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준위핵폐기물 재검토위원회 위원장 사퇴에 즈음한 탈핵부산시민연대 기자회견에서 제가 한 모두발언입니다.

말 많고 탈 많은 고준위 핵폐기물 재검토위원회 정정화 위원장이 사퇴를 했다. 박근혜가 반쪽짜리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다가 탄핵으로 중단된 것을 문재인 정권이 이어받아 재검토한다고 새로 위원회를 꾸렸는데 얼마나 허술하게 재검토위원회가 운영되어 왔는지 위원장의 사퇴로 모든 것이 다 드러나게 되었다.
우리 탈핵부산시민연대와 탈핵진영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엉터리 재검토위원회는 해체하고 제대로 된 공론화를 하자며 요구했으나 산업부는 탈핵진영의 요구와 모든 대화를 차단하고 포화가 임박한 경주에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짓는 일에 매달려 왔다.
정정화 위원장의 사퇴의 변을 들어보면 우리가 애초에 지적했던 문제를 그대로 다 고백하고 있다. 산업부가 정도를 걷지 않고 꼼수를 쓰자니 쉬쉬하며 공론화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핵문제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다 이해관계도 없는 위원들은 결석을 밥 먹듯 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지역민들은 협조해주지 않으니 이런 상태로 위원회를 끌고 나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제 재검토위원회는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다. 엎질러진 물은 아무리 빗자루로 쓸어 담으려고 해도 담을 수 없다.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이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면 산업부는 재검토위원회를 당장 해체하고 맥스터건설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
산업부가 지금 원전진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런 목표를 가진 부처가 공정한 공론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겠는가?
산업부는 정위원장의 사퇴를 두고 남은 위원들 가운데 호선으로 위원장을 새로 뽑아 예정대로 맥스터 건설을 강행한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욕이 저절로 나온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2년 뒤 문재인 정권의 대선 행보에 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15명 위원 가운데 이미 5명이 사퇴를 했는데 누가 그런 자리에 들어가 화살을 맞으려 하겠는가?
지금의 고준위핵폐기물 재검토위원회는 즉시 해체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위원회에는 이해당사자들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고준위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어떠한 임시저장시설도 지어서는 안 된다.
일단 지어 놓으면 영구시설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핵발전 역사는 먼저 저지르고 난 뒤, 이미 진행된 사항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그런 논리를 펴왔다. 다른 건 몰라도 고준위핵폐기물만은 그와 같은 관행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최소 1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 물질을 급하다고 마구잡이로 처리하면 후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경주의 월성의 핵폐기물 저장소가 포화되어 중지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원칙을 저버리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에게 촉구한다.
지금의 고준위핵폐기물 재검토위원회는 즉시 해체하고 지역실행기구 구성을 철회하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를 얼렁뚱땅 처리하지 마시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라.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재공론화를 시작하라.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약속한 탈핵정책을 실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