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미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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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미의 선택
  • 박성율
  • 승인 2020.11.0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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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지는 어디인가?

농민약국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사진을 제공해 주신 두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상록 활엽수중에 시로미가 있다. 진달래목 시로미과에 속하는 관속식물이며, 고산지대의 정상부에 자라는 작은떨기나무로 키는 10~20cm이다. 대표적인 빙하기 잔존식물이다. 우리나라는 한라산 정상부와 백두산과 그 주변 높은 산악지역에 자생한다. 한라산의 경우 지구온난화에 따른 제주조릿대의 범위 확장으로 시로미는 경쟁관계에 처해 있다. 설화속 ‘서불’이 가져갔다는 불로초가 바로 시로미다.

어떻게 뚝 떨어져 같은 종이 백두산과 한라산에 흩어져 살까?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 시로미는 추위에 쫓겨 내려오다 서귀포까지 왔다. 그 때 제주도는 섬이 아니라 대륙의 끝이었다. 남쪽으로 추위를 피해 내려온 식물들은 한라산을 울타리 삼아 서귀포에 터전을 꾸리고 날이 따듯해지기만 기다렸다. 그 뒤 8,000년이 지나 기온이 따듯해지자 시로미 일부가 북쪽으로 옮겨 백두산에 자리 잡았고 일부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 한라산 정상 주위에 몰려들었다.

시로미는 춥고 바람이 세고 눈도 많이 오는 곳을 선택했다. 땅도 척박해 다른 식물은 발붙일 엄두도 못 내던 곳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그동안 아래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식물이 서식지를 치고 올라왔다. 이젠 여름에 온도가 높아지면 시로미의 호흡은 빨라지고,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약해진다. 멸종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높은 곳 한정된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은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국가지정 멸종위식물로 등록되었더라도 높은 곳에 산다는 것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의미다. 생명의 본질은 선택에 있다. 기후위기는 치사량을 넘지 않는 독극물처럼 시로미를 은밀하게 죽이고 있다. 이제 시로미의 선택은 허공 뿐이다.

금세기를 6차 대멸종 시기로 학자들이 보고 있다. 원인은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라는것도 밝혀졌다. 지구온난화,오존층파괴,홍수,가뭄,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산 극한지대 식물이 제일 먼저 사라지는걸 보면 인간도 이제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선택지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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