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를 걱정해야 하나, 기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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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를 걱정해야 하나, 기대해야 하나
  • 강형구
  • 승인 2020.09.0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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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마이삭이 지나갔습니다.
중심에서 조금 멀리 태풍의 왼쪽 반경에 있었던 탓에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마을회관 화장실옆 바람막이 벽으로 세워둔 합판으로 된 나무벽체가 쓰러졌고, 마을회관에서 진밭교까지 낙석방지 철망에 걸어둔 현수막들 가운데 15개 정도의 현수막이 찢어진 정도였습니다.

다음 주에 또 올라온다는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를 관통할 거라는데 그게 더 걱정이지요.

지난 봄 해동기에 진밭교에서 1km 지점 부근에 소규모 산사태가 일어났는데, 다행히 무너져 내린 흙더미가 낙석방지 철망에 가로막혀 도로위로 쏟아지진 않았었습니다. 사람들의 통행이 없는 새벽에 일어났던 일이었는데 진밭교 위 450m 지점에 낙석방지 철망을 넘어 머리통만한 큰 돌들이 몇 개 떨어져 있던 일도 있었습니다.

장마가 끝나가던 8월 10일쯤엔 진밭교에서 600m쯤 경찰초소 위로 30m쯤 되는 곳에서 꽝소리와 함께 사태가 발생했는데, 해동기 때보다도 훨씬 더 작은 규모여서 아무런 위협이 되진 않았지만 언제 산사태가 일어날지 불안했습니다.

기지통행을 감시하는 최전방 텐트는 경찰초소 아래 진밭교에서 500m 지점에 있는데, 그 앞의 절개지는 낙석방지 철망이 길게 벽을 치고 있고, 그 뒤로는 절개지의 흙들은 철망으로 덮여 있는데 그 위에 오동나무 등 잡목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자세히 관찰하면 철망들 밖으로 흙더미가 밀려나와 크랙이 철망무늬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틈이 점점 커지고 밀려나온 정도가 하루하루 더 많이 삐져나오는 것처럼 보여서 불안했습니다. 

결국 의논 끝에 기지통행감시를 최전방 텐트에서 진밭교로 이동하여 하루이틀 살펴보기로 했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이삭에 대비하느라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던 중에 절개지의 크랙이 더 커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시 감시활동을 진밭교로 내려와서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태풍 하이선까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할 것같습니다. 

산사태가 나더라도 금방 복구가 되겠지만, 우리는 하늘도 사드기지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산사태로 기지로 올라가는 길을 막아 증명해 주시기를 기도하는 마음과, 산사태가 발생할 정도가 되면 마을에는 얼마나 큰 기상재해를 겪게 될 것인가 걱정하며 무사하게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뒤섞여서, 어떻게 기도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밤비 때에는 쉬었던 수요집회를 대신한 정문앞 평화행동을 이번 마이삭을 앞두고선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태풍도 사드철거를 위한 주민들의 투쟁의지를 꺾을 순 없습니다. 

열흘 전에 자주자주TV의 [미군없는 내고향] 촬영팀이 소성리를 다녀갔는데, 그 결과가 [미군없는 내고향 7편] '죽더라도 사드뽑고 죽겠다'는 소성리 사람들 이야기 (성주 사드기지 1탄)이란 제목으로 유투브에 올라왔네요.(https://youtu.be/lL7ELtJPPeI)

 기도회 장면과 제 인터뷰 내용이 초반부에 나오고, 중간에도 제 목소리가 나옵니다. 많이들 시청해 주세요. "반미 !^^!"라는 리포터의 인삿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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