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주 생명 공동체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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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주 생명 공동체 일원이다
  • 박철
  • 승인 2020.08.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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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아침산책을 하면서 하느님께서 만드신 피조세계에 대하여 자주 명상을 한다. 그 때 한없는 기쁨과 희열과 신비스러움을 느낀다. 하느님은 우주 만물을 외롭게 단독자로 만드신 것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만드셨다는 것, 나는 홀로 고독한 존재가 아니라 나 아닌 것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로 만드셨다는 것, 이 깨달음이 나를 한없는 기쁨의 세계로 초대한다. 

우리가 무심코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 한 장도 마찬가지다. 종이는 나무에서 나오고, 나무는 비가 내려야 자란다. 비가 오기 위해서는 하늘에 구름이 있어야 하고, 구름은 바다에서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야 생긴다. 이 종이 한 장 속에는 구름도, 비도, 물소리도, 물방울도, 나무도, 나무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도 들어있다. 그 뿐만 아니다. 흙도, 햇빛도, 공기도, 달빛도, 이슬도 이 종이 한 장 속에 들어 있다. 우리는 이 종이 한 장에서 하늘을 떠가는 구름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숲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내 이름이 나인가? 내가 가진 것이 나인가? 내 직업이 나인가? 내 명예가 나인가? 내 몸이 나인가? 내 몸이 나라면, 내 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뼈와 살은 죽으면 흙(地)으로 돌아간다. 내 몸 속에 흐르는 피와 혈액은 물(水)로 돌아간다. 36.5도의 체온은 불(火)로 돌아간다. 내가 숨쉬고 있는 호흡과 내 몸 속에 흐르는 기운은 바람(風)으로 돌아간다. 내 몸에서 부모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가? 내 몸 속에 내 부모가 계시고 부모의 부모가 계심을 느낄 수 있는가? 내 몸뚱이에서 우리는 우주 만물을 보고, 내 조상을 보고, 그것들을 있게 하신 창조주 하느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존재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 하나가 다른 모든 것 속에 들어있고, 다른 모든 것은 이 하나 속에 들어있다. 나는 다른 모든 것의 존재 이유가 되고, 다른 모든 것은 이 나의 존재 근거가 된다. 에고의 해체를 통해서, 나의 끝없는 확장이 가능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우주만물을 서로 의존되었고 서로 침투되어있는 유기적인 "하나의 생명 그물망"이라는 시각에서 보게 될 때, 지금까지 우리가 자명적으로 알고 있던 세계관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느님을 보는 시각, 이웃을 보는 시각, 자연을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하늘 위에 군림해서 자기 맘에 들면 복주고 맘에 안 들면 심판하는 하느님, 특정 종교만을 편애하는 하느님, 이러한 폭군적이고 배타적인 하느님상이 아니라, 역사와 자연과 내 몸 속에 함께 계시는 하느님에 대한 깨달음을 현대사회는 필요로 한다. 

나와 이웃은 단순히 경쟁과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돕고 보살펴야 할 공생 공존의 관계라는 깨달음을 현대사회는 필요로 한다. 인간은 자연을 포르노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자기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자연을 대상화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상품화하고, 마구 짓밟는 일은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생명의 자궁이요, 삶의 동반자라는 깨달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지구촌은 기후위기로 엄청난 자연재앙을 겪고 있다. 지금 이런방식의 에너지시스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전혀 상상하지 못할 자연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주는 하나의 생명체이며, 우주 만물은 모두 한 자매라는 새로운 우주공동체라는 깨달음이야말로, 현대 산업기술 사회로부터 소외된 인간과 자연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처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홀로의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는 우주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우리를 창조하셨다. 그 공동체의 질서 속에서 나의 위치를 발견하고, 우주생명 공동체 구성원들과 사이좋게 살아갈 때, 우리는 세상이 주는 기쁨과 차원을 달리하는 진정한 기쁨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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