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였다. 악랄한 독재였다. ...
총독부가 떠난 자리에 미 점령군의 군정청이 들어섰다. 이 기회를 틈타 친일파를 살려내고 독립운동가를 죽이며 미군정 편에 붙어 남쪽만의 단독정부를 구성한 자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승만은 독립운동과 해방된 사회의 가치관을 전복시켰다. 그는 민족모순을 심화시키는 도화선이었다.
최소한의 인간애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전쟁통에 홀로 도망가며 한강 다리를 끊었다. 많은 이가 강물에 떨어져 고혼(孤魂)이 되었다. 남을 수밖에 없던 사람들은 그가 돌아온 후 부역자로 닦달당하며 죽임과 고초를 겪었다. 그의 집권시절 수백만이 죽고, 가족과 헤어지고, 고아와 과부가 되었다.

이승만은 권력 유지를 위해 짐승 같은 짓을 창안하고 집행했다. 정치깡패단 창설, 간첩단 조작, 입맛대로 개헌, 정적 저격, 사법살인, 필화사건과 언론 폐간 등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권력이 맹위를 떨치던 1960년, 경찰 고위간부의 70%가 일본경찰에 복무한 자들이었다. 경찰독재였고 친일파와 친미파의 독재였다.
국가권력을 총동원한 유례없는 폭력·부정으로 얼룩진 선거에 맞서 시민들이 일어나 저항했다. 대구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후, 쌓인 원한의 함성이 들불처럼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깡패들과 경찰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남녀노소가 없었다. 두 달간 186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였고 다친 사람은 셀 수조차 없었다.
죽고 다친 사람들은 학생과 민중들이었다. 우리 언니·오빠·삼촌·이모·어버이들이 자기 국민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경찰에 온몸으로 맞섰다. 시위대는 경찰 소유의 무기를 탈취하여 길가의 파출소, 신문사, 정부기관 등을 불태우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기간은 짧았지만 4월 혁명은 80년 5월 시민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민중은 이승만을 처벌하지 못했다. 미국으로 망명을 떠났기 때문이다. 4월 혁명은 아래로부터의 민중 요구와, 민주당 정권의 계급·반공이념이 대립하는 양상을 띠었다. 민중의 요구와 희망은 박정희 군사쿠데타로 좌절되는 것 같았지만 부활생명이 되어 꽃피었다. 총칼에 맞서 피 흘리며 집권자를 끌어내린 민주주의, 나라의 주인은 민중이라는 것, 반공반북에 맞서 평화통일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은 역사에 깊이 새겨졌다. 오늘까지 그 정신은 한국인들의 지표가 되고 있다.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친일·친미·수구·반북·독재세력들은 역사왜곡을 본격화하였다. 이승만을 ‘국부’라고 칭송하고, 대한민국을 건국하였다고 왜곡한다. 이들은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1945년 8·15가 아닌 1948년 8·15를 기리고자 한다.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라는 구도의 진실을 비틀어버리려는 시도다. 친일파가 우파로 변신하여 독립운동가들을 좌파로 몰아붙이는 ‘좌우 대립 구도’를 만들려 한다. 자칭 우파가 전쟁과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켰다고 말한다.
그때 도와준 미국은 혈맹이자 은인의 나라이며, 일본과의 친교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과거사를 희석하려 한다. 이렇게 세뇌받은 이들이 길거리에 군복을 입고 태극기를 들고나온다. 박근혜 국정농단 때 밝혀졌듯 전경련이 돈을 대고 청와대가 국정원 등 정보기관들을 통해 직접 지휘했다. 이 시스템이 흔들리자 대형교회가 자리를 대신하였다.
친일·친미·수구·반북세력은 기득권 동맹으로 뭉쳐 있다. 재벌, 고위 관료, 정치인, 법조, 언론, 종교, 학자와 전문가 집단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대형교회로 대표되는 수구 개신교가 가장 큰 문제다. 종교 틀 안에서 고도로 신념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들의 합류 이후 태극기에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까지 들고 다니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태극기 부대는 총선이 끝난 후에도 광화문을 누비고 있다.
총선에 담은 민의는 상식적이다. 그 상식은 4월 혁명 정신에 뿌리 닿아있다. 이것을 부정하는 가장 큰 세력이 기독교 보수진영이라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총선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왜곡된 의식을 배포·확산하는 중심에 교회의 목사들이 서 있다. 무르익은 바닥의 힘으로 이 적폐부터 청산해야 한다. 더불어 이들이 공생하는 재벌, 언론, 수구 정치인, 법조인, 학자들의 견고한 그물조직을 깨뜨려야 한다. 혁명 회갑의 해이다. 민중의 힘과 지혜를 모아 체계적으로 진행할 때가 되었다.
2020년 4월 19일
전국예수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