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삶을 사는 동안 난폭하게 생을 이어가는 포유류가 있다면 땃쥐다. 땃쥐는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격렬하게 물질대사를 하다가 장렬하게 산화하는데, 열마리 중 한 마리만이 1년을 넘겨 생존할 뿐이다. 땃쥐는 과호흡 환자처럼 땅위에서 헐떡거리며 숨을 쉬기 때문에 땅위에선 오래 버티지 못한다. 땅위에서 30분이상 있다간 빨리 쉬는 숨때문에 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 죽을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격렬한가?

2.게다가 독니가 있다. 먹잇감을 덮쳐 독니로 문다. 잡은 동물을 죽일때도 있고 마비시켜 공포의 창고로 가져간다. 창고는 감옥처럼 숨이 붙었으나 꼼짝 못하는 먹잇감들의 저장고다. 운좋게 땃쥐소리를 들었는데 쫓아갔더니 굴만 보인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은다. 당연한일이다. 야행성이니 나오지 않을것이다.
3.땅에서 땃쥐는 먹이사슬의 정점이다. 땃쥐를 잡아먹는 것은 올빼미뿐이라고 한다. 나머지 동물은 땃쥐의 무시무시한 이빨과 냄새샘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가 무서워 건들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인간과 땃쥐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인간은 집요하게 악독하고, 밤의 세계를 누비며 땅을 확장하고 약탈했던것처럼 말이다. 인간에게 독니와 악취가 나지 않는게 어쩌면 다행일것이다. 혹시 퇴화한 것일까?
4.땃쥐 굴옆에 광대수염이 부들부들 떨고 있다. 땃쥐가 숨어 있으니 떨고 있을까? 아니다. 들려오는 소식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고들빼기와 냉이, 황새냉이, 말냉이가 아랫집 할머니 손에 대량학살 당했다. 근처에 우거진 오가피 나무는 산모로 성장할 어린싹들이 전부 잘려나갔다. 성율이란 놈이 한 짓이다. 딱새가 전해오는 소식에 의하면 산기슭의 참소리쟁이,개대황,장대나물,둥근잎잔대,영아자가 떨고 있다고 광대수염에게 전했다. 광대수염은 성율이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나물에서 급격히 경화중이라고 한다.
5.오늘도 만내골을 다녀온 말똥가리가 거기서 어떤 분이 개망초와 오가피,개두릅을 학살하고 있다고 전해준다. 복상나무골에선 참나물들이 피나물과 어울려 연대를 이루는 중이라고 한다.잡혀가지 않는 연대는 성율이가 깨트릴것이다. 그놈에겐 피나물과 참나물의 비슷함은 통하지 않는다. 미나리논에서 버들치 일당들이 산개구리 올챙이들을 어제도 많이 잡아 먹었다.
6.학살이 계속되는 5월이다. 봄 한철살이 식물과 동물은 공중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생명의 불을 댕기고 있다. 5월에 학살당한 생명들을 기억하는 날이다. 나는 학살을 하고 맛있다고 냠냠거리는 불편한 포식자다. 어쩌면 나도 땃쥐처럼 얼마 살지도 못할 삶을 헐떡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격렬하게 살지는 못하는게 분명하다.
<사진: 장남리 광대수염>
광대수염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자라는 높이는 30~60센티미터이다. 줄기는 네모지고, 털이 조금 있다. 잎은 마주나며, 잎자루가 있고, 난형이며 끝이 뾰족하다. 꽃이 광대나물을 닮았고,꽃받침에 난 털이 수염 같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 산광대, 꽃수염풀, 수모야지마라고 한다. 나물로 국거리, 묵나물로 맛있다. 된장이나 간장에서 무쳐 먹어도 좋다. 생선을 조릴때 바닦에 깔면 맛이 일품이다. 외로운 사람이란 꽃말을 가진 광대수염은 전초를 약으로 쓴다. 아 결국 포식자로 먹는이야기 뿐이다. 언제 철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