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백선엽이 죽자, 구국의 영웅이라고 나팔 불면서 그를 띄우는 것을 보자니, 역사만이라도 있는 그대로 볼 수는 없는 것인가? 하고 개탄했다. 백선엽의 행적에서 큰 수치는 독립군 때려잡는 간도특설대 경력이다. 그러면서도 백선엽은 자서전에서 정직하게 과오를 적시하지 않고 요설로 그 때 시절을 변명했다. 뿐만 아니라, 동생 백인엽과 함께 선인학원을 만들어서, 인천지역 사학재벌로 유명했다. 정말이지 학교를 온통 탐욕의 수단으로 말아먹은 사학비리의 원조였다. 지금 사학비리수법은 거의 모두 그가 시작했다. 다부동전투 공적으로 나라를 구했다고 떠드는데, 낙동강 전투를 총지휘한 워커라인의 한 부분을 잘 지킨 일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 그보다는 한국전쟁 전후로 수많은 양민이 학살당할 때, 백선엽도 앞장서서 민간인을 살해했다. 한 사람의 공과를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유리한 점만 부풀려서 미화하는 것을 보자니, 죽음에도 진영논리가 작용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김구에 대한 역사왜곡도 백선엽 못지않다. 김상구지음, 친일파가 만든 독립영웅 『김구청문회』 1권, 독립운동가 김구의 정직한 이력서. 2권, 김구는 통일의 화신인가? 제목만 봐도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목차만 봐도 문제가 뭔지 대강 보여준다. <김구는 과연 동학의 접주였나?> 가공이다. <쓰치다 사건의 진상> 김구가 죽인 사람은 군인이 아니고 일본상인이다. <고종은 김구를 정말 사면했나?> 고종사면설은 완전 허구다. 사실은 김구는 탈옥했고 아버지가 대신 형을 살았다. 백범일지에 나오니 사실인줄 알았는데 상당부분 구라다.
가장 유명한 전설인 <윤봉길, 이봉창 의거의 진실>도 기막히다. 김구는 윤봉길 거사 후 배후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배후라고 밝혔다. 사실이 아닌데 사실이라고 하려면 그만큼의 은폐와 조작을 해야 한다. 그 덕분에 김구는 장개석 눈에 들어왔고 정기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김구는 투명하지 않은 돈 문제가 계속 뒤따랐다.) 이봉창은 폭탄 불발의 원인이 김구의 부실 때문이라고 원망했다. <진공이냐 침투냐, 독수리 작전의 실체> 일제가 항복했을 때, 김구는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우리 힘으로 독립을 찾는 건데 매우 아깝다며 장탄식을 했다. 그런데 그 때 작전수행을 맡은 부대는 전투부대가 아닌 정보부대였고, 인원도 미미했다. 장준하가 이 부대 소속이었다. 그것도 여러 제약 때문에 허탕 친 작전이었다. 그런데 김구는 사실과 다르게 과도하게 의무부여를 했다. <수백 명 광복군이 20만 광복군으로 둔갑한 사연> 뻔하지 않은가. 허장성세로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작위였다. 원호대상자가 단 한 명도 없지만 덕분에 임정과 광복군에게 후원금이 쇄도했다. 하나하나가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과 너무 달라서 도대체 이 사람 뭐야? 하는 의문을 계속 불러일으킨다. 이상은 일 권 목차 중심으로, 김구의 정직한 이력에 대한 간략한 서술이다.
이권은 해방 후 행적에 대한 검증이다. 역시 제목만 보자. <친일파, 부일배에게 면죄부를 준 반탁운동> 모스크바 삼상회의에 대한 동아일보의 가짜뉴스로 남한의 정치가와 대중은 일제히 맹목적으로 반탁운동에 휩쓸리고 그 거센 물결에 해방 후 한반도 정세가 꼬이고 숨죽여 있던 친일파가 이 때를 틈타 다시 활개를 치게 했다. 김구는 이런 정세를 이용하여, 반탁을 임정추대운동으로 교묘하게 결합해서 대중을 오도했다. ‘찬탁은 매국, 반탁은 애국’이 되게 했다. 지금까지도 많은 국민들이 오해하는 슬픈 역사 산물이다.
<김구는 테러리스트였나> 1945년 12월 30일 송진우 암살, 1947년 7월 19일 여운형 암살, 1947년 12월 2일 장덕수 피살. 이 세 사람의 암살 배후에는 김구나 중경임시정부, 그들의 산하단체인 백의사가 깊이 관련돼 있다. 김구는 해방 전 투쟁수단을 해방 이후에도 사용했다는 의심이다. 김구를 저격한 안두희도 백의사 소속으로 김구의 부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5.10 총선거를 앞두고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한 김구를 평하면서 통일정부에 대한 일념으로 단정을 반대하였다고 인식해 왔는데, 사실은 김구의 무수한 갈지자 행보 중 하나였다. 마지막 행보는 단독정부에서 이승만 다음을 도모하다가 안두희에게 피살됐다.
이쯤 되면 역사학자들은 김구 평가를 새로 해야 하지 않나? 사소하게 한 두 개가 사실과 다른 게 아니다. 백지상태에서 김구라는 인물 전체를 새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 모든 행적의 주요 근거인 백범일지도 이광수의 윤문이라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박정희가 의도적으로 김구를 부각시켜서 독립영웅이 된 측면도 있다.
내가 얻은 교훈. 김구는 온 나라가 우뚝 세워 놓은 전설이니 빠질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남들이 뭐라 한다고 곧이곧대로 듣지 말자. 특히 권력 장단에 놀아나는 기술자나 빠들의 언설에 조심하자. 지식이라는 게 참 부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