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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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 백창욱
  • 승인 2020.07.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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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그래픽노블이다. 정통 볼셰비키 당원. 1885년 시베리아 우수리스크 한인 마을에서 출생, 1918년 하바롭스크 아무르강 변에서 일본군과 백위군에게 총살. 향년 33세. 보다시피 장수한 것도 아니고 무슨 높은 자리에서 명예와 권력을 누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전기(傳記)가 있다는 것은 김알렉산드라에게 평범하지 않은 무엇이 있다는 암시다. 그것은 무엇인가? 그의 어록과 행동을 보자.

차르의 탄압에 맞서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거친 후, 블라디보스토크 한민회 사무실에 안착해서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죄책감으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 “나만 살겠다고 더 이상 한민회 사무실에서 톱밥난로를 피우고 가만히 앉아 지낼 수는 없어요. 내가 가야 해요. 그러지 않고선 나는 평생 그들을 외면한 죄책감에 시달릴 거에요” 그리고는 두 아들을 뒤로 하고 노동자들의 생지옥인 우랄로 떠난다.

김알렉산드라는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어와 영어, 조선어까지 능통한 통역사다. 우랄에 도착해서는 공장 직원으로서 충분한 배식을 받을 수 있지만 노동자들과 똑같이 형편없는 대우를 자청한다. 노동자들의 처지는 인간 이하였다. 알렉산드라는 얼굴도 다르고 피부색과 국적도 다른 노동자들을 규합, 우랄노동자동맹 결성을 주도한다. 노동자들이 깨칠 때까지 인내하며 드디어 파업을 이끌고 미지급 임금을 받아내는 빛나는 승리를 거둔다. 그 뒤, 이미 노동자들의 벗이 된 알렉산드라는 볼셰비키가 돼서 극동의 소비에트를 강화하라는 명을 받고 하바로스크에 머문다.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에 반대하는 세력들로 내전에 돌입했다. 적위군은 반혁명세력에 현저히 열세였다. 백위군에 쫓겨서 배를 타고 피신하던 중,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바람에 알렉산드라 일행은 백위군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여기서 알렉산드라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재판받을 때, “왜 조선인이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에 참가한 건가?” “조선인이기에 볼셰비키다. 억압받는 형제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싸웠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재판관이 마지막으로 제안했다. “당신이 자신의 범죄를 뉘우친다고 호소한다면 당신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잘 들으세요. 만약 내가 당신의 말대로 여성으로서 자신의 범죄를 뉘우친다면, 나는 프롤레타리아혁명을 배신하고 전 세계 여성 앞에 죄를 범하게 될 것이다.” 사형집행시, “내 눈을 천으로 가리지 말라. 나는 죽음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다.” 죽음 앞에 이렇게 담대할 수 있다니!
33년 짧은 인생이지만 어느 한 구석도 주체적이지 않은 데가 없다. 임시정부 민족주의자들의 하는 듯 마는 듯한 독립운동만 보다가 볼셰비키 투쟁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 김알렉산드라. 조선을 빛낸 진짜 혁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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