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소 리모델링 - 애고,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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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소 리모델링 - 애고, 힘들어!
  • 강형구
  • 승인 2020.04.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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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 기독교현장기도소가 세워진 지 3년이 흘렀다.
그 동안 주민들의 인정을 받고 다른 연대자들의 성원을 받으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지만, 피정할 곳을 찾다 부름받아 왔던 몸이니 세월이 가면서 여기저기 아픈 데가 드러나고, 다른 이들에게 짐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지난 해 어깨 인대가 파열된 줄도 모르고 어깨통증을 견뎌내느라 오른 팔을 사용하는 동작들을 피했더니 장작패기는 물론 사소한 물건을 들어 옮기는 것도 하지 못했다. 그 여파로 허리근육도 덩달아 약화되어 허리통증이 빈발하게 되어, 날씨가 조금만 나빠도 아프다. 특히 바람이 불면 쥐약이다.
1월에야 MRA로 인대파열을 확인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3월 중순쯤엔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슬쩍 도끼질도 해보고, 코로나19로 집회는 물론 아침기도회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평화행동만 하고 있는 게 못마땅해서 불법사드기지 철조망 앞에서 나홀로기도회를 구상했다.

그런데 최근 다시 통증이 재발했다.
컨테이너 내부 리모델링을 했는데 공사를 끝내고 나니 허리가 다시 아파왔다. 오른쪽 어깨통증도 다시 시작했다.
리모델링 공사는 왜 시작했나? 
나홀로기도회를 2-3일에 한번씩 철조망을 일주하고 나서 회의가 싹텄다. 나홀로기도회와 평화행동의 차이가 무엇일까?
오래전부터 숙소 역할 밖에 못하는 기도소라는 이름의 컨테이너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웠는데, 이참에 기도소 컨테이너를 기도하고 예배하는 공간으로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을 했다.

나홀로기도회를 중단하고 4월 첫날부터 약 열흘간 혼자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힘들면 쉬어가며 하다보니 열흘이나 걸렸지만, 처음 구상했던 대로 공사를 끝냈다. 그 동안 컨테이너에서 1박 이상 했던 분들은 감탄할 것이다.

침실 겸 창고 역할을 하던 곳을 고시텔처럼 바꿨다. 책상으로 쓰던 공간을 위치를 바꾼 것. 시렁을 받치는 기둥 위치를 바꾸고, 기둥 역할을 하던 책장을 개조하고, 상판을 얹어 책상을 만들었다. 침상에 앉아 책상으로 사용하던 위치가 안쪽 구석에서 입구로 나오면서 의자에 앉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모든 짐을 예배실로 빼내었다가 다시 집어 넣어 정돈하는데 나흘이 걸렸다.

침실쪽을 마무리 한 후, 예배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작은 상위에 십자가를 놓고 제단으로 삼았던 것을 책장 위로 옮기고, 신발장이며 쓰레기통과 청소용구, 커피포트 라면포트 등 바닥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것들도 모두 책장 공간으로 넣어 바닥공간을 최대한 넓게 확보하고자 했다.  책장 속과 그 위를 차지하고 있던 물건들을 정리하여 최대한 버리고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한쪽에는 신발장과 쓰레기통 등의 지저분한 것들이 있고, 다른 칸에는 작업공구들, 의약품, 책들, 생활용품들... 그 위에 십자가를 놓고 제단을 꾸미려니 가리고 꾸미는 작업들이 늘어났다. 필요한 자재들을 새로 구입하고, 소품을 만들어내고... 엿새가 걸렸다.
이제 바닥에는 언제든지 이동 가능한 스탠딩독서대와 접이식 책상, 의자만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밥상이나 앉은뱅이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이 한 개, 소파로 활용하는 접이식매트리스를 꺼내두고 있다. 필요없어진 책상 두 개와 다탁 두 개는 나눔을 했다.

때마침 현장기도소 천막을 세운 4월 18일, 기도소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동안 다녀가신 분들에게 리모델링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세돌을 핑계로 동지들을 초대하게 되었다.
다녀간 동지들은 과연 감탄했을까?

동생 은총만이 3박4일 머물다가면서 정말 잘 고쳤다고 연신 감탄했는데, 서울로 올라가서 고시텔쪽 창문 커튼을 만들어 보내주었다. 화룡점정.

난 그 동안의 무리한 강행군으로 다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로 글 쓰기도 힘들어, 스탠딩독서대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고 서서 컴퓨팅을 해보기 하고, 접이식책상을 다시 꺼내어 소파에 앉아서 해보기도 했다.

당분간 혼자 지낼 동안은 소파에서 컴퓨팅을 하기로 한다. 
리모델링 한 보람이 없어지나? ㅠㅠ.
열심히 걸어서 회복하려면 나홀로기도회를 낮시간대로 옮겨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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