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임이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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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임이 없단 말인가?
  • 박철
  • 승인 2020.07.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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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주인도, 경제의 주인도, 역사의 주인도 결국은 인간이다

세월 탓하기에도 쑥스러울 정도로 어느 때보다도 '소란'하다. 어떻게 된 까닭인지 근년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정치로 바꾸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경제도 정치적으로 이해하고 문화도 정치적인 시각에서 서술하며 교육도 정치적 분석에 의해 그 참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종교조차 예외가 아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정치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통치기술이거나 통치 권력만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극히 총체적인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포함하여 결국 삶의 모습 전부를 포용하는 개념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온갖 삶을 정치적 논리로 설명하고자 한다든가 그렇게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과히 그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참으로 진지하게 유념할 것은 만약 우리가 하나의 시각을 가지고 그 시점에 서서 만물을 바라본다면 그 입장에 포용되지 않는 어떤 현상도 없다고 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미술가는 삶 전체를 심미적(審美的)인 것으로 해석하고, 의학은 병리적인 입장에서 삶을 모두 분석하고 해석한다. 그렇다면 정치적인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려는 것도 그것이 유일하고 진실한 자리라기보다는 삶을 바라로는 하나의 시각에서 주장되는 총체성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그때의 총체성이란 무조건적인 절대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시각이 지니는 총체성일 뿐이다. 다른 현상으로 바꾸어 설명하는 오류, 곧 환원주의의 오류를 범한다고 말한다. 이런 사실을 장황하게 서술하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어쩔지 모든 것을 다 정치로 환원시켜 정치 탓이라고 하면서 어느 틈에 자기 자신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도덕적 책임에 대하여는 무감각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삶이 객관적인 조건,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회의 도덕적 혼란, 윤리부재의 암울함이 정치와 무관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인간은 그 환경이나 객관적인 조건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 만큼은 그 객관적인 조건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다. 그렇다면 바로 그 가능성을 근거로 하여 인간은 스스로 누구에게도, 어떤 것에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빚어내고 스스로의 미를 창조해야 하는 윤리적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온갖 것이 정치 탓이라고 하는, 이를테면 정치함몰(政治陷沒) 현상을 빚으면서 누구도 자신의 도덕적 책무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지하지 않는 버릇을 키워버린 것만 같다. 다시 말하면 핑계될 데를 만들면서 아무 짓이나 해온 자기는 책임이 없다는 투의, 나도 모르게 천박한 감각을 지니고 살아가는 습관을 키워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의 도덕적 감각이 둔화된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참으로 염치없도록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우리는 입버릇처럼 정치가 어떻고 경제가 어떻고 하면서 커다란 틀만 욕하고, 그것으로 자기를 정당화하고만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그런 것들이 오늘 우리의 윤리적 감각의 둔화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의 책임을 운위하는 과정에서 만약 우리 자신의 인간됨의 긍지에 입각한 스스로의 윤리적 감각을 상실해버렸다면 이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오늘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아니었는가 싶다. 이제는 우리 자신을 한껏 되살펴 보는 그런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를 탓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우선순위를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하나의 자리에서 또 다른 자리를 간과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특별히 최근 들어서 정치만을 탓하다 마침내 나 자신의 윤리적 긍지마저도 헐값으로 정치에다 팔아먹지는 않았는가 하는 것을 진지하게 되씹어 보고 싶은 것이다. 더 강하게 이야기 한다면 정치의 주인도, 경제의 주인도, 역사의 주인도 결국은 인간이다. 그 인간됨이 다시 그 정치, 경제, 역사의 맥락에서 읽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것으로 바뀌어 끝날 수 없는 인간됨의 신비, 그 인간의 긍지, 그 인간의 윤리적 책무에 대하여 우리는 바야흐로 뼈아픈 성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쓴이 박철님은 탈핵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샘터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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