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국가, 불건강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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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국가, 불건강한 국민
  • 유미호
  • 승인 2020.03.2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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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객관적인 건강수준은 어떨까? 2019년 OECD Health at a Glance (2017년 혹은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기대여명이 6위이다. 이번에 유럽에서 코로나로 인해 가장 타격을 많이 입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각각 3위와 4위이다. 우리나라의 암사망률은 3번째로 낮으며, 대장암, 위암 생존율이 각각 72%, 70%로 1위이다. 순환기계 질환 사망률도 두번째로 낮다. 또한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과체중 및 비만율이 두번째로 낮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2019년 OECD Health at a Glance Statistics에 의하면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가 최하위인 반면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 수는 1위이다.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수는 일본에 이어 2위인데 OECD 평균 4.7에 비해 우리나라는 12.3로 압도적으로 높다. 인구 100만명당 MRI 보유대수도 일본, 미국, 독일 다음으로 4위이다.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는 일본 다음으로 2위이다. 5개 이상 처방약을 먹는 75세 노인의 비율이 1위이고 항생제 처방량도 1위이다. 요약하면, 우리나라에는 의사수가 부족하지만 병상수, 의료장비가 풍부하고 약 처방도 쉽게 받을 수 있어 국민들은 외래든 입원이든 의약품 처방이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의사, 병상, 장비 등 각국의 의료자원의 가용성에 따라 사망률의 차이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고, 우리나라의 사망률이 매우 낮은 요인들 중에는 높은 의료이용의 접근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의료이용에 따른 비용은 누가 어떻게 감당하고 있을까? 경상의료비 중 정부 및 의무보험 가입보험 재원 비중은 멕시코, 라트비아 다음으로 3번째로 낮은 반면 가계직접부담 비중이 라트비아, 멕시코,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재원을 합친 국민 1인당 경상의료비는 US$ PPP 2,870로 OECD 평균인 3,854에 비해 낮은 편이다. 즉, 우리 보건의료체계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앞서 말한 것처럼 높은 기대여명이나 낮은 사망률 등 높은 수준의 건강결과를 이루어내는 효율성이 높은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은 본인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6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다는 것이다. 또한 2005년부터 13년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였고, 다만 2019년에는 리투아니아에 이어 2위가 되었을 뿐이다. 기대여명, 사망률, 비만과 같은 객관적 건강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으로는 가장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필자는 최근 한 연구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의 주관적 건강상태에 대한 설문응답의 차이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그 결과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평가할 때 보다 높은 수준의 응답을 선택하기 위해 필요한 건강수준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보통’ 대신 ‘좋음’이라는 응답을 선택하거나, ‘좋음’ 대신 ‘매우 좋음’이라는 응답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문턱 수준이 더 높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음’보다 ‘매우 좋음’을 선택하기 위한 기준이 미국인보다 더 높다. 재밌는 것은 더 높은 수준의 응답보기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문턱 수준의 차이를 보정한 뒤에는 한국인이 미국인에 비해 객관적 건강상태가 높음이 그대로 반영되어 주관적 건강상태가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는 얼마나 건강해야 건강하다고 인식할까? OO시에서 OO번째 확진자(성, 연령)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긴급재난문자]로 받고 경각심을 가지고 시청 홈페이지에서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서 혹시 내가 다닌 곳과 겹치지 않는지 불안해하면서 확인하고 그 동선은 피해가야만 하는 ‘강박’에 가까운 건강에 대한 염려가 세계 최저의 코로나 사망률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확진자, 사망률과 같은 객관적인 건강지표가 우리사회의 최고 가치가 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너무나 태평하게 마스크도 안 쓴 채 축제를 즐기던 이탈리아인들이 겪는 어려움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장 불건강하다’고 느끼고 삶의 의미를 잃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면 이 모든 노력은 누구를 위한 노력인지 의문이다.

 

글을 맺으며 ‘건강한 국가, 불건강한 국민’이라는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무엇을 건강이라고 부르는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답이 정해진 질문들이 아니다. 마치 답이 정해진 것처럼 ‘건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우리 사회에게 나는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건강지표에서와 같이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서도 세계 1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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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필자 강은정님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지도위원, 효산건강환경재단 사무국장, 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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