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이를 갈 것이다
상태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 백창욱
  • 승인 2020.08.01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성리 진밭 아침기도회(20. 7. 30)

소성리 진밭 아침기도회(20. 7. 30)
마태 13:47-50 “울며 이를 갈 것이다”


27일 월요일은 정전협정 67년 되는 날이다. 1953년 7월 27일 북한과 미국, 중국 삼국 대표는 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했다. 영화 “고지전”을 보면, 정전협정을 앞에 두고 실제 전쟁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증언한다. 정전협정에서 제일 황당한 일은 협정효력 시간이다. 7월 27일 오전 10시에 조인하면서 협정의 효력은 22시부터로 했다. 조인과 즉시 효력발생이 아니라 열두 시간 후인 밤 10시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병사들은 휴전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 지긋지긋한 전투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도 기뻐하는데, 남은 열두 시간동안 총력전을 펴라는 새로운 명령이 하달된다. 전쟁 자체도 무모하기 그지없는 재앙인데 거기에 덧붙여 남은 열두 시간동안 고지 한 개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병사들은 더 무모한 전투를 벌여야 했고, 또 그 속에서 무수히 죽었다. 이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국가폭력이 난무하는 분쟁현장에서 항상 느끼는 정서가 있다. 권력자 놈들은 어둠의 장막 뒤에 숨어서 그저 무책임하게 지시만 내린다. 최전선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 불의와 악행이 고스란히 담긴 지시를 이행한답시고 공권력폭력을 자행한다. 그러느라 시민들은 온갖 비인간적인 상황을 당하고 모진 고생을 한다. 그리고 이 나라 사법체계를 이루는 경찰, 검찰, 판사들은 권력자들의 의도에 장단 맞추어 저항하는 시민들을 잘도 심판한다.

엊그제 화요일, 소성리 부녀회장님이 고령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혐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죄명이다. 5월 29일 불법사드기지에 성능개량장비를 강제반입할 때, 성주경찰서장의 비인간, 반인권 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6월 3일 소성리 할매들과 시민들은 경찰서 마당에서 농성시위를 했다. 해가 너무 뜨거워서, 할매들만 따로 뙤약볕을 피해 경찰서 현관입구 그늘아래 모여 있었다. 그 때 한 지휘관이 할매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어째서 소성리 할매들만 이렇게 요란한지 모르겠다”고. 그렇지 않아도 안팎으로 열 받아 있는 할매들은 격앙했다. 분노에 찬 부녀회장님이 얼음팩을 던졌는데 얼음팩이 기둥을 맞고 튕겨서 한 여경을 맞혔다. 부녀회장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도 즉시 여경에게 사과하고 여경도 괜찮다고 원만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성주경찰서장도 할매들에게 사과하므로 성주경찰서 건은 종결된 줄 알았다. 그런데 경찰이 그 일을 빌미삼아 부녀회장님을 어마어마한 죄명으로 건 것이다. 이렇게 공권력을 집행하는 인간들이 법을 악용해서 시민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고통을 안긴다. 현장상황이 어떻든, 사람이 어떻든 개의치 않는 권력자놈들... 참으로 비겁하고 저열하다.

오늘 복음말씀은 천국비유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반드시 심판의 날이 온다는 교훈이다. “또 하늘나라는, 바다에 그물을 던져서 온갖 고기를 잡아 올리는 것과 같다. 그물이 가득 차면, 해변에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내버린다.” 갈릴리 바닷가에 사는 청중들에게 이런 소재는 매우 친근했다. 복음저자는 이 선별작업을 심판에 비유했다. “세상 끝 날에도 이렇게 할 것이다. 천사들이 와서, 의인들 사이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서, 그들을 불 아궁이에 쳐 넣을 것이니, 그들은 거기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그물에 잡힌 고기에 좋은 고기, 나쁜 고기가 따로 있지는 않다. 다만 상품가치가 있고 없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정말 의인들이 있고 또 대조적으로 악인들이 있다. 그리고 얄궂게도 권력자들 중에 악인들이 많다.

조상대대로 멀쩡하게 잘 살던 땅을 어느 날 권력자 놈들끼리 쑥덕거리더니 이제부터 미제기지라고 일방 발표하고 또 역시 무력으로 밀어붙이는 결정을 하고 수행한 놈들이 심판받지 않으면 심판이 무슨 소용인가? 이미 현장에서 사과하고 사과받고 실제 다치지도 않았고 당사자 간에 원만히 지난 일을 일부러 끄집어내서 조사하고 재판받게 하는 등 되레 법을 악용하는 권력자들을 의인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상에서는 이자들이 권력이 있는 고로 아무런 심판도 받지 않고 지나가지만, 사람세상이 지금 현재만이 아닌 것은 모두가 아는 진실이다.

그물에 잡힌 고기가 한 마리도 예외 없이 택함 받든지 버려지든지 하듯이, 권력자도 예외 없이 세상 끝을 맞이하며 그때는 살아생전 행적이 다 심판받는다. 지구종말만 세상 끝이 아니다. 한 사람의 죽음도 그에게는 세상 끝이다. 또 죽기 전에도 양심과 역사가 심판한다.
참으로 불쌍한 것은 악한 자들이 불구덩이에 던져져서도 거기서 울며 이를 가는 것이다. 도무지 뉘우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이들의 악행으로 민중이 한을 삼키게 했으니, 권력자들도 같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권력자도 심판에는 예외가 없다. 신은 공평하다. 공평한 신을 의지하여 오늘도 사드철거투쟁으로 의를 행하자. 아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