시민들에게 위임을 받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국민들이 힘을 실어 주었을 때 시원시원하게 개혁 조치들을 몰아치고 이렇게 잡스러운 것들이 끼어들어올 여유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 이 정부가 주춤주춤하고 좌고우면하면서 자신에게 위임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사이에 그동안 기득권 세력들이 단합하여 역사의 방향을 뒤트는 중대 기로에 서있다. 여기서 물러나면 대한민국의 개혁은 물 건너간다.
그 선두에 윤석열이 있다. 그가 총장이 되어 밀어부친 일들을 보면, 그의 성정이 어떠한지 잘 알 수 있다. 만약 그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이명박근혜 시대를 넘어 전두환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의 탱크 같은 성정에다가 잘못된 역사인식과 방향성이 결합한다면 대한민국은 역사에 없었던 불행한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지난 한 주간 동안 위기의식을 느낀 종교인들이 나서고 있다. 저를 비롯한 종교인 100인 성명에 이어서 각 종교별로 선언에 나서고 있다. 개신교는 “검찰 개혁을 열망하는 그리스도인 선언”에 서명을 받고 있다. 이 선언에서는 정부와 여당은 중단 없는 검찰개혁을 지속하기를 그리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장 임명 등 절차를 완수하기를, 검찰은 국민의 개혁 열망에 저항 없이 협력하기를, 비위 혐의가 제기된 윤석열 총장은 사퇴할 것을, 야당은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행위를 멈추기를, 언론들은 정확한 사실만을 보도하고 검찰을 비호하는 기사를 멈추기를 주문하고 있다. 우리 교우들도 상당수 서명에 참여하였다. 또한 가톨릭은 가톨릭대로 선언을 내었는데 오늘은 이웃종교인 천주교 사제· 수도자 1천인 선언문 중에서 같은 종교인으로 구절구절 함께 참여하는 마음을 담아 소개드린다.
“잠잠히 묻혀서 고요히 지낼수록 좋은 우리가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은 국민의 엄중한 명령인 ‘검찰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빠진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주목하는 것은 검찰이 그동안 힘없는 사람들의 생존과 운명을 쥐락펴락하면서 특권층의 비리와 범죄는 눈감아 줌으로써 공정한 법집행의 최대 걸림돌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검찰개혁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비웃거나 아예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나서는 일들이 너무나 빈번해졌고 그러다보니 검찰개혁을 공언하였으면서도 번번이 실패하고만 지난 민주정부들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지 걱정스러운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거기에는 검찰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검찰이 검찰권의 독립 수호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자신들이 저지른 검찰권 남용의 역사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건을 조작해서 무고한 이를 간첩으로 내몰고, 멀쩡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인생을 망치게 만들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욕망을 위해 약자들을 괴롭혔던 강자들의 죄를 가려주고 치워주는 범죄의 세탁부 또는 청소부가 되었던 한국 검찰의 역사를 누가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검찰개혁은 검찰로 하여금 이와 같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더 이상 타락한 거래에 휘말리지 않도록 진정한 독립을 도우려는 일입니다.
수사와 기소에 관한 과도한 독점적 권한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우리 눈에는 어리석게만 보입니다. 통제되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검찰 자신을 위해서도 불행한 것입니다. 검찰 일부의 문제일 것입니다만 겉으로는 부패와 거악을 척결하겠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현직과 전관들이 서로의 이익을 챙겨주는 뒷거래는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타락상입니다. 그동안 공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일생을 헌신한 대다수 검사들의 명예와 긍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검찰은 공직자비리 수사처, 검경 수사권 분리 등의 개혁 조치를 받아들이기 바랍니다.
검찰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인 윤석열 총장의 참회를 촉구합니다. 임명 초기 그를 향한 국민의 기대와 신망은 참으로 엄청났습니다. 그러나 이후 그의 개인적 처신과 검찰을 지휘하는 모습은 너무나 뜻밖이었습니다. 처와 장모를 둘러싼 가족의 대들보 같은 허물도 심각하지만, 아무리 티끌처럼 작은 일이라도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무섭게 달려들다가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기이할 정도로 관대한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는 경악스러울 정도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 사유에서 드러났듯이 검찰총장 본인이 하루빨리 물러나야 할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겸덕을 발휘하여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신이 말했던 “퇴임 이후 사회를 위한 봉사”일 것입니다.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만 열면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 과장해서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나 지금 우리는 건너야 할 다리를 힘겹게 건너고 있을 뿐 방향이 그릇되지 않았습니다. 공연히 불안을 부추기고 정부의 선의를 비트는 행실을 중단하기 바랍니다. 진실을 격려하고 거짓을 꾸짖는 언론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른바 ‘검언유착’, ‘검언일체’의 지경에 이른 부끄러운 현실을 직면하기 바랍니다. 진실의 장수가 되어야 할 언론이 거짓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는 현실을 우리는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사법부의 책임 또한 조금도 가볍지 않습니다. 검찰에 의한 ‘재판관 사찰’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는 뚜렷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검찰이 조직적으로 재판관을 압박하여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범죄를 태연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검찰총장이 재판관에 대한 사찰과 정보정치를 업무상의 관행이라 우기는데도 묵묵부답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특히 법조의 나아갈 길은 언제나 그래야 한다고 믿는 것인지 한 번 묻고 싶습니다..."
10일이 세계 인권일이고 다음 주일이 인권주일이다. 그러나 오늘은 대한민국의 인권과 정의가 위협받는 날이다. 코로나 역병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지금 광화문은 또 다른 촛불로 메워졌을 것이다. 한 주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정당한 의사표시에 참여하시기를 바라며, 여러분들의 건강과 평안을 빈다. 오늘 본문 성경 말씀에 대한 명상으로 마치겠다.
누가 천하다고 하는가?
생명은 그렇게 온다.
모든 수근거림과 비난,
모든 가난과 역경은 다 너희들의 세상일 뿐이다.
한 생명이 우리 가운데로 오는 것은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들 위에서 온다.
세상이 쌓아놓고 받드는 것들을 헤치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새 날을 여는 것
더 이상 천할 수 없는 천함과
더 이상 가난할 수 없는 가난 속에서도
하늘과 땅을 제압하는 당당함으로
모든 왕권이나 권력이나 권세를 뚫고 온다.
한 생명의 태어남은
만물보다 먼저 있고
만물이 흘러가는 정점에 서는 일
태초부터 내려와 머무는 오늘
살아 온 모든 것들의 염원과 기도가
그 정점에서 시작한다.
(한 생명의 태어남/김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