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리교회 기도주일
우리는 지난 두 달 동안 주님의 부활을 고백하며 부활의 증인으로 길을 걸어왔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주님의 삶의 부활이며 주님의 정신의 부활이었습니다. 즉 인류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순종하고 가난하고 약한 자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인 하나님 나라 운동의 부활이었습니다. 일하는 노동자, 농민이 주인인 세상의 부활입니다. 아울러 주님의 제자들의 부활이며 주님을 따라 하나님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부활 즉, 교회의 부활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주님의 부활은 억울한 사람들의 부활, 세상의 부활로 이어져야 합니다.
오늘은 감리교회를 설립하신 요한 웨슬리 목사의 회심일이며, 이를 기념하기 위한 감리교회 주일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감리교회 신도들이 함께 주님이 주신 계명과 웨슬리 목사가 세운 교리를 중심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주일입니다. 우리교회는 오늘 감리교회의 현실이 참담하고 불경스러워 이에 뜻을 같이 하는 새물결 회원 교회들과 또한 이에 동조하는 여러 교회들과 참회와 감리교회의 개혁을 위한 기도주일로 지킵니다. 바라기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 요한 웨슬리의 회심
1738년 5월 24일, 웨슬리는 런던 올더스게이트 거리에서 열리는 모라비안 교도들의 저녁집회에 참석하여 회심하게 됩니다. 웨슬리의 감동적인 고백입니다.
“저녁 8시 45분경, 설교자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믿음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듣고 있을 때, 이상하게도 내 가슴이 성령으로 뜨거워지는 것을 체험하였다. 나는 구원을 받기 위해 오직 그리스도만을 신뢰해야 한다는 진리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나의 죄를 사하셨으며 나 같은 사람의 죄도 용서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죄와 사망의 법에서 나를 구원하셨다는 확신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이제 나는 구원에 대한 확증이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믿음을 통한 은혜에 의해서 오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롭게 깨닫게 되었고,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하여 죽으셨으며, 자신이 하나님과 화목 되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이 사건이 웨슬리의 올더스게이트의 체험입니다. 웨슬리 목사는 이 사건으로 구원의 확신을 얻게 되었고, 하나님의 은혜로운 임재와 믿음만이 능력의 원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령의 놀라운 역사로 회심을 체험했던 웨슬리는 영혼 구원에 열정을 다 쏟았습니다. 하지만 웨슬리 목사는 영혼 구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회구원을 위해 투신했습니다. 주일학교를 만들어 운영하였고 노조를 만들어 가난한 노동자들을 지원하였고 보건소를 만들어 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지원했습니다. 그의 성화교리는 영혼구원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를 보여줌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실제로 구원신앙은 영혼구원에 중심을 둔 개인구원과 사회변혁에 중심을 둔 사회구원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성화교리와 그리스도인의 완전교리는 사회구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 감리교회의 치욕
오늘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감리교회의 치부를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지난 5월 12일 MBC PD수첩에서 보도한 서울남연회 로고스교회 전준구 목사의 성범죄에 대한 방송을 보셨습니까? 이 방송을 접하며 충격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었고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감리교회가 취한 태도는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정의롭지 못했고 비겁했습니다. 전준구 목사는 목사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신도들 그것도 여성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여러 사람을 성폭행하였습니다. 감리교회는 전준구 목사의 성범죄를 여러 과정을 통해 심판하고 치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감리회목회자모임<새물결>은 오래 전에 전준구 목사 문제를 인지하고 감리교회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였지만 감리교회 지도부는 이를 무시하였습니다. 이로써 감리회는 스스로 치리의 기회를 박탈함으로 자정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고 감리교회 위상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신뢰를 잃게 했습니다. 감리교회는 이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전준구 목사에 대해 재조사는 물론 전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과 불의함을 밝혀야 합니다.
이는 전준구 목사라는 한 개인의 파렴치한 범죄행위이기도 하지만, 이 범죄를 방치하며 알게 모르게 지원한 것이 감리교회 지도부인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감리교회는 이 부분에 대해서 피해자들에게 깊이 사죄하고, 감리교회에 자긍심을 가지고 예수님의 길을 걸어온 신실한 감리교회 목회자와 신도들, 그리고 정의로운 교회를 열망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또한 이 사태의 배경에 있었던 당시 연회감독, 심사위원회 그리고 당시 선관위 등은 깊은 책임감을 갖고 입장을 표명해야 합니다. 아울러 전준구 목사와 전 목사의 성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숨기고 비호한 로고스 교회 장로들, 평신도 지도자들은 그 전말을 엄중히 밝히고 책임져야 합니다.
▪ 참회의 길, 전환
위기는 기회라고도 합니다. 지금 인류는 기후붕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고 감리교회는 그 정체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그 존립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신속히 전환하지 않으면 이대로 침몰할지도 모릅니다. 돌이켜 참회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감리교회는 코로나 19 정국을 지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하여 두 달여간 예배당 예배를 멈추고 가정 예배로 전환하였다가 다시 예배당 예배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감리교회는 예배당 예배를 대신하여 가정예배 혹은 인터넷 영상 예배를 드리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지만 차분하게 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였고 세부 수칙을 잘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선교로의 전환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감리회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정의로운 사회구현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오늘의 시대가 안고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앞에 놓고 우리의 사회적 삶의 새로운 실천 원칙인 하나님의 창조와 생태계 보존의 사명을 공고히 하고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제 단체들과 공동 노력한다.” (감리회 사회신경)
코로나 19 정국을 지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란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지구 생태계에서 분리된 인류의 삶이 여러 감염병을 초래하였고, 인류 및 지구 생태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감염병은 광범위하게 더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 감염병은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할 때마다 생물 종은 급속히 감소하는 반면에 감염병 발병률은 높아집니다. 서로의 영역을 지킴으로 바이러스와 공존하던 인류는 경제개발의 미명 하에 난개발을 일삼으며 바이러스와 대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치명적인 해를 입고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감리회목회자모임<새물결>은 조만간 코로나 19 이후의 기독교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어 감리회와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새물결은 웨슬리 목사의 성화사상과 그리스도인의 완전 교리를 다시 정립하여 정의롭고 거룩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이는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선교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구 생태계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의해 운행됩니다. 인간도 창조질서를 따라야하는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소명은 놀랍습니다. 창조세계를 잘 돌보고 가꾸어야 할 원초적 책임이 주어졌습니다. 창조세계의 청지기 사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습니다.
▪ 감리교회 기도주일
감리회목회자모임<새물결>은 참회와 감리회 개혁을 위한 기도주일을 제안합니다.
“나는 네 행위를 안다. 너는 살아 있다는 이름은 있으나, 실상은 죽은 것이다. 회개하여라.”(요한계시록 3장)
“나는 감리교회가 사라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 단지 감리교회 정신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나는 감리교회가 능력 없는 형식적 종교만 남게 될 것을 염려한다.” (요한 웨슬리)
오늘날 감리교회는 이름은 있으나 실상은 죽은 자나 다름없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전준구 사태는 감리교회의 총체적 부패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적폐입니다. 웨슬리 목사가 염려한 대로 감리교회는 그 정신을 상실한 체 능력 없는 형식적인 교회로 전락하였습니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없어진 빈껍데기 교회가 되었습니다.
비통한 마음으로 감리회목회자모임<새물결>은 이 엄혹한 시절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도해야 함을 절감하고 긴급하게 기도회를 제안한 것입니다. 6,400여 감리교회와 130만 감리회 신도들이 5월 24일 감리교회 주일 공동예배에서 공동 기도문으로 함께 기도하며 참회와 개혁을 위한 기도주일로 지킬 것을 제안합니다.
▪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
오늘 성서일과는 요한 공동체가 전하는 복음서 17장의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기도는 기의 길입니다. 하늘의 기를 받는 통로입니다.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은총이 내립니다.
예수님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깊이 소통하였고 하나님을 알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의 소명을 알았고 하나님의 뜻에 순명하셨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드러냄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과 하나가 되셨습니다. 하나님의 것이 당신 것이고 당신 것은 모두 하나님의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자신의 전 생이 하나님과 일체가 되었다는 고백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목적입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은 받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입니다. 주님은 마지막으로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주님의 삶을 이어 살아갈 운명을 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부르시고 세우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이 땅의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입니다. 목회자의 교회도 평신도 지도자의 교회도 아닙니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며 하나님의 뜻에 의해 운행되는 곳이 교회입니다. 그러기에 교회 지도자들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살펴야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본래 하나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을 부르시고 세우신 것은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진정한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이기 전에 하나님의 열망입니다. 하나님이 교회를 붙들고 계시고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고 계신다면 교회는 새로워질 것입니다. 참회를 통해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코로나 19 바이러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에 전 세계 211개국에서 530여만 명이 감염되었고, 그 중에서 34만 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병원은 환자와 시신으로 넘쳤고,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코로나 19는 모든 것을 멈춰 세웠습니다. 이동을 통제하면서 비행기와 자동차가 멈췄고, 학교, 종교, 산업, 관광 등 사회 전체가 멈췄습니다.
재난상황에서 개별 정부의 역량에 따라 국민들의 안전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을 작동하여 얼마나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응하느냐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담보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쟁과 무력으로 국민을 보호하던 기존의 안보개념을 건강안보로 바꾸어지게 되었습니다. 인류는 삶의 양식을 바꾸도록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세계를 자국 우선주의로 몰아갔습니다. 각자도생의 길로 나갔습니다. 각자 도생, 자기 우선주의는 사회 연대를 약화시켜 결국은 같이 멸망하는 파멸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바이러스 앞에는 국경과 인종이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협력과 공생만이 인류가 생존하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차별적 개발과 자원의 착취를 통해 발전해온 인류에게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을 위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생태적 문명으로의 전환을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 영성의 길, 전환
전염병과 바이러스 위기의 시대일수록 건강한 영성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되고 존재의 의미를 묻게 됩니다. 이제 종교는 단지 영혼구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와 자연의 영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지 먹고사는 것만이 아닌 역사적 사회적 통찰력 있는 영성이 삶의 방향을 안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과 친밀한 자연 영성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길은 우리교회가 설립 때부터 추구한 신앙입니다.
어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1주기 추모일이었습니다. 노무현 정신을 생각했습니다. 노무현은 약자를 지향하였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했습니다. 지역주의 타파를 역설했고 국민 참여정치를 주장했습니다. 이는 깨어 있는 개인과 조직적 연대로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은 조금씩 그런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신의 실현이었습니다.
진정한 영성은 삶의 방식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삶의 방식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습니다. 회개하고 거듭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그저 이 땅에 잘 먹고 무사안일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목표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분의 일을 하려고 왔습니다. 우리 각 자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사명이 있습니다. 그 사명을 깨닫고 그 사명을 추구할 때 진정한 삶의 희열과 만족을 얻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됩니다. 아주 작은 생명체들과의 진심어린 교우, 내 작은 삶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를 알아보고 인류애를 품고 나아갑시다. 요한 웨슬리 목사의 ‘세계는 나의 교구다’라는 명제는 아직도 유용합니다. 1930년 조선감리회를 세우며 주창했던 진정한 기독교회, 진정한 감리교회, 진정한 조선교회의 이상을 회복하고 진정한 감리교회의 길로 나아가야합니다. 이 길만이 오늘 감리교회가 처한 이 참담한 현실을 돌파하고 새로운 감리교회를 세우는 길입니다. 이 길에 우리 함께 나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