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문명아닌 자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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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문명아닌 자연에 있다
  • 류기석
  • 승인 2020.09.1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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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산들거리는 초가을 바람 속에 찾은 포천 운악산 무지치(무지개)폭포와 산들꽃 이야기

올해는 계절의 변화가 유난히 심해 산속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붙박이로 자라는 제자리 식물들을 만날 때면 눈물겹도록 애처롭다.

더구나 들꽃들은 모든 환경의 변화와 어려움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감수해야만 창조의 목적인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 대를 잇는 소명을 완수하는 것이다.

춥고 적막한 겨울과 메마른 봄 그리고 한 여름의 땡볕을 견뎌야 비로소 야생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제자리 식물들이다. 이러한 산들꽃들을 볼 때마다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느낀다.

지난 주말 이웃 동네에 있는 포천 운악산을 찾았다. 그중 비 온 뒤 산들거리는 초가을 바람 속에 찾은 거대한 무지치(무지개)폭포는 우렁찬 심장소리를 내면서 오랜만에 폭포다운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옛 기록에는 높이가 700여척(1척은 0.3m)으로 적혀 있을 만큼 높고, 여름 장마철 수량이 많을 때는 장관을 이루는 곳이라는데 지금이 바로 그날이다.

무지치폭포 옆 수줍은 모습으로 다소곳이 얼굴을 내민 산들꽃님들을 천천히 바라본다. 우선 물가를 좋아하는 나그네처럼 바위 뜸 사이로 피어난 천상의 꽃 궁궁이를 만났다.

누가 이 아름다움을 꽃으로 표현하랴. 궁궁이 꽃 사이로 범나비 춤을 추고 벌도 덩달아 꽃 사이를 비행하는 장면을 보면서 모진 시련이 와도 한 송이 꽃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궁궁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또한 크고작은 산들꽃 그늘 속에 올망졸망 연분홍 꽃이 한창 피어 있는 빨간 물봉선을 발견했다. 간밤에 내린 비 탓인지 꽃잎이 많이 상했다. 물봉선은 날씨가 한창 더워지기 시작하면 피기 시작하여 초가을까지 피고 지는 꽃이다.

봉선화 꽃을 닮아 물봉선으로 부르지만, 사실은 봉선화는 외래종이고 물봉선이 우리 땅에 자생하는 토종식물이다. 산골짜기의 물가나 습지 그늘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데 꽃대도 연약하여 애잔한 감이 드는 여린 꽃이다. ​

특별히 산행에서 원추리 꽃이 지고 난후 꽃대가 보관중인 씨앗을 만났다. 원추리는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여러 종류(각시원추리, 노랑원추리, 섬원추리, 왕원추리, 골잎원추리, 애기원추리 등)가 있는데 주로 꽃의 모양이나 색깔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를 약재로 쓰고, 줄기는 봄나물로 먹는다.

이어 무지치 폭포를 떠받든 커다란 바위 위에서 가을을 알려주는 전령, 구절초 꽃 단지를 만났다. 구절초 꽃과 취꽃 그리고 미역취 꽃을 차례로 감상하면서 드는 생각, 올해는 유난히 지나간 여름이 그립고 아쉬움이 남는다.

 

요사이 자연보다는 도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고, 연이어 찾아온 폭우와 태풍 등의 기후 위기로 모두가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산속에서 현재의 문명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진리는 자연에 있지 문명에 있지 않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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