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상태바
살림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 유미호
  • 승인 2020.04.01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염

3월말,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 세계화되면서 느닷없이 카페에서 개인 컵(텀블러) 사용이 금지되었다. 대신에 1회용 컵을 준다. 그런데, 인과관계를 제대로 맞춘 것일까? 일회용 컵이 개인 컵보다 전염병에 더 안전하다는 증거라도 나온 것일까?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해서 그런 규칙이 나온 건가요?” 아르바이트 직원은 “코로나19로 인하여···”로 시작되는, 준비된 답변을 반복하였다. 그러고는···,

​“개인 컵 할인은 해드립니다. 고객님 개인 컵 할인, 적용되었습니다.”
“저는 할인받고 싶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새로 생긴 규칙이 좀 이상하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 않으세요?”

 

인과관계

인과관계를 제대로, 합리적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사태는 뜻밖에도 적지 않다. 전염병과 관련해서는 ‘흑사병(pest)’ 사례를 들 수 있다. 흑사병 창궐 당시 병의 원인을 ‘죄’로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죄를 회개하여 하느님을 감동케 하면 병이 진정되리라 믿었으므로 기도와 금식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하였다. 한편, 흑사병의 원인을 ‘유대인’에게 돌린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유대인을 모아놓고 죽였다. 흑사병의 원인은 죄도 유대인도 아니었기에, 그런 해결방안은 무익하기 짝이 없었다.

그림 (Public Domain)
출처 위키피디아https://ko.wikipedia.org/wiki/%ED%9D%91%EC%82%AC%EB%B3%91#/media/%ED%8C%8C%EC%9D%BC:Burning_Jews.jpg)

 

살림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제일 중시할 거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례로, 도쿄 올림픽이 다행스럽게도 연기됐지만 일본 아베 정부는 운동선수들의 생명을 전연 중시하지 않는 태도를 계속 보여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 불안 분위기가 아니었더라면 일본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태연히 바다에 방류하면서, 선수들을 후쿠시마 인근에 숙식하게 하면서, 굳이굳이 올림픽을 강행했을지 모른다. 생명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번번이 떠들지 않으면, 일일이 나서지 않으면, 생명존중의 사회분위기가 저절로 조성될 리 없는 ‘죽임’의 세상이다.
'살림’은 ‘살다’에서 나온 사동사(causative)다. ‘살림’은 삶의 원인이 되자는 거다. 내가 인간 삶의 원인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 새 봄,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림’의 활동이 대자연 곳곳에서 싹트고 움트는 이때에, 한 번쯤 골똘히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하자. 이 주제에 관한 한 인과관계를 우리가 제대로 좀 맞출 수 있기를 기도하며···.

- 이인미 (살림 지도위원, 여성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를 공부한 신학박사. 시민모임 <핵없는세상> 공동대표, 월간 새가정 전 편집장)

_ 원문보기 : https://ecochrist.blog.me/22188108594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