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아직은 지구가 ‘있어서’ 말해볼 수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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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직은 지구가 ‘있어서’ 말해볼 수 있는 이야기
  • 유미호
  • 승인 2020.09.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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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것에서 돌이켜 떠나기

마땅히 두려워할 것 두려워하기

지구가 부서진다. 부서져 떨어진 조각들이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다. 만약, Pixabay에서 얻은 Pete Linforth님의 그림처럼, 지구가 저렇게 부서진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화분의 흙에 뿌리 내리고 사는 식물처럼 내가 지구의 흙에 하반신을 심어두고 옴짝달싹 못한 채 살고 있는 건 아니다. 제때 물 부어주고 제때 햇볕 보여주고 제때 바람도 쐬어주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식물과 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발로 내 맘대로 당당히 자유롭게 움직이는 생명체니까.

​그렇지만, 지구가 저렇게 부서져버릴 수 있다고 상상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제때 물 부어주고 제때 햇볕 보여주고 제때 바람도 쐬어주는, 이 모든 일이 ‘어디서’ 가능했는지 생각해보자. 나(아니, 나를 포함한 인류)는 지구 대기권 바깥으로 나가 살아본 적이 없다. 지구 이쪽에서 저쪽으로 비행기 타고 몇 번 오가면서, 아유! 꽤 많이 움직이며 살고 있네, 하고 자화자찬할 뿐이다. 화분 바깥으로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식물더러 “혼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도 못하니 네 운명도 참···,” 섣불리 읊조릴 일 아니다. 우리가 그렇다.

​우리 지구가 부서지면 안된다. 큰일 난다. 물론 지구는 아직은, 부서지지 않았다. 아마 위의 그림처럼, 반쯤 부서져있는 정도일지 모른다. 마땅히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사뭇 명확하다.

​​불난 데 부채질하지 말기

Pixabay에서 얻은 Gerd Altmann님의 그림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기란 어렵다. 그림 속 지구는 물에 빠져있다. 가라앉기 일보직전이다. 위로 올라가면 불에 타죽고, 아래로 내려가면 물에 빠져죽는다. 지금 지구가 저 상태다.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지경.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정도로는 안 된다. 근본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불을 꺼야 한다.물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것 외에 달리 '길'은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달리 말하긴 하지만, 지구의 온도는 이미 너무 높다. 열받은 지구 위에서 빙하와 만년설은 녹아내렸고, 바닷물은 부풀어올랐고, 지진과 홍수와 태풍은 빈번해졌고 험악해졌다. 쫓아내고 몰아붙여 갈 곳 잃은 동물들과 부지불식간에 의도치 않게 생활공간을 공유하게 되다 보니 동물과 인간이 같은 병에 걸리는 일도 다반사다(인수공통 전염병: 에볼라, 메르스, & 코로나 바이러스 등등).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뭔가 해볼 수 있다면, 그건 딱 한 가지 아닐까.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않는 일. 어허, 누가 지금, 이 엄중한 때에, 바보같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겠어?

​주위를 둘러보라. 부채 들고 있는 사람들, 제법 많다. 기후협약 나몰라라 하는 정치인들, 석탄&석유로 공장 돌려 돈 쓸어모으는 기업인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노아의 홍수 때 그랬듯) 우리 믿는 자들을 반드시 살려주실 거라 너무 굳건하게 비현실적으로 현실파악하고 있는 근본주의적 기독교인들···. 이제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힘’을 갖지 않도록 어떻게든 좀 조치를 해야 한다. 불난 집 앞에 부채 들고 나타나 호시탐탐 틈을 노리는 그들.

​​악한 것에서 돌이켜 떠나기

​마지막 그림은 Noupload님의 작품이다. Pixabay에서 얻었다(땡큐 픽사베이 예술가들). 저기 저 지구에 내가 산다. 현재 상태, 인류와 같이 '사는' 것들이며, 인류를 '죽이는' 것들이다. 무시무시한 위용을 뽐내며 인류 죽이기를 이미 시작했다.

수천 년 전 에스겔이라는 선지자가 있었다.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들려준다.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한다. 너희는 돌이켜라. 너희는 그 악한 길에서 돌이켜 떠나거라! 이스라엘 족속아, 너희는 왜 죽으려고 하느냐?(에스겔 33:11).”

​아담과 이브에게서 선악과 따먹는 자유를 빼앗지 않으셨던 하나님께서, 지구에 핵폭탄을 심고 또 파묻고, 쓰레기를 뿌리고 또 쌓아놓고, 나무들을 쳐내며 동물들을 버리는 악인(다름 아닌 우리)들에게서도 자유를 빼앗지 않으신다. 그러고는, 이렇게 물으신다. “너희는 왜 죽으려고 하느냐?”

​누가 악인이냐며 또 누가 이스라엘 족속이냐며 시치미 떼지 말고, 죽기 전에 우리, 하나님 말씀 좀 듣자. “너희는 그 악한 길에서 돌이켜 떠나거라! 너희는 왜 죽으려고 하느냐?” 하시는 그 말씀.

글쓴이 이인미님은 살림 지도위원, 여성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를 공부한 신학박사. 시민모임 <핵없는세상> 공동대표, 월간 새가정 전 편집장이다

* 원문보기 : 살림브런치 https://blog.naver.com/ecochrist/222077846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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