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으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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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으로 만난 사람
  • 박성율
  • 승인 2020.08.0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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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은 낯설어도 이름은 설지 않은 친구를 만났다. 마을 꽃밭에 바랭이가 가득해서 제초작업을 시작한 아침에 낮선 여인이 왔다. 50년 전 친구 명화다. 명화의 별명은 까치무릇, 내 별명은 무릇이었다. 군것질 할 것이 별로 없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옆집에 함께 살았던 명화는 소꿉친구였다. 밥상을 차리면 나는 무릇의 비늘줄기(알뿌리)를 캐왔다. 날로 먹으면 혀가 아리고 써서 그만 퉤퉤하고 뱉어 버릴 수 밖에 없다. 명화는 투덜대며 일어나서 까치무릇을 캐왔다.쪽파 대가리보다 좀 작게 생긴 산자고 비늘줄기다. 맛이 밍밍하고 끈적끈적하지만 달짝지근한 맛이 있어 즐겼다.

촛불을 켠 무릇을 보고 있으면 달려든 벌처럼 가슴이 뛰지 않으세요
촛불을 켠 무릇을 보고 있으면 달려든 벌처럼 가슴이 뛰지 않으세요

명화가 나를 보고 ”무릇 너였구나?“ ”아.너 까치무릇?“ 이렇게 맞장구를 치는 꽃밭 옆에 무릇꽃이 피어 있었다. 명화가 말했다.“ 화장도 안했는..”.“괜찮아.너 옛날 얼굴이 그대로야“ 세아이의 엄마와 세아이의 아빠는 어느새 옛날 이야기만 했고, 제초작업은 잊어버렸다. ...명화는 내가 전학가던 날 글썽이며 싸주던 무릇 몇 알 이야기를 하면서 까르르 웃었다.
"나 그 때 심각했었어. 넌 몰랐지?"
"알았어도 어쩌겠니? 어른들이 우리 사일 갈라 놓은걸..하하"

무릇은 봄엔 잎을 피워올리다 여름이면 잎이 사그러들고 꽃대를 상사화처럼 올린다.꽃이지면 가을엔 다시 잎이 무성해진다. 무릇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엿처럼 고아서 먹었던 간식이자 구황식물이다. 여러해살이풀로 땅속에 2~3cm 크기의 동그란 비늘줄기가 있다. 할머니는 갈색의 껍질을 벗기고 연한 소금물에 삶은 뒤 우려내서 간장에 조려먹거나 조청을 만들기도 했다. 나물로 이용할 땐 잎만 채취하고 비늘줄기는 이른 봄부터 5월경 잎이 올라온 것을 수확한다. 무릇이 들어간 식물의 공통점은 식용과 약제로 사용하는 알뿌리를 갖고 있다. 중의무릇, 꽃무릇(석산), 끼무릇(반하),까치무릇(산자고), 가재무릇(얼레지), 두메무릇(나도개감채)이다. 여름 산기슭에 자라는 소박한 분홍색 꽃을 피우는 무릇꽃을 찾아 보시라. 뜻하지 않은 반가운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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