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된 십자가
상태바
꽃이 된 십자가
  • 김홍한
  • 승인 2020.04.21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이 된 십자가
꽃이 된 십자가

<삼국사기>를 읽는다. 나의 맘을 붙잡은 것은 “백성들이 굶주렸다”는 기록이다. 그러한 기록이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백성들이 굶주려 서로 잡아먹었다”는 기록들도 심심치 않다.

백제 온조왕 33년(서기 15년), 큰 가뭄이 들었다. 백성들이 굶주려 서로 잡아먹었다.
백제 기루왕 32년(109년), 봄과 여름이 가물어 흉년이 들었다.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었다.
백제 비류왕 28년(325년),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었다.
백제 동성왕 21년(499년), 여름에 큰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려서 서로 잡아먹었다.
고구려 봉상왕 9년(300년), 비가 오지 않았다.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었다.
고구려 소수림왕 8년(378년), 가뭄이 들고 백성들이 굶주려 서로 잡아먹었다.
고구려 고국양왕 6년(389년) 기근이 들어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었다.
신라 눌지왕 4년(420년), 백성이 굶주려 자손을 파는 자가 있었다.

이러한 역사기록들이 수없이 많건만 오늘날 역사를 말하는 이들은 왜 그것을 주제로 삼지 않을까?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왜 이런 이야기가 없을까? 있더라도 왜 그렇게 비중이 작을까? 너무나 흔한 일이고 너무나 흔한 기록들이기에 그런가보다. 민중의 고통을 이야기 하지 않는 역사는 거짓이다. 사기다. 범죄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의 기근이 어디 한반도에서만 일어난 일이겠는가? 전 세계,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과거에만 있었던 일이겠는가? 지금도 지구촌에서는 하루에 3만 명 이상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역사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끔찍한 기근의 역사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찾는단 말인가? 아! 하나님이 살아 계시기는 한 것인가? 살아 계시다면 어찌 이리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굶주려 서로 잡아먹는 이들이 큰 죄를 지어서 그런가? 오히려 악인들에게 한없이 수탈당한 불쌍한 민중들일 터인데, 그들의 비참함속에서 어찌 하나님의 선하심을 노래하고,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을 찾으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의 뜻을 찾아야 한다면 찾아야지요. 누구 조금이라도 입이 열리는 사람은 말해 주오. 제발 그리해 주시오.

...........

고운 흙이 아니
비좁은 바위틈도 아니
되 속에 피었구나

말해 보렴
네가 꽃이 된 내력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