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해의 불꽃 튀는 삶, '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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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해의 불꽃 튀는 삶, '의기'
  • 박철
  • 승인 2020.05.15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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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기 평전 출간, 서해문집

5.18민중항쟁과 김의기 40주기를 맞이해서 김의기 평전 <의기>(서해문집)가 출간되었습니다. 김의기열사기념사업회와 정화진 작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 글은 제 아내 김주숙 선생이 쓴 글입니다.

사랑하는 내 동생 김의기!

나는 내 행복의 절반이라도 의기에게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동생을 예뻐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랬던 의기가 대학 2학년 때부터 경찰들이 집에 찾아오는 걸 보고 의기가 운동권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와 엄마는 의기가 정말 그러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좋은 세상,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겠지만, 내 동생은 안 했으면, 내 동생은 곱게 컸으면 했습니다. 의기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양복을 한 벌 해주면서 “너도 양복 좀 입고 다녀라”고 했더니, 여전히 작업복, 군복 같은 것을 입고 고무신을 신고 다니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의기야, 대학생이 입고 다니는 옷이 그게 뭐냐? 대학생답게 입고 다닐 수 없냐?” “누나, 사람이 한번 편하면 더 편해지고 싶고 그러면 도둑놈 마음이 생겨!” 그래서 자기는 그렇게 입고 다닐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의기는 대학졸업앨범에 실을 사진을 찍을 때도 양복을 입지 않고 셔츠만 입고 찍었습니다. 결국은 장례식 때 제가 해준 양복을 수의 대신 입혔습니다.

가끔 의기가 엄마에게 “엄마! 나 대학 졸업하고 어떤 사람이 되면 좋겠어?” 물으면 엄마는 한번도 좋은 직장에 취직해라, 돈 많이 벌어서 호강시켜 달라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엄마의 대답은 그때마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엄마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대답해서 의기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괴로워하셨습니다.

매년 5월 이맘때가 되면 참 힘듭니다. 세월이 40년이 지나갔는데도 마음이 아프지요. 어떤 때는 예리한 칼날에 베인 것처럼 속이 쓰리고 아픕니다. 5월만 되면 의기가 생각나서 울고 불쌍해서 울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쏟아집니다. 동생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렇게 살지 못해 많이 미안합니다.

의기가 광주학살의 최후 목격자로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자 자신의 몸을 던졌을 때, 나이가 스물 두 살이었습니다. 동생이 지금 살아있다면 결혼도 했을 테고 아이들도 낳았을 테고 환갑도 지나 행복하게 살았겠지요. 의기를 끔찍하게 사랑했던 엄마 아버지도 오래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의기가 죽음의 길을 간 지 40년이 지났는데도 나는 동생이 왜 죽음의 길을 선택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내 사랑하는 동생이 자기 몸을 계엄군의 탱크 위에 던져야만 했을까, 그걸 묻고 또 묻고 수천 번 수만 번 물어봅니다.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했을 때, 그것을 알려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리고 죽음 앞에 직면했을 때, 의기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얼마든지 못 본 척 할 수도 있고, 피해갈 수도 있었는데 의기는 왜 죽음의 길을 선택했을까요?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의기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말이 항상 나를 긴장시킵니다. 그리고 나를 곧추세웁니다.

“사랑하는 동생, 보고싶은 내 동생 의기야! 네가 간 지 벌써 40년이 되었구나. 너로 인해 나는 새로운 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때 스물다섯이던 내가 머리도 희어지고 주름살도 많은 예순 다섯의 할머니가 되었는데 사진 속의 너는 여전히 스물 둘의 청년이구나. 너의 죽음 앞에서 네 몫까지 살겠노라고, 자랑스런 누나가 되겠노라고 약속했었는데 그렇게 살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다. 더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당당한 모습으로 네 앞에 설 것을 약속하마. 의기야! 많이 보고 싶다.”

김의기가 떠난지 40주기를 기념해서 김의기기념사업회에서 <김의기평전>을 펴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강대학교와 김의기기념사업회에 감사드립니다. 의기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아 스물두 살 청년 김의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단숨에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책으로 엮어주신 정화진 작가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세상에는 고마운 것들 투성이입니다.

2020년 5월

김의기 누나 김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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