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으로 식힐 수 없는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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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으로 식힐 수 없는 더위
  • 박병상
  • 승인 2020.08.0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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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반,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여름에 살아오던 방식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막바지 장마가 대전 일부 지역을 흠뻑 적셨습니다. 생애 첫 경험을 한 시민들의 당혹스런 고통에 위로를 전하며, 관측 이래 가장 길고 수량이 많은 장마라는 기상이변을 이번에 경험합니다. 내년에 어떤 장마가 우리를 찾을까요? 작년 눈이 없는 겨울, 걷잡을 수 없는 나방 애벌레 공격, 그리고... 무엇일까요? 하나 같이 전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기후온난화가 원인이라는데, 우리는 경각심 따위를 모르고 지냅니다.

장마가 지나간 제주도는 한낮 섭씨 33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된다는데, 곧 남도가 그렇고, 제가 사는 인천도 맹렬한 더위에 낮닥뜨려야겠지요. 그럴 때 도시는 에어컨으로 대응합니다. 에어컨 없으면 가난한 가정의 노인들의 건강이 걱정이 되긴 합니다. 그래서 요즘 관공서는 폭염 피난처로 지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여름날 문 안팍에서 교차하는 추위와 더위에 고생을 합니다.

이런 폭염을 대비한 에어컨 추위는 지구온난화의 대책일 수 없지요.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여름에 살아오던 방식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 도시든 농촌이든, 삶터 주변에 나무와 시냇물이 많았습니다. 그늘로 피하면 바람이 시원했고, 한동안의 뙤약볕은 소나기를 불러왔지요. 한데 요즘 우리네 대책은 개인이든 정부든, 에어컨이라는 느낌입니다. 후손을 더욱 혹독한 이후이변으로 몰아가겠지요. <작은책>에 그런 답답한 마음을 적었고, 아래 제 블로그로 잇습니다.

지난겨울 장례식장에 헐레벌떡 들어간 적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부고. 왜 내게 연락하지 않으셨을까? 약속과 약속 사이에 시간이 조금 비니 서둘렀는데, 주소와 연락처를 적을 때 체온을 재던 젊은이가 연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마로 모자랐는지 목까지 측정했건만 체온이 25도에 머문다며 당황했다.

지하철역에서 제법 긴 거리를 찬바람을 받으며 걸었으니 피부는 정상보다 차가웠나 보다. 코로나19가 아니라는 신호가 분명했기에 성가신 일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한여름이라면 달라지겠다 싶었다. 기온이 체온보다 높은 날, 피부로 체온을 측정하면 시시비비가 많을 텐데, ‘설마 코로나19가 여름까지 계속되겠나?’ 하지만 계속이다. 6월 초부터 대구는 섭씨 38도를 넘었다. 불볕더위가 본격화되면 측정 방법을 바꿔야 할까?

지난해 겨울, 수도권은 제설차가 필요할 만큼 눈이 쌓이지 않았다. 그다지 춥지 않았기에 조경 전문가들은 해충 확산을 걱정했다. 그래서 그런가? 올봄 매미나방 유충이 전국에 기승이었다. 나무줄기에 낳은 알이 겨우내 얼어붙지 않은 탓이라 전문가들은 분석하는데, 올겨울도 춥지 않다면 내년은 어찌 될까? 천적이 드문 산하에 매미나방이 들끓고 근린공원마다 살충제 냄새가 진동하는 건 아닐까?

2018년 형벌과 같은 더위에 놀란 마당인데, 입주할 아파트 천장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식구의 요구를 마다할 수 없었다. 이사한 첫 여름, 마침 미국에서 방문한 처형은 에어컨 사용에 거리낌이 없었고 그 집 가장은 냉방병으로 한동안 훌쩍였다. 올여름 다시 방문하는 처형은 호텔 격리 마치자마자 같은 집 에어컨을 망설이지 않고 켜겠지.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된 마당에 전기가 남아돈다. 올여름도 냉방병을 견뎌야 한다.

2003년 유럽은 500년 만에 닥친 폭염으로 3만 넘는 인구를 잃어야 했다. 섭씨 4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였다는데, 여름이 끝나지 않은 올해. 벌써 50도에 육박했다. 17년 전 유럽은 에어컨 없는 가정의 여성부터 희생시켰다. 안정된 직업을 잃은 이민자의 할머니와 여자아이가 대상이었는데, 올여름은 다를 것이다. 에어컨 설치한 관공서를 피난처로 제공하기 때문이라는데, 우리는 어떨까?

2018년 더위에 놀랐는지. 누진제를 완화한 정부는 유럽처럼 관공서를 한결 시원하게 바꿨다. 추위에 약한 공무원은 얇은 스웨터를 준비해야 했는데, 덕분에 열사병 환자가 줄었을까? 에어컨이 신접살림의 척도가 된 요즘, 시민 대부분은 그 여부를 알지 못한다. 에어컨 가동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1980년대 이전, 더우면 하릴없이 은행에 앉아 있는 노인을 언론이 조명했는데, 경로당마다 커다란 에어컨을 가동하는 요즘, 그런 소식은 뉴스 대상이 아니다. 대신 출입문 활짝 열고 행인 유혹하는 서울 일부 상가의 일탈을 날 서게 보도했지만, 그것도 예전 일이 되었다. 전국 상가는 벌써 거리를 시원하게 만드는데 열심일 따름이다. 누진제 없는 상가만이 아니다. 비닐 커튼을 늘어놓은 원두막에 에어컨을 펑펑 가동하는 농촌도 적지 않다.

사진: 최근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 수온과 기온이 상승하는 한반도 주위.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발전소와 자동차의 기하급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온배수를 막대하게 내놓는 3개 국가의 화력과 핵발전소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에 영향이 클 것이다.
사진: 최근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 수온과 기온이 상승하는 한반도 주위.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발전소와 자동차의 기하급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온배수를 막대하게 내놓는 3개 국가의 화력과 핵발전소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에 영향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얼마나 소비할까? 에어컨 가동 겁내지 않는 미국보다 많을까? 아니다. 국민 1인당 평균 소비량은 미국보다 적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일본과 엇비슷하다. 소득보다 전기 소비가 많은 편인데, 가정의 사용량은 어떨까? 사실 가정은 해외의 잘 사는 국가보다 분명히 작게 소비한다. 대략 미국의 4분의 1, 일본, 독일의 절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산업체의 소비 전력이 가정보다 월등히 많은데 요금은 가정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 원가 이하의 요금을 정책적으로 고집하기 때문인데, 우리 산업체의 국제 경쟁력은 그에 호응할까?

우리 환경단체는 한국 산업체의 전기 씀씀이를 비판한다. 같은 제품을 생산할 때 소비하는 전력이 유럽 국가들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거다. 기술 탓이 아니다. 요금이 저렴하므로 소비를 줄이려는 기술을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전기 생산량이 충분하다면 그런 호기는 비난받고 말겠지만, 머지않아 강력한 규제에 부딪힐 것이다.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억제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이 아닌가.

전력요금이 제품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은 소비 전력의 효율화를 연구하고 반영한다. 미미하다면 효율화에 관심이 부족할 텐데, 우리 산업체가 그렇다. 저렴한 전기요금을 믿고 효율화에 둔감하니 관련 기술을 개발하지 않았는데, 위기의 지구온난화는 국제사회에 새로운 각성을 불어넣었다.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한 기업에 호의적으로 변한 것인데, 우리는 구태를 벗지 못한다.

‘K Pop’에 이어 ‘K 방역’까지, 최근 세계 관심사의 일부를 주도하는 우리나라를 놓고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는 듣는 이를 으쓱하게 했다. 우리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선진국이 아니라 선도국가”를 권유했다는 게 아닌가. 코로나19 극복뿐 아니라 군사독재 정권의 폭압을 짧은 시간에 극복하는 모습이 경이로웠을 텐데, 최근 영국의 기후변화 시민단체가 우리나라를 “기후 악당 국가”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을 자국은 물론 타국까지 찾아가 부추긴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2016년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 지수를 조사대상 58개국 가운데 54위로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주도적으로 줄이겠다고 호들갑 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보다 23계단이나 추락한 수치로, 국제사회의 망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망신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유럽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과 무역을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바람이나 햇빛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우리 산업체는 새로운 무역 규제를 피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독일 상원은 2038년까지 자국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기하는 제도를 최근 확정했다. 갈탄 매장량이 막대하지만 다음세대의 생존을 생각해 석탄화력발전을 포기한 독일은 대표적인 산업국가다. 가정의 전기 소비량은 우리의 2배에 달한다.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로할 예정인데, 우리는 어떤가? 햇빛 에너지가 우리보다 월등하지 않아도 지붕마다 발전시설을 붙여 지역에서 자급하려는 독일과 무척 다르다.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유지하면서 에어컨으로 불타는 더위를 막으려 한다.

화석을 대대적으로 분석한 미국 연구진은 지구의 기온이 1만2년 기간에서 요즘이 가장 높다고 최근 밝혔다. 6만5천 년 전 공룡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제5 대멸종’ 이후 낮아진 기온이 다시 치솟았다는데, 그 이유는 되풀이할 필요 없이, 온실가스 무분별한 증가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소뿐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의 내연기관이 문제인데, 제주도에 두 번째 국제공항을 꼭 짓고야 말겠다는 우리나라는 흑산도와 울릉도와 백령도, 그리고 새만금에 공항을 추가하려고 벼른다. 고속도로는 세계 최고의 밀도를 자랑하지만, 더 늘이려 안달이다.

비행기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독성을 거듭 강화하는데, 우리 정부는 학교에 에어컨 사용 지침을 내려보냈다. 공룡이 멸종할 정도로 치솟는 더위가 에어컨으로 물러설까? 창문을 3분의 1 정도 연 상태에서 2시간 에어컨을 가동한 뒤 환기하라고 덧붙였지만, 내연기관의 확대에 비례해 더워지는 지구는 제2, 제3의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에 속수무책이다. 이제 수업권보다 생존을 위한 대책을 세울 시점이 아닐까?

미국 CNN은 바다와 강의 수온 상승으로 물고기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것으로 최근 보도했다. 물고기만이 아니다. 석유를 가공하므로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화학비료와 농약인데, 그런 물질을 반드시 사용해야 경작이 가능한 곡물도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 전 기상청은 장마 이후 33도 폭염을 예고했다. 창문을 연 학교는 에어컨 켜고 수업일수를 채울 텐데, 기상이변은 학교를 예외로 여길 리 없다. 중국과 일본 남부에 수해를 안긴 장마는 언제까지 우리나라를 비껴갈까? 실내 식히는 에어컨은 대기를 데우고 바다의 수온을 높인다. 에어컨을 가동하게 하는 화석연료는 기상이변을 부추길 텐데. (작은책,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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