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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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대학생
  • 김홍한
  • 승인 2020.06.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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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11

1951년 2월 18일 대학생들에 대한 징집연기조치가 실시되었다. 조국의 미래를 위해 인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소집된 국민방위군이 노상에서 얼어 죽고 굶어 죽어가고 있을 때, 수도 서울을 다시금 인민군과 중국군에게 빼앗긴 1.4후퇴 이후이고 3월 14일 재 탈환 하기 전이니 한창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고 있던 때였다. 그 때 특별법으로 대학생들에 대한 징집연기조치가 실시 된 것이다. 당연히 대학생 수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다. 인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권력자들이 자신의 아들들을 전장에 보내지 않기 위해 만든 조치였다. 그러니 대학생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수 없다. “먹고 대학생”이 그들에 대한 표현이었다.

대학생들이 피난지 부산에서 대학에 다닌다. 학교인들 제대로 있었을까? 공부인들 제대로 했을까? 밤이면 밤마다 부산의 유흥가가 불야성을 이룬다. 조금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겠다.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술 마시는 것 밖에 뭐 할 것이 있었겠는가?

한편 우리나라의 전쟁에 미군 장성의 아들들 142명이 참전하여 35명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그중 미 8군 사령관 벤 플리트의 아들이 전사했는데 시체도 못 찾았다. 중국군 중에는 모택동의 아들이 참전하여 전사했다. 그들의 참전과 희생을 칭찬하거나 고마워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조국을 위해 남의 나라 전쟁에 뛰어든 것이니 남과 북 우리 동포들은 그들을 원망할 일이지 고마워할 일은 결코 아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자신의 아들들을 남의 나라 전쟁에까지 보내는가 하면 우리의 지도자들은 내 나라 전쟁에 너무도 뻔뻔하게 법까지 만들어 자신의 아들들의 병역회피를 도모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본래 그렇게 그 모양 이었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고대 로마의 귀족들처럼, 영국의 귀족들처럼 특권층의 책임의식이 있었다. 신라시대에는 화랑도가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올곧은 선비정신이 있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전국적으로 의병이 일어났었다. 그런데 조선시대 말기 특권층들의 부정부패가 심해지면서 그들은 백성들을 수탈하고 관직을 팔고 신분까지도 팔았다. 결국나라까지 팔아먹었다. 우리나라의 특권층은 책임 있게 나라를 지킨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나라를 팔아먹었다. 그들의 후손이 해방된 후에도 여전히 특권층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에게 무엇을 바랄 것인가?

오늘날에도 우리사회 에는 특권층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책임의식은 형성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특권층들은 친일파의 후손들, 불의한 권력자들, 졸부들, 내적 성숙이 없는 지식인들이 많다. 지금 크게 활동하는 이들 중에 병역회피자가 다수요 부동산 투기를 하는 자가 다수이며 탈세하는 이가 다수다. 그래서 소위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은 물론 분노까지도 일곤 한다. 우리의 모습이 마치 목자 없는 양과 같다.

1997년과 2002년,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이회창씨가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그의 두 아들이 모두 병역을 면제 받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병역면제 이유를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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