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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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처럼
  • 백창욱
  • 승인 2020.05.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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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5.27. 그 새벽의 이야기

책 표지사진은 그 날 한 시민군이 전남도청 복도에서 밖을 내다보는 모습이다. 그 날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아서, 학살군에게 맞선 그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 자리를 지켰을까... 항상 의문이었다. 마침 작가 정도상이 그 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었다. 다음은 내 가슴을 때린 대목들이다. 내용들을 따라가면 자연스레 그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다.

 

“무기를 반납하고 도청을 열자는 의견과 끝까지 싸우자는 의견이 며칠째 대립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의견이 좋을지 모른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의견을 따를 뿐이다.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닌가? 의리 같은 거 말이다.”


“제가 보기에 시민군은 결코 정규군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데 왜 무기를 놓고 도청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까?”(외신기자의 질문) “우리는 오늘 밤 공수부대와의 전투에서 패배할 것입니다. 패배가 분명한데도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백기를 들고 공수부대를 맞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깃발을 내릴 수 없습니다. 우리의 깃발이 비록 피에 젖고 총칼에 찢어진다 해도 우리는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밤 패배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변인 상우 형의 차분한 말에 통역을 하던 인요한이 눈물을 흘렸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한 치도 흔들림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기록할 것입니다. 그 기록자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계엄군이 밀려오기 전에 어서 여기 도청에서 떠나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충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어른들이 해야 합니다. 나이 어린 학생들은 살아남아 오늘의 목격자가 되어 역사의 증인이 돼주시기 바랍니다.”


“씨바 학삐리들은 겁쟁이야. 민주 민주 하면서 데모할 때는 모두 나오더만 막상 진짜 목숨을 걸어야 할 때에는 모두 도망치고 없으니.” “가방끈이 길수록 겁이 많아. 걔들이 뭘 배우는지 아냐? 출세를 배우는 거야. 씨바, 출세하려면 몸을 사려야 하고.”


“월급을 떼이고, 무식하다고 손가락질을 당하고, 공돌이라고 무시해도 참아야 했다. 그런데 도청에 와서는 손가락질당한 적이 없다. 모두가 동등했고 평등했다. 죽음 앞에서 평등한 것인지, 시민군이어서 평등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제 저녁에 도청을 떠난 사람들, 비겁하다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돼. 그들도 도청에서 견딜 만큼 견딘 사람들이야. 그들은 비겁한 사람들이 아니야. 나는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있어. 내 삶의 방식이 존중받으려면 다른 삶의 방식도 존중해줘야지. 의견이 다르다고 비난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야.”


“들불 식구들이 모두 여기에 있는데 어디를 가요? 나는 우리 식구들이 지옥에 있다고 해도 그 지옥에 같이 있을 거예요.”


“그들은 위험한 사람들이었다. 공부하기 싫어 데모하는 학생이라고 비난하고 손가락질했던 게 얼마나 큰 오해에서 비롯되었나를 나는 야학에서 새삼스레 느꼈다. 그들은 데모를 하려고 공부를 아주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교도소에 가는 것, 전과자가 되어 호적에 붉은 줄이 그어지는 것, 인생을 망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다.”


“강학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었고 슬픔을 가르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가르치는 것을 하나씩 배워갈 때마다 나는 슬픔에 빠졌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가 지금 결정을 내려야만 할 사항은 이겁니다. 우리보다 월등한 중화기로 무장하고, 우리 시민군보다 사십 배가 많은 병력을 상대하여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무기를 놓고 도청을 비워줘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먼저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나는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이 도시의 시민들이 군부의 거대한 군사적 폭력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끝까지 항쟁했다는 사실. 이 사실 하나만 갖고 가겠습니다.”


“왜 여기에 남았는지 나도 몰라. 뭐랄까 떠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랬어. 무섭고 무서운데...... 내가 여기를 떠나면...... 평생 미안할 것 같아서. 적어도 오늘 밤은 여기를 떠나지 않을 거야.”


“백기를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과 피에 젖은 깃발을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광주 사람들은 오늘 밤, 잠들지 못하고 도청을 향해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은 간절히 우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우리의 희생을 원하지는 않으나 광주가 백기를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패배할 것이나 패배하지 않을 것이고, 승리하지 못할 것이나 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만일 오늘 밤의 이 싸움을 피하면 우리는 영원히 패배하게 될 것입니다. 비록 이 싸움에서 패배하게 될 지라도 우리는 끝내 승리하게 될 것이고요. 그래서 나는 오늘 밤, 내 손에서 총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무기를 반납하고 도청을 열자는 의견과 끝까지 싸우자는 의견이 며칠째 대립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의견이 좋을지 모른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의견을 따를 뿐이다.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닌가? 의리 같은 거 말이다.”


“제가 보기에 시민군은 결코 정규군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데 왜 무기를 놓고 도청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까?”(외신기자의 질문) “우리는 오늘 밤 공수부대와의 전투에서 패배할 것입니다. 패배가 분명한데도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백기를 들고 공수부대를 맞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깃발을 내릴 수 없습니다. 우리의 깃발이 비록 피에 젖고 총칼에 찢어진다 해도 우리는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밤 패배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변인 상우 형의 차분한 말에 통역을 하던 인요한이 눈물을 흘렸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한 치도 흔들림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기록할 것입니다. 그 기록자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계엄군이 밀려오기 전에 어서 여기 도청에서 떠나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충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어른들이 해야 합니다. 나이 어린 학생들은 살아남아 오늘의 목격자가 되어 역사의 증인이 돼주시기 바랍니다.”


“씨바 학삐리들은 겁쟁이야. 민주 민주 하면서 데모할 때는 모두 나오더만 막상 진짜 목숨을 걸어야 할 때에는 모두 도망치고 없으니.” “가방끈이 길수록 겁이 많아. 걔들이 뭘 배우는지 아냐? 출세를 배우는 거야. 씨바, 출세하려면 몸을 사려야 하고.”


“월급을 떼이고, 무식하다고 손가락질을 당하고, 공돌이라고 무시해도 참아야 했다. 그런데 도청에 와서는 손가락질당한 적이 없다. 모두가 동등했고 평등했다. 죽음 앞에서 평등한 것인지, 시민군이어서 평등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제 저녁에 도청을 떠난 사람들, 비겁하다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돼. 그들도 도청에서 견딜 만큼 견딘 사람들이야. 그들은 비겁한 사람들이 아니야. 나는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있어. 내 삶의 방식이 존중받으려면 다른 삶의 방식도 존중해줘야지. 의견이 다르다고 비난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야.”


“들불 식구들이 모두 여기에 있는데 어디를 가요? 나는 우리 식구들이 지옥에 있다고 해도 그 지옥에 같이 있을 거예요.”


“그들은 위험한 사람들이었다. 공부하기 싫어 데모하는 학생이라고 비난하고 손가락질했던 게 얼마나 큰 오해에서 비롯되었나를 나는 야학에서 새삼스레 느꼈다. 그들은 데모를 하려고 공부를 아주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교도소에 가는 것, 전과자가 되어 호적에 붉은 줄이 그어지는 것, 인생을 망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다.”


“강학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었고 슬픔을 가르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가르치는 것을 하나씩 배워갈 때마다 나는 슬픔에 빠졌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가 지금 결정을 내려야만 할 사항은 이겁니다. 우리보다 월등한 중화기로 무장하고, 우리 시민군보다 사십 배가 많은 병력을 상대하여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무기를 놓고 도청을 비워줘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먼저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나는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이 도시의 시민들이 군부의 거대한 군사적 폭력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끝까지 항쟁했다는 사실. 이 사실 하나만 갖고 가겠습니다.”


“왜 여기에 남았는지 나도 몰라. 뭐랄까 떠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랬어. 무섭고 무서운데...... 내가 여기를 떠나면...... 평생 미안할 것 같아서. 적어도 오늘 밤은 여기를 떠나지 않을 거야.”


“백기를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과 피에 젖은 깃발을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광주 사람들은 오늘 밤, 잠들지 못하고 도청을 향해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은 간절히 우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우리의 희생을 원하지는 않으나 광주가 백기를 들고 계엄군을 맞이하는 것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패배할 것이나 패배하지 않을 것이고, 승리하지 못할 것이나 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만일 오늘 밤의 이 싸움을 피하면 우리는 영원히 패배하게 될 것입니다. 비록 이 싸움에서 패배하게 될 지라도 우리는 끝내 승리하게 될 것이고요. 그래서 나는 오늘 밤, 내 손에서 총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 뒤 공수군발이들이 시민군을 학살하는 대목의 소회는 너무 끔찍하고 분노해서 옮기지 않는다. 얇은 책이지만 수시로 읽기를 멈춰야 했다. 리뷰를 하는데 다시 눈물이 흐른다.

숱한 분쟁현장에서 공권력과 격돌할 때, 무서웠지만 피하지 않은 것, 패배할 게 뻔하지만 끝까지 저항한 것은 광주의 피 값이었다. 권력에게 한 마디 한다. 앞으로도 피하지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공권력 폭력으로 밀어붙이려고 하지 마라. 광주영령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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