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대우받는 사회
상태바
꼴찌가 대우받는 사회
  • 박철
  • 승인 2020.04.23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꼴찌가 대우받는 사회, 섬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 곧 주인이 아니라 종이 대우받는 세상, 사회의 승자들이 아니라 낙오자들이 사람대접을 받는 사회, 예수가 꿈꾸었던 하느님 나라는 바로 이들과 무관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가 로마의 제국종교(Christendom)로 됨으로써, 이러한 예수의 꿈은 기독교 안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기독교 제국이라는 현실이 하느님의 통치라는 예수의 꿈을 허물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독교 왕국은 예수의 이름으로 꼴찌의 위치에서 첫째가 되려했고, 섬기는 자의 위치에서 섬김을 받는 자가 되려했고, 사회적 약자에서 사회적 강자가 되려고 했다. 

이러한 반(反)예수적인 행태를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온갖 잔인하고 위선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자행했던 것이다. 요한은 복음을 첫째가 꼴찌가 된 사건으로 증언한다. 기독교가 전하는 복음의 핵심은 성육신(incarnation) 사건이다. 절대자 하느님께서 스스로 자기를 낮추고 비워서 인간이 되신 사건이다. 

첫째가 자청하여 꼴찌가 되어 사람을 섬긴 사건이 다름 아닌 예수 사건이다. 예수는 꼴찌로 태어나서, 꼴찌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꼴찌들의 동반자로 살다가 꼴찌의 죽음을 당하였다. 예수의 태어남과 죽음은 꼴찌사건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수는 꼴찌와 자기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몸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하느님과 자기가 하나이듯이, 꼴찌와 하느님도 한 몸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꼴찌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수는 꼴찌와 자기와 하느님을 별개의 존재로 분리해서 보지 아니했다. 한 몸이요,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보았던 것이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의 최고계명은 나와 이웃이 본래 둘이 아니라는 동체대비적(同體大悲的)인 깨달음에 근거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