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서일과>
사도행전 12:1-11, 디모테오후서 4:6-8;17-18, 마태오복음 16:13-19 (시편 34:1-8)
13 예수께서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지방에 이르렀을 때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 하더냐?" 하고 물으셨다. 14 "어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자들이 이렇게 대답하자 15 예수께서 이번에는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16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하자 17 예수께서는 "시몬 바르요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 너는 복이 있다. 18 잘 들어라.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19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마태 16:13-19)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나를 통하여 복음선포가 완수되고 모든 민족들이 그것을 듣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딤후 4:17)
"시몬 바르요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 너는 복이 있다."(마태 16:17)
사도 베드로와 바울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베드로는 제자들의 중심이 되어 교회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바울 또한 교회가 성장하고 이론적으로 다듬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위대한 사도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두 분 다 연약한 한 인간이었음을 압니다.
예수께서 스스로를 '인자(사람의 아들)'라 칭하셨거니와, 무릇 어떤 위대한 성인도 인간실존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아니 그렇기에 더욱 위대합니다.
두 사도는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는데 크게 기여(寄與)했습니다.
하나의 종교가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받들되 전혀 다른 배경의 두 제자를 중심으로 탄생한 것은 신묘한 일입니다.
그것도 지극히 인간적인 약점을 지닌 이들을 통하여 세워졌다는 것은 신비일 뿐입니다.
베드로는 평생 눈물샘이 마르지 않아 눈 밑 뺨 위로 고랑이 패일 지경이었다는 전설이 있었지요. 예수님의 가장 든든한 제자였던 그가 결정적인 순간에 하늘을 걸고 맹세까지 하면서 스승을 배반하였음을 평생 가슴에 새겼다는 이야기입니다. '베드로의 부인(否認)' 이야기가 복음서에 상세히 기술된 것은 베드로가 이 부끄러운 일을 모든 이들에게 여러 차례 고백하며 참회하였음을 반증합니다.
바울은 전도가 창창한 바리사이로 그리스도교를 이단 청소하듯 박멸하려고 했던 인물이지요. 이랬던 그가 극적으로 예수를 체험하고 난 후 수년 동안 자숙하며 지냈던 사실은 우리를 숙연하게 합니다. 바울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스타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모욕과 오해를 받으며 성숙해 나가는 훈련과 연단의 시간이 필요했던 또 하나의 사람의 아들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을 통하여 그리스도 교회가 신비롭게 세워져 나간 이유를 오늘 말씀은 잘 설명해줍니다.
'주님께서 곁에 계시며 굳세게 해주셨고', '하늘 아버지의 은총이 함께 하셨기에', 질그릇같이 연약한 두 인간이 교회의 기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시편 노래처럼 '주님께서 온갖 두려움에서 해방시켜 주셨기에'(시 34:5) 가능했던 일입니다.
교회는 결국 인간의 힘으로 세워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고백이겠습니다.
교회는 하늘이 세우고 다듬어 나갑니다.
역으로 교회 구성원들이 주님께 온전히 매어졌을 때 교회는 교회답게 세워집니다.
교회에 다니는(life in church) 사람이 아니라 교회인(life as church) 우리입니다.
우리 또한 시대의 제약 속에서 변덕스럽게 살고 있는 연약한 ‘사람의 아들딸’들입니다.
오늘 초대교회의 두 기둥을 묵상하면서, 우리가 어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금 가늠하게 됩니다.
우리의 약함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안에 계시면서 우리를 굳세게 하고 우리를 하늘의 진리로 인도하시는 영이 살아 다스리심을
더 잘 인정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부족해 보이는 나를 통해
세상 구석구석 하늘의 복된 소식이 구현되는 진복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모자란 내가 하늘 신비의 창출통로가 되는, 그런 영광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날마다 나를 비워 그분으로 채워지는,
그런 토대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