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문화의 종말과 흙의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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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문화의 종말과 흙의 생태학
  • 이승무
  • 승인 2020.03.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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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국문화에서 새로운 새로운 인간문화로

이 책의 저자 윌리엄 코키는 유명한 학자도 아니고 한국의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그는 농장 노동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에 투신해 온 사회운동가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체취가 남아 있는 농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만년에 가까운 인류 문명의 역사를 문명이란 이름의 제국문화의 탄생과 이 문화가 일으킨 지구 전체의 자연환경 황폐화, 토양의 침식과 고갈 그리고 그 결과로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과 고갈을 조목조목 집어주고 있다.

근세 이후의 역사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서구 문명의 지구 전체에 대한 식민지화 과정을 사람들은 산업화된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로 설명하지만, 코키는 동과 서를 막론하고 구대륙의 정착생활, 농경과 목축, 도시와 국가의 건설에서 시작된 문명 자체가 오래된 인간의 자연문화를 벗어난 제국문화의 시작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제국문화가 번성한 중앙아시아, 중국 등 구대륙 곳곳의 지역이 삼림이 파괴되고 토양이 침식되어 유실되고 생명이 기대어 살 수 있는 흙이 사라져서 황폐한 환경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것이 수천 년간 진행된 문명의 과정이다. 서구의 제국주의 침략은 문명이란 이름으로 이런 과정을 자연문화 속에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땅에도 퍼뜨려서 지구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본다.

그는 이런 역사적인 진단을 바탕으로 제국문화의 종말을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다고 보고, 새로운 인간문화를 이루어갈 것을 제안하며, 그 출발점이 될 단초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고대 팔레스타인 지역의 에세네 사람들의 공동체, 아라비아의 나바테아 사람들의 물 관리, 유럽 곳곳의 새로운 농사법을 도입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자연과 동화된 삶 등에서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우리의 몸과 정신 전체를 지배해 온 제국문화가 자연을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병들게 해 온 것을 돌이켜서 자연 속의 모든 생명과 상생하고 순환하는 문화로 돌아갈 목표와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 출발점으로 제안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수계(watershed)가 품고 있는 식생과 이를 이용해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과 문화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수계라는 것은 산줄기로 경계가 지어지고 큰 물줄기를 이루는 물들이 출발하는 산 속의 샘과 골짜기에서부터 하류까지 그 혜택을 보는 유역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자연환경에 의해 순환을 이루는 단위가 되는 땅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수계에서 인간이 성공적으로 마을을 이루고 자연과 공생할 때 그 새로운 문화의 성공을 말해 주는 지표가 되는 것은 그 마을 아래로 흐르는 물이 맑은 물로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지금의 환경보호 노력이 우리의 자본주의 경제의 부작용을 없애는 개선활동을 하는 것이어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 우리가 수천 년 전부터 살아온 문화적 환경인 문명 자체가 결국 지금의 환경파괴를 가져왔다는 것, 우리가 제대로 된 삶을 되찾으려면 새로운 인간문화와 새로운 경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에 내재된 축적과 침략, 약탈의 가치관 자체를 뒤엎어야 해결되는 문제이고, 그런 문명에 영향 받지 않은 자연문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새로운 인간문화를 이루어 가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이 책은 그런 길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어판 저자의 머릿말

우리 종(種)은 최소한 100만 년간의 성공적 생존을 거친 후 지구상에 암적인 인간종양체를 발달시켜왔다. 약 8천 년 전에 소수의 인간들이 땅의 열매들을 채집하는 대신 땅의 비옥함을 실제로 빠져나가게 하기 시작했다. 지금 지구 위의 모든 지역에서 우리는 흙의 영양분을 없애고, 삼림을 제거하며, 대량의 토양을 쓸어냈고, 물고기를 박멸했다. 이에 더하여 산업 시스템에 의한 오염으로 독극물을 광범위하게 퍼뜨리고 있다. 수천 년간 이런 유형의 인간사회는 다수의 사람들을 강제로 통제하고, 그들이 받아들이는 정보를 제한하는 소수의 엘리트들에게 지배를 받아왔다.

제국의 지배자들인 이 소수의 엘리트들은 우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진화했다고, “우리가 최선이다!”라고 말함으로써 다수의 사람들에게 계속 사기를 쳤다. ... 부시맨들은 단백질 섭취량에서 평균적인 영국 사람의 상위 10% 안에 드는 식단을 유지한다. 그들이 일단 어린 시절에 살아남는다면 결국 정상적으로 완벽한 건강을 유지하면서 장수한다. 우리는 동서고금의 제국들이 이룩했던 사회들의 역사를 통해서 우리의 종이 잃어버린 것을 볼 수 있다.종양체가 지구 곳곳에서 자라면서 우리는 말 그대로 소수 엘리트들의 통제하에 서 노예의 삶을 겪어왔다. ...

우리는 지금 암적 종양체의 생애 끝에 다가가고 있다. 우리 인류는 줄어들어 가는 자원에 기초를 두고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석유 회사들은 지금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을 찾기 위해 극한으로 가고 있다. 훨씬 더 큰 위험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핵무기로 우리의 지구 전체를 멸망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쟁을 벌이면서 더욱 거대해져 가는 사회들의 엘리트들은 단 하나의 낱말을 알 뿐이다. ‘더 많이(more)’가 그것이다. 그들은 지금 핵에 의한 죽음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게 지독한 위협에 직면한 우리는 인간사회의 기초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 소위 ‘문명사회’들은 물질주의(탐욕), 군사주의, 가부장제, 강압적인 위계에 기초를 둔다. 8천 년이나 되는 제국의 패턴은 생명을 부정해왔다. 이 시스템 안에서 살아있는 지구는 죽임을 당하거나 가치가 매겨지는 죽은 물건들로 전환되었다. 열대의 밀림보다 자동차에 더 비싼 값이 매겨질 정도다. 한때 원주민들이 영성을 경험하던 거대한 숲의 예배당에서 이제는 문명인들이 나무들을 베어내고 죽은 목재로 교회를 건축한다.

이는 우리가 처한 상황의 축(軸)이다. 죽어버린 기계적 생존을 위한 생명의 부정이냐, 아니면 지구상의 생명력을 축하해주고 양육하는 것이냐를 가르는 축이다. 이 축은 제주도의 살아있는 생태계와 미국 해군의 생명을 죽이는 권력 간의 싸움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우리의 종이 제국의 꿈으로부터 깨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지구 위의 생명력을 키워내기 위한 많은 노력을 보게 된다.

...

우리는 진정으로 생명이냐 죽음이냐의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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