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몸으로, 삶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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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몸으로, 삶으로 하는 것이다
  • 박철
  • 승인 2020.10.19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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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기도할 때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말아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줄 안다. 그러니 그들을 본받지 말아라.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구하기도 전에 벌써 너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마태 6,7-8)
    
기도를 입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독인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온 세상이 소란스럽고 시끄럽기만 하지 변하거나 바뀌는 것이 없다.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시려 해도, 시끄러운 기도 소리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으실 수 없어서 속수무책이시다.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개구리 울음소리이지 이게 무슨 기도인가? 

기도는 온 몸과 마음으로, 삶으로 하는 것이다. 하늘에 나는 새를 보라! 한 송이 들꽃을 보라! 저 낙락장송을 보라! 그들이 언제 사람들처럼 떠들고 소리치며 기도하던가? 그들의 기도는 조용하기만 하다. 봄이 되면 싹을 틔우며 하느님을 찬미하고, 여름이면 꽃피우고 향기 풍기며 하느님을 찬양한다. 가을이면 열매 맺으며 하느님의 권능을 노래하고, 겨울이면 숨죽이고 봄을 기다린다. 

침묵도 그들에게는 기도다. 입으로 지껄이기만 하는 인간들이 그들을 못살게 굴지 않는다면, 온몸으로 기도하는 하늘의 새, 바다와 강물 속의 물고기, 산과 들의 짐승과 온갖 풀과 나무들은 넘치는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풍요롭게 생명을 구가할 것이다. 기도도 제대로 못하는 인간들이 그들마저 망쳐놓았다. 

기도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지, 혀끝에 발린 말이나 소리가 아니다. 입으로 천날 만날 지껄인다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입으로만 기도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이 귀머거리인 줄 안다. 그들은 하느님이 주무시는 줄 안다. 세상은 입으로 지껄이는 자들이 다 망쳐 놓았다. 하느님의 참 자녀는 온 몸으로, 삶으로, 침묵으로 기도한다. 

참기독인은 시끄럽지 않다. 이해인 수녀님은 두 팔 벌려 기도하고 있는 소나무의 모습을 온몸으로 느껴보라고 하셨다. 계절은 가을 한복판이다. 이 풍요로운 계절에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하느님과 자연 앞에 조용히 감사의 기도를 바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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