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울의 마가복음 강해'를 읽다
상태바
'도울의 마가복음 강해'를 읽다
  • 백창욱
  • 승인 2020.04.07 0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 6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완독했다. 이것 역시 코로나 칩거 덕이다. 중단없는 전진의 결실이다. 읽은 소감, 구슬 서 말을 일목요연하게 꿴 기분이다. 수박 겉핥기에서 수박을 깨물어 맛을 느끼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할까...

알다시피 마가는 복음서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그 대목을 보자. “마가는 갈릴리 지역에서 예수에 관한 많은 전승을 직접 채집했다. 말씀자료, 예수의 행적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자료, 그들 이전에 이미 편집된 예수어록 문헌들이다. 이렇게 모은 자료들을 기초로 마가복음이라는 새로운 문학장르를 창조했다. 그 자금을 댄 사람들을 ‘마가공동체’라고 부른다. 바울의 유앙겔리온이 편지, 권면, 이론이었다면, 마가의 유앙겔리온은 이야기, 감동, 드라마였다.”(72-73쪽)
마가복음이 드라마라는 속성에 맞게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도 드라마틱하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맥락, 극적요소 등 각종 기법이 강해에도 듬뿍 담겨 있다. 재미있다는 말이다. 김용옥이라는 한국사람이, 한국 사람의 언어로, 어조로, 정서로 말하는 게 이 책의 최고 강점이다. 도올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도올이 느끼는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모친의 뱃속에서부터 교회와 연관을 맺은 사람이, 거의 평생 동안 자신이 겪고 생각한 한국교회에 대해, 성서를 보는 한국교회의 시각에 대해, 그리고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에 대해 마가복음을 통해 새로운 신앙을 갖자고 호소한다.(굉장히 파격적으로 말하는데 총론을 직접 보라) 내 소감을 거창하게 말하자면, 도올은 이 책을 쓰기 위해 그동안 그토록 고단한 학문의 여정을 거쳤나보다. 하바드대 지도교수가 도올에게 당신은 ‘디그리 콜렉터(학위수집가)’라고 했단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또 문제의식을 풀어가는 과정이 치열하다. 설렁설렁하지 않다. 스스로 던진 질문을 자기 뇌로 이해하고 자기 말로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스라엘과 그 인근지역인 두로와 시돈, 데카폴리스(열 개의 이방도시) 등 성서에 등장하는 지역 등을 직접 발로 밟은 것은 기본이고, 서양신학의 대가들 책도 섭렵했다. 그리고 자기 말을 한다. 대충 말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 하는 것은 성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것은 위선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 공감력이 있다. 예를 들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1:1)이라는 말이 과연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매 단락마다 이런 물음이 넘쳐난다. 물음 형태만 따로 묶어도 마가복음 핵심 요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숱한 세월 마가복음을 접한 저자도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궁금한 내용을 저자가 먼저 말해주니 독자도 반갑다.

이 책에서 크게 배운 것 한 가지만 소개한다. 마가 13장 강해다. 13장의 배경은 AD 70년 예루살렘 멸망이다. “예수시대에는 성전은 파괴되지 않았다. 그런데 과연 예수 생전에 예수가 성전파괴와 예루살렘도시의 재난을 예언했을까? 예수가 아무리 대단한 예언가라 할지라도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성전파괴와 재난을 복음담론의 한 고리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이 이미 현실화된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전은 파괴되었고 도시는 궤멸되었다.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것은 유대교의 모든 권위체계가 붕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또 동시에 기독교의 파멸이기도 했다. 그것은 무슨 뜻인가? 예루살렘교회야말로 예수가 죽은 후에 40여 년간 그리스도운동을 총지휘한 본부였다. 그 본부의 권위는 열두제자의 적통성으로 부터 온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AD 70년의 예루살렘 멸망은 유대교의 성전만 파괴한 것이 아니라 바로 예루살렘 교회를 파멸시켰다. 다시 말해서 열두제자의 막강한 권위도 잿더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가는 예루살렘 교회와는 전혀 다른 전통에서 피어난 기파이다. 팔레스타인 북부 교회에 기반한 새로운 세력이다. 이 마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이나 예루살렘 교회의 파멸은 참된 기독교의 진정한 부활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563-564쪽) 맞다. 성전체제만 무너진 게 아니고, 예루살렘 교회도 함께 무너졌다. 이스라엘 지배세력에만 눈길을 주느라 이미 기득권이 된 예루살렘 교회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마가는 그 세력까지 함께 부정하는 것이다. 마가복음의 마지막 장(16장), 부활증언에서 예수부활의 현현이 갈릴리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씀은 이런 맥락인 것이다. 수행심으로 엉덩이 붙이고 읽은 보람을 느낀다.

사족 1. 한 대가가 수십 년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룬 성과물을 책 한권으로 섭렵한다는 것은 독서가 주는 크나큰 선물이다.
사족 2.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외국어는 확실히 식자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