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상처입은 치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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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상처입은 치유자
  • 유미호
  • 승인 2020.05.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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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의 첫 감염자가 나온 지 벌써 석 달이다.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지도 어느덧 두 달이다. 아직도 두렵고 답답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다. 4월 14일 현재 216개국에서 하루 6만 명의 감염자가 나오고 5천여 명이 죽어가고 어 총 확진자가 186만 명, 사망자가 12만 명이나 된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은 멈췄다. 입원하고 자가 격리에 들어가진 않았더라도, 욕심껏 살아온 삶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던 대로 먹고 마시고 일할 수 없었고, 가고 싶은 대로 다니며 맘 놓고 사고 팔수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이 얼어붙었다. 백신 나올 때까지 2년은 더 지속될 수도 있다는데,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코로나19의 역설

멈춘 자리에는 두려움과 답답함, 아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이 멈추니 자연이 되살아났다. 2007년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이라고 밝힌 후 2015년에 전 세계가 합의한 지구 온도 상승 억제목표는 그저 목표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로 멈추니 덩달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배출량이 1/4로 줄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자동차도 비행기도 운행이 줄면서, 공업지역을 뒤덮고 있던 유해가스 구름은 걷혀 하늘이 맑아졌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엔 관광객이 줄고 수상택시 곤돌라의 운행이 줄면서 강물이 맑아졌다. 인도도 하늘이 맑아져 눈 덮힌 히말라야 산맥이 드러났다. 인적이 끊긴 해변에는 멸종위기종인 바다 거북이들이 산란을 위해 수천 마리나 찾아들었다. 일주일에 하루, 7년에 한해, 50년에 한 번은 쉬면서 사람도 땅(자연)도 쉬라 하셨던 하나님이 강제로 쉬게 하셨다는 이들도 있다. 아무래도 2020년은 인간의 강제적 멈춤이 지구에게 쉼을 가져다 준 ‘지구 안식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를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사회시스템에 근본적으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오히려 더 올라갈 지도 모른다. 강제적 쉼은 결코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지구에서 같은 공기, 같은 물을 마시는 등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분명히 의식하게 되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이 야기한 기후 변화가 지구 평균 온도를 높이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무감각했던 이들도 이번에는 다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겪게 될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겠지만, 모두 긴급히 내려진 조치에 대체적으로 잘 따랐다. 그러고 보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후 위기에 따른 행동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지 싶다. 코로나19로 다시 회복되고 있는 지구를 보면서 모두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적정함, 모두의 풍성한 삶을 배려하는 마음을 우선으로 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질병과 지구 건강

세계보건기구, WHO는 코로나19를 지난 3월 9일에 홍콩독감(1968년)과 신종 인플루엔자(2009년)에 이어 전 지구적 전염병 대유행, 펜데믹을 선언했다. 단순한 질병이 아니다. 동물 병이 종의 벽을 넘어 인간을 위협할 땐 분명한 원인 제공자가 있다. 대개 박쥐를 주목하지만 아니다. 전적으로 우리들의 책임이다. 인수공통감염병 대부분이 그렇듯, 우리가 개발과 성장을 위해 그들과 그들이 사는 세상을 건드려서 변형된 바이러스가 일으킨 질병이다.

기후 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상 기후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로 살 공간을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 거주지나 목축지로 이동하여 사람들의 감염 가능성이 높아졌다. 80년간 유행한 전염병의 70%가 야생동물에 의하여 생긴 것들이라고 한다(에이즈는 유인원, 조류인플루엔자는 새, 신종플루는 돼지, 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는 박쥐).

숲의 파괴도 바이러스의 전파를 부추기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변형된 바이러스가 사람 체온에 더 잘 적응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숲 안에는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바이러스가 있다. 숲에 살던 야생동물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지만 인간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에볼라, 에이즈, 사스, 뎅기, 지카가 그 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한 지구 기온이 조만간 1.5도를 넘어 회복력이 상실되어 빙하가 다 녹게 되면 고대 바이러스까지 나온다는데, 걱정이다. 오랜 동안 미뤄둔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과 미래를 지키고 돌보는 길이다.

코로나19 이상의 재앙을 가져올 기후 위기와 종(種)의 멸종

사람들은 코로나19와 달리 기후 위기를 미래의 일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이미 수억의 사람들이 기후 위기로 응급 상황을 맞았는데도 긴급한 조처에 따르지 않고 있다. 기후 위기는 코로나19 이상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지구를 회복시킬 시간이 겨우 8~10년밖에 남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회(IPCC)는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치를 1.5℃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45% 줄이고, 2050년까지 순제로를 해야 한다며 특별보고서를 만들었다. 시급히 시행하지 않으면 아직 우리에게 필요를 채워주고 있는 지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

신앙적으로 보면, 코로나19는 기후 위기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영역으로 규정해 두셨던 선악과와 생명나무를 범한 우리의 교만이 낳은 결과다. 계속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는, 하나님이 허용하신 것 이상의 ‘선악과’를 따먹고도 부족해, 하나님의 또 다른 영역인 생명나무 열매를 건드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시급히 고백하고, 멈추어 돌아섬이 마땅하다. 이대로 무시하고 계속 달리면, 지구는 우리가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해서 더 큰 신호를 보내오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안에서 지구가 건네는 신호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전문가의 말이 아니라 두려움 가운데 각자 각자가 위기를 마주하고,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가능하고, 필요만큼 누리며 모두가 골고루 누리겠다는 ‘자기선언’이 가능하다. 우리 안의 욕망은 한 번도 줄어든 적 없으니 말이다.

한편 기후 위기가 그렇듯 생물종의 멸종도 코로나19와 무관하지 않다.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가 지구의 균형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깨뜨려 백만 종이나 되는 생물종이 이미 멸종했다. 기후가 변하면 종들은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해서 면역력도 없이 무방비상태로 질병에 노출된다. 기온이 오르는 오를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피해는 커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그 이상으로.

이 재앙을 피하려면 다가오는 기후 위기를 막고 생물종도 보존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온 것이니, 야생동물과의 관계에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은 이미 불법 야생 동물 밀매를 금지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축이나 가금류로 간주되지 않는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것만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야생동물을 먹는 것도 금지했다. 그들의 삶의 공간인 아직 남아있는 야생의 공간 숲을 보전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도 계속 코로나19 이상으로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와 일회용 쓰레기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멈춤으로 지구가 되살아난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용기, 비닐봉지와 포장재 쓰레기가 대량으로 나오고 있다. 생활폐기물종합처리장 운영자들의 말을 빌면, 폐기물 배출량이 명절 때 배출하는 양보다도 많단다. 수량도 수량이지만 애써 자리잡아가고 있는 분리배출 습관마저 흐트러지고 있다.

코로나19 심각단계가 되면서, 내년부터 일회용 컵을 퇴출해가기로 했던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풀어 놓았더니 식품업소와 커피전문점들은 물론 시민 모두가 거리낌 없이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음식 및 택배로 인한 포장쓰레기도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도 처리하기 벅찼는데, 사태가 장기화되다보니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요즘 배출되고 있는 일회용품은 사용 후 깨끗하게 분리배출 해도 재활용이 되기가 쉽지 않다. 국제유가가 급락해 재활용 단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고, 폐지나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선별해 이익을 얻는 재활용업체들도 수익이 큰 폭으로 떨어져 수거 거부 움직임을 보여 언제 쓰레기 대란이 다시 올지 모를 일이다. 처리할 양을 줄이려면 사용하지 않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시대이니 내가 쓸 물건을 더 가지고 다니고, 심각한 곳이 아니면 면 마스크를 쓰고, 택배 포장재를 줄이는 작은 실천을 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쓰레기문제 해결을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그리스도인, 코로나19의 상처 입은 치유자

반복될 수 있다고는 하나, 코로나19는 지나갈 것이다. 그때에 다시 지구를 해치며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일삼고, 육식문화에 길들여진 일상으로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지구상에서 함께 숨 쉬며 주님을 뒤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 것인가?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고 위로를 받을 것’(마5:4)이라고 하셨다. 우리의 고통 앞에 애통하는 마음으로 서 보자. 나와 우리가 입은 상처를 품고 ‘지구의 안녕’을 물어보자. 나뿐 아니라 지구이웃이 입은 상처와 고통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가 지나가도 결코 새로워질 수 없다. 상처는 아물지 몰라도 그간의 고통과 상처가 지구와 지구 생명들을 치유하는 원천이 되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껏 지구가 보내는 신호에 둔감한 채 마냥 달렸으니 멈추어 삶을 성찰해보자. 혼자하기 막연하다면, 몇이 모여 함께 진심으로 ‘지구의 안녕’을 묻는 ‘지구 돌봄 서클’을 해보자(5월 진행자워크숍 개최). 지구가 아프게 된 이유와 돌봄에 필요한 것을 사랑으로 함께 묻는다면, 두려움과 불안함, 막연함에서 벗어나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감싸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처 입은 치유자’이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극히 작은 바이러스에 상처입고 무서워 떨었던 고통의 기억을 나누며 그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일 때에, 코라나19 이후의 삶을 살아낼 용기와 지혜도 얻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달렸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해두신 지구의 지속성과 풍성함을 누릴 수 있는 길, 우리 안에 두려움을 사랑을 거둬내고 부추겨진 욕망도 씻겨낼 수 있는 길. 그 길은 코로나19의 상처를 안고 기후변화와 종의 멸종이라는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며 기도하고 행동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달렸다(좋은나무 2020.05.01에  기고된 글입니다). 

글 /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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