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YWCA로간 '버려진 십자가'와 '한반도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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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YWCA로간 '버려진 십자가'와 '한반도 십자가'
  • 김홍한
  • 승인 2020.08.02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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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십자가

늘 다니는 길에 오래전에 꺾이고 방치된 나무들이 있다. 그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고 싶은 맘이 들었다. 껍질을 벗기니 곰팡이가 슬어있다. 십자가로 만들어지는 나무는 저주받은 나무일까 선택된 영광의 나무일까?

사형 틀로서의 십자가로 만들어지는 나무는 저주받은 나무일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의 상징으로 만들어 지는 나무는 선택받은 특별한 나무일 것이다. 비록 잘난 나무가 아니라 버려진 나무라도 그러하다.

하나님께서는 지혜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택하셨고 강하다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약한 사람들을 택하셨다고 하셨다. 버려진 나무가 십자가가 되었다.

아! 잘난 사람은 목사가 되면 안 된다. 똑똑한 사람도 목사가 되면 안 된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은 결코 섬기는 삶을 살 수 없다. 틀림없이 걸맞는 대접을 받고자 한다. 오늘날 기독교목사들이 너무 잘났다. 너무 똑똑하다. 진짜 잘나고 진짜 똑똑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나고 똑똑하다. 그리고 너무 당당하다. 그래서 모욕당할 줄을 모른다. 모욕을 견딜 줄도 몰라 작은 모욕에도 크게 당황한다.

버려진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면서 나를 돌아본다.

한반도 십자가

자연에는 무수한 경계가 있다. 산과 강과 바다가 경계다. 작은 개울물도 경계가 될 수 있다. 산 이쪽과 저쪽이, 강 이 쪽과 저쪽이 풍습이 다르고 많은 경우 언어도 다르다. 그러나 산이 아무리 높고 험해도 인간들은 거기에 길을 냈다. 터널도 뚫었다. 강이 아무리 깊고 넓어도 인간들은 거기에 다리를 놓아 뭍처럼 오고간다.

사람들은 이렇게 자연의 경계를 허물었지만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경계도 만들었다. 직선으로 만든 국경들, 내 땅 네 땅 구별하는 거미줄 같이 촘촘한 지적도의 선들, 그리고 처참한 전쟁으로 만든 군사분계선.

산을 뚫어 길을 내고 강을 가로질러 다리도 놓는데 멀쩡한 산하에 금을 긋고 철망을 치고, 지뢰를 매설했으니 인간은 물론이고 산천초목이 신음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이 십자가에 담아 <한반도 십자가>라 이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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